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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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무덤
비가 지나간 발자국을 찾느라고
길바닥 물벼락은 우왕좌왕이다
젖은 가로수 잎이 물방울을 거칠게
지상으로 연방 퉁기고 있다
음표 같다고 나뭇잎이 높고 낮은
악보를 그려낸다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과일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또한
가지 끝에 중얼거리는 악보다
지난 가을의 중얼거림은 숙연했다
물끄러미 가지 끝에 눈을 주었다
바라보았다 우러러 본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는 사이 그 보다 먼저
숭고하다는 심각한 말이 떠오르는 사이
가을이 뭉글뭉글 지고 있었다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물 먹은 듯
나뭇잎을 전별하는 가지 끝에서
비 오는 소리가 은근한 줄을 튕겼다
가을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유병근, <현대시학> 9월호에서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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