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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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무·책임 다해야 좋은 나라
지난 6일 임진강에서 갑작스레 불어난 물 때문에 여러 명이 실종 ? 사망했다.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긴급한 사고가 일어난 급박한 상황을 파발을 띄워서 알려주던 시절도 아니고, 모든 재해방지 체제가 일사불란한 시스템으로 갖추어진 21세기가 아닌가? ….” 의문은 꼬리를 물로 이어졌다.
그런데 설사 사람 목소리나 봉화로 위험을 전하던 시절에도 이런 식의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식의 사고는 장비의 현대화 문제라기보다는 인명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이 북한에서 남쪽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임진강 상류의 댐을 방류한 데서 비롯됐다. 그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 왜 전 국민이 화를 내며 정부를 성토할까?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남북이 대치하며 항상 긴장이 감도는 곳이다. 군 당국이 다른 어느 곳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과 장비를 배치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 찰나도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지키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과연 우리 군이 긴장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보초병이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목격, 확인하고 상급자에 보고한 것이 오전 2시 50분경이었고 단계를 거쳐 합참본부까지 상황보고가 이루어진 것이 5시 35분이었다고 한다. 세 시간에 가까운 그 사이는 안전 공백 시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강 하류에서 훈련 중이던 전차부대에도 아무런 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5시 15분경 물이 불어나자 병사들은 전차 한 대를 버려둔 대 간신히 몸을 피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임진강 물이 불어나 수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데도 군 당국은 군 이외의 관계기관이나 민간에 이 사실을 하나도 알리지 않았다. 임진강 수위 상승이 국가 기밀도 아닐 것이고, 혹 100보를 양보해서 그것이 최고의 국가기밀이라고 할지라도 우선 훈련 중인 장병을 포함한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분초를 다투어 상황을 널리 알리고 함께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옳지 않는가?
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한 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군을 위해 쓰이는 막중한 국가 예산을 부담하는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데도 국민들은 계속 이 무거운 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이번 사고의 제1차 책임이 군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정부 기관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민 ? 관 ? 군 합동으로 여러 차례 재난 대비 훈련을 하고 사고 대응 매뉴얼을 논의해왔으면서도 막상 사고가 생기면 우왕좌왕하며 어찌할 줄 모르고 서로 “저쪽에 책임이 있다”며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살기 좋은 나라는 국민 소득이 높은 곳이 아니다.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 살아가는 국민이하며 이런 사고 위험 없이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살기 좋은 나라이다.
맹자(孟子)는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不爲也, 非不能也.)”고 했다. 여기서 한 번 정부 당국자에게 물어보자. “우리 정부는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할 능력이 없는가, 아니면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인가?” 맹자는 또 이런 말도 하였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그래도 피할 수 있으나, 자기 스스로 지은 재앙에는 살 길이 없다.”정부 당국은 이번 사고가 ‘스스로 지은 재앙’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만들어내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이병두
칼럼니스트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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