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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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떼놓으면서도 짊어지지 않고 가는 도리 알아야
부산지원에서 여러 불자님들과 더불어 큰스님들을 모시고 이렇게 한자리를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 스님들께서 이렇게 호응을 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스님들을 뵙고 보니까 너무 기쁘고 황송하고, 또 노스님을 뵈오니 아버님 같기도 합니다. 하여튼 여러분과 더불어 불법을, 아니 불법이라기보다도 세상 이치를 서로 얘기하면서 이렇게 한자리를 하게 된 것이 정말 기쁩니다.
여러분한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교, 불(佛)이라는 그 자체가 무엇인가부터 말씀드려야 되겠습니다. 불이라는 것은 아주 의미가 깊습니다. 여러 가지로 표현이 되지만 전체를 싸고 돌면서 모든 생명을 생산해 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 불이라는 건 영원한 생명의 근본이며 교(敎)라는 것은 우리가 서로 이렇게 이심전심으로 돌아가는 이 자체, 말하고 통하는 자체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라는 단어가 어느 한군데에 국한돼 있는 게 아니라 전체, 끝없는 진리를 표현하는 방편으로써 불교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든 가톨릭교든 어느 교를 막론해 놓고 불교 아님이 하나도 없습니다. 풀 한 포기도 물 한 그릇도 흙 한 줌도 역시 모두가 그 생명의 근본이 불 아닌 것이 없습니다. 어떤 종교든지 간판을 붙여 놓고 내 종교, 네 종교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좁은 마음으로 항아리 속에서 진드기가 공에 매달려서 살듯이 매달려 살고 있습니다. 그것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지구 바깥을 벗어나서 우주로 마음을 돌려 보실 수 있다면 우리 불교가 개선이 되고 발전이 되고 개혁이 돼서 앞으로 성스럽게 부처님의 뜻을 그대로 행하고 실천하면서, 실천 또 실천, 그리고 또 실행을 하면서 우리는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니 ‘불교다, 불교가 아니다’라고 얘기할 게 없죠.
그런데 미국에 가서 보니까 기독교나 가톨릭교나 티베트 불교 일본 불교 통일교, 모든 종교들이 나서서 ‘내 거다 네 거다’ 하고 싸우는데 너무도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 와서 부산의 여러 스님네들을 뵈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스님이라고 하기보다 부처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왜냐? 그것은 법랍이 높고 낮고 간에 그 마음 때문입니다. 서로 위해 주고 서로 도와주고 서로 받들고 하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법도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외국에 가니까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그 법도는 다 어디 가고 수행자들이 서로 싸우고, 그것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한인회관을 서로 팔아먹고 서로 잡혀먹고, 서로 한마음으로 뭉치지 않아서 외국에서도 비난을 받는 많이 것을 봤습니다.
하여튼 그건 그렇게 놔두고 참, 스님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불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말은 체계적으로 못하지마는 그 뜻은 아마 조금도 틀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물이 없으면 못 살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에 부산에서는 그렇게 피해를 보고 그랬지만 물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물의 감사함을 느끼고 또 흙의 감사함을 느끼고 바람으로 인해서 공기의 감사함을 느끼셔야 합니다. 불은 물론이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애당초에, 생명이 생기기 이전에 지금 현재의 지수화풍에 의해서, 흙과 물과 바람 이 세 가지가 한데 합쳐서 바로 거기에 따뜻한 원기를 줌으로써 생명체가 생기고, 그 생명체가 생김으로써 바로 우리는 불이라는, 생명이 생기기 이전인 불이라는 그 자체의 불성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가 뭉쳐서 그 한 가지로 인해서 생명이 나온 것인데, (컵을 들어 보이시며) 이것도 역시 세 가지가 뭉쳐서 불에 구워졌기 때문에 이 컵이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맨 나중에 인간으로 진화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가 그렇게 한데 합쳐서 온 누리에 어떠한 거든지…, 혹성이 돼서 그것이 부딪치고 또 깨지고, 부딪치고 모이고 부딪치고 모이고 그러면서 수억겁이 흘러서 미생물의 문제들이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미생물이 수없이 흘러나오는데, 묘한 것은 그 미생물은 넷이 동업자가 돼서 같이 했지만 네 종류로 나왔습니다. 