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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전략적 의미 찾아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서명 당사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남북화해협력을 위해 헌신해왔던 김대중 前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마지막 혼을 불살랐던 과제는 남북문제였다. 북한이 김기남 비서를 단장으로 ‘특사조의방문단’을 남측에 파견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접촉과 이명박 대통령 면담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고위당국간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대통령의 서거는 남북화해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민주화뿐만 아니라 통일문제에도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갖고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냉전구조해체를 위해 노력했던 지도자였다. 남북화해협력정책을 주도해왔던 김대중 前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햇볕정책’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의 기본 가정은 북한의 조기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북한정권은 자체의 힘으로 변하기 어려운 정권이란 전제하에서 햇볕정책을 통해서 북한의 변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냉전구조해체구상’은 기존의 정전협정에 기초한 냉전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현상타파 노력은 현상유지를 바라는 국내외 세력의 저항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적인 합의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이상 적대관계를 지속해왔던 남과 북이 공존공영관계로 관계설정을 새롭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북한을 공존과 협력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둘러싸고 현재까지도 남남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현 집권세력이 내놓은 선거구호 중에 가장 자극적인 구호는 ‘친북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이다. 해묵은 이데올로기 덧씌우기로 지난 10년의 ‘진보정권’의 대북정책을 폄훼하고 ‘경제 살리기’란 발전주의 패러다임을 내세운 보수세력이 집권했다.
‘실용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의 본질적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포기하고 먼저 변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복원은 어렵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을지, 아니면 화해협력을 주도했던 햇볕정책의 창안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의 계승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대북 강경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며 남북갈등이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6·15 선언의 서명 당사자인 김대중 前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봐야 할 것이다. 김 前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6·15선언에 대한 평가도 ‘정치화’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前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6·15선언이 역사로서 사멸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로 되살아나 부활할지는 정치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김 前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대북전략으로서의 햇볕정책의 전략적 의미를 찾아서 대북정책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약 없는 급변사태론에 기대어 요행을 바란다면 남북관계 복원은 요원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다.
200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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