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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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지옥 중생 다 성불 할 때까지
지장보살 원력 우리 삶속에서 실현될 때 불국정토
마음 밝으면 극락 어두우면 지옥,‘둘 아님’ 알아야

[원문]
地藏大聖威身力(지장대성위신력)
恒河沙劫說難盡(항하사겁설난진)
見聞瞻禮一念間(견문첨례일념간)
利益人天無量思(이익인천무량사)
-흥국사 명부전

[번역]
지장대성 위신력은
항하사 겁을 설해도 못 다함 일세
잠시 동안 보고 듣고 절하더라도
인간 천상 이익 됨이 한량없도다.

[선해(禪解)]
올해는 유난히도 이 나라에 슬픈 일들이 많았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서거를 했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확연히 그 궤를 달리한다. 한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한 분은 아흔 가까이 사시다가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어차피‘죽음이란 둘이 아닌 하나’다. 인간은 그 누구도 생로병사의 아픔을 벗어날 수 없다. 부처님이 출가를 해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로병사의 아픔을 모두 겪으며 남북화해의 정상 회담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자신의 민주적인 원(願)을 모두 이루고 세상을 떠난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그 꿈을 모두 이루지 못하고 이 땅을 떠났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정기 라디오 연설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보내고 맞이한 새로운 국면(局面)에 대해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제는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열어 여 야 통합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왜 이 대통령은 이러한 발언을 했을까? 여기에는 일종의 자성적 반성이 깔려 있다. 아니 진작 정치권은 그렇게 해서야 옳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일말의 계기가 있다. 이나마 이 대통령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젠 정말 화합과 소통의 시대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는 절감했을 것이다.
참으로 시대는 많은 변천을 거듭했다. 국민의 마음과 눈도 이제 열려 있다. 옛날 그 무지 했던 민초(民草)가 아님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국민을 상대로 해온 일련의 정책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눈과 귀를 닫아 버리고 일사천리로 자신의 정책만을 펴왔던 정책을 버리고 이젠 정말로 지역, 계층, 세대를 아우르고 불필요한 종교적 편향에서 벗어나 종교적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보장해야 한다. 이젠 정말 통합과 소통의 시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의 주련 여행은 가까운 서울 근교 사찰이다. 흥국사는 한국불교가 왜색불교를 몰아내고 선불교(禪佛敎)중심의 조계종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찰로서 1954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의 정화유시의 발단이 된 곳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이 사찰에 들렀다가 아이의 기저귀가 빨래 줄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왜색불교인 대처승을 몰아내는 정화유시를 발표, 한국불교정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어쩌면, 이곳은 암울한 한국불교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절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은 절이라 할 수 있다.
흥국사의 창건의 역사는 깊다.‘미타전 아미타불 복장 연기문’에 수록된 것을 보면 1,300 여 년 전 신라문무왕 원년에 당대 최고의 고승이었던 원효 대사가 북한산 원효암에서 수행을 하다가 북 서쪽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내려 왔다가 서기를 발하고 있던 석조 약사여래(藥師如來)부처님을 본 후, 인연도량이라 생각해 본전(本殿)에 약사부처님을 모시고 ‘상서로운 빛이 일어난 곳이라 앞으로 많은 성인들이 배출될 것이다’ 하고 절 이름을 흥성암(興聖庵)이라 지었다고 돼 있다. 이후 조선 숙종 때 중창을 하고 영조 시대에 크게 발전을 시켰다고 돼 있다.
특히 영조 대왕은 미타전 아미타불을 개금 중수 했으며 생모 숙빈 최씨의 묘원인 소녕원에 행차했다가 많은 눈을 만나 이를 피해 이곳에 들러 하루 밤을 머문 뒤 아침에 일어나 한편의 시를 적었는데 ‘朝來有心喜 尺雪驗豊徵: 아침이 돌아오니 마음이 기쁘구나. 눈이 한 자나 쌓였으니 풍년이 들 징조로다’라는 시구(詩句)를 편액(扁額)으로 만들어 친히 하사하며 약사전을 중창, 왕실의 원찰이 돼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후 많은 스님들이 중창을 하다가 관선, 법헌 스님에 의해 후불탱화와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조성했다. 특히 이 사찰에서 유명한 것은 설법전으로서 정면 7칸 측면 8칸 규모의 H자형 팔작지붕 건물이다. 이곳은 조선후기 흥국사가 불화를 조성하는 불모(佛母)들의 근거지인 경산화소(京山畵所)로 불려질 때 이 건물에서 많은 불화를 조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흥선대원군이 쓴 ‘흥국사(興國寺)’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내부에는 근래까지 만월보전에 봉안했던 팔상탱과 괘불, 천수천안관음보살좌상, 지장탱, 신중탱, 범종 등을 봉안하고 있다. 이 밖에 흥국사는 약사기도처로도 널리 알려지고 있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에게는 출가(出家)한 딸이 하나 있었다. 속가의 아버지인 이성계가 병이 나자 약사여래를 바로 이곳에 조성했다. 이 후 흥국사는 신병으로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이 절에서 치성을 올리면 건강을 회복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시왕전의 내부에는 중앙의 목조지장삼존을 비롯해 시왕, 판관, 귀왕, 사자, 장군 등의 명부권속을 배치했다. 이러한 존상 뒤로는 1792년 조성한 지장탱과 역시 같은 해에 조성한 시왕탱이 봉안돼 있는데 시왕전의 주련은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담고 있다.
‘지장대성위신력 항하사겁설난진: 지장대성 위신력은/ 항하사 겁을 설해도 못 다함 일세.’
원래 지장보살은 도리천궁에서 석가여래의 부촉을 받고 매일아침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根機)를 관찰, 석가세존이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 할 때까지 몸을 육도(六度)에 나타내어 천상에서 지옥까지 고통에 빠진 일체중생을 다 구원하고 그 모두가 성불한 후에 스스로 성불하겠다고 했던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보살이다. 여기에서‘항하사’란 갠지스 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무한히 많은 것 또는 그런 수량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으로서 지장보살의 원력은 그 항하의 모래로도 다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견문첨례일념간 이익인천무량사: 잠시 동안 보고 듣고 절하더라도/ 인간 천상 이익 됨이 한량없도다.’
이러한 지장보살을 중생들이 잠시 동안이라도 보고 듣고 절하더라도 큰 공덕(功德)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인간의 마음속에 극락과 지옥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이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으면 그것이 지옥이요, 밝으면 극락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모든 것은 몽환포영(夢幻泡影)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셨던 것이다.
세상에는 분명히 영광스러운 죽음이 있으며 비굴한 죽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의 죽음을 두고 어찌 일설(一說)을 감히 할 수 있겠는가? 실로 우리 중생들은 그들이 가졌던 권력과 명예, 무한한 물질을 가질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생이란 ‘한갓 꿈이며 환에 지나지 않고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몽환포영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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