태로 낳고 알로 낳고 화해서 낳고 습(濕)에서 낳고 이래서 네 가지로 화현을 했는데, 묘한 것이 있어요. 물의 성품은 물의 성품대로 물에서 살게 했고, 바람의 성품은 바람의 성품대로 날면서 살게 했고, 습에서 난 것은 습의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로 습에서, 이 땅에서 살게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아주 기묘한 것이 불입니다. 불의 성질! 그런데 불의 성질은 뜨거운 것뿐만 아니라 인간 생명의 근본, 세상에 나기 이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불 자체는 모든 것을 포괄하게 돼 있고, 모든 것을 같이 이끌어 돌아가는 한마음의 끝없는 진리인 것입니다. 누구의 생명이든 더하고 덜함이 없이 그 소중한, 바로 불이라는 보배가 우리에게 전부 주어졌다는 겁니다. 미생물에서부터 우리는 쫓고 쫓기면서 단계 단계를 밟아 진화되었습니다. 즉 말하자면 미생물의 단계 또 곤충의 단계, 동물의 단계, 즉 인간의 바로 밑에 있는 코끼리라든가 소나 말 같은 단계를 거쳐서 제일 마지막에 우리 인간이 됐다 합니다.
여러분이 먹히고 먹고, 쫓기고 쫓고 부딪침을 거듭하며 뼈아픈 그 세월을 지나오면서 진화돼서 인간까지 왔다 하더라도 인간 이 자체, 만물의 영장이라고 이름을 붙인 인간으로 세 번을 태어나 살아야 인간 됨됨이가 제대로 된다, 바로 부처님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짐승으로 살다가 금방 인간이 된 사람은 가끔 짐승의 짓을 잘해서 행동 자체가 거칠고 악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한생각을 돌려서 공한 자체를 알고 인간으로서 행해야겠습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이 돌아가는 지금 이 시점의 공한 자체를 부처님께서는 바로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니라.” 하셨습니다. 그랬는데 아까 말했던 그 사생 자체가 얼마나 묘한지…, 물의 성질을 띄고 나왔기 때문에 물에서 살고, 또 흙에서 살고, 습한 흙에서 살고 또는 날아다니며 사는 사생들이 불성을 다 가졌지만 사람만이 좋고 나쁜 것을 알고 있는 인간이 되었단 말입니다. 나쁜 짓도 하겠지마는 좋고 나쁜 것은 다 압니다. 인간도 차원의 그릇이 있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러나 여러분의 몸속에 있는 중생들은 바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잘 아는 게 아닙니다. 그건 왜냐하면 여러분이 과거에 인연 지은 대로, 악업 선업을 지은 대로 여러분의 몸속에 뭉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고덩어리라고 하지요. 그러나 여러분 속에 있는 그 자체 생명의 의식들은 스스로, 내가 잘못됐다 잘됐다 하는 걸 모릅니다. 그러니까 자기의 몸에 있는 자생중생을 제도하려면 여러분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이 바로 다스리며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안에서 나오는 것은 안에서 나오는 것대로 둘이 아닌 까닭에 바로 그 마음이 한마음에서 나온 것이니 한마음에다가 놓고 다스려야 한다는 얘깁니다.
모든 마음들을 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옳다고 하시겠지만 그거는 여러분의 생각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입니다. 다 여러분의 생각이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옳은 게 하나도 없고 그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으면 작은 대로 쓸모가 있고 크면 큰 대로 쓸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도 쓸모없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하찮은 허망함 속에 진짜 참자기가 있으며 참진실이 있고 실행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둘이 아닌 까닭에 한 사이가 없이 하고, 또는 하고도 한 사이가 없이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마음의 도리를, 스스로 고정됨이 없이 한 발 한 발 떼어 놓으면서도 짊어지지 않고 가는 그런 도리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지고 다니는 것처럼, 놓으면 죽는 것처럼 이렇게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이 나오기 이전의 배낭
200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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