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오르는 길 물푸레가 길을 연다
햇살에 부푼 팔뚝 실핏줄이 투명하다
저 가지 물에 꽂음녀 보랏빛으로 물들까
결빙의 이야기들이 잔설로 쟁여져 있는
가파른 산허리를 지친 몸으로 오른다
어디서 계곡 물소리 빈 그늘을 흔들고
아직은 온통 잿빛, 연초록 언제 물드나
물푸레, 물푸레나무 나지막이 부르면
산문에 오르는 길이 물빛으로 환해진다
-박지현 21세기시조동인지 <건반과 고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