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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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전하는 오직 하나는?
‘세 번 전한 그 뜻’ 부처님과 역대조사 다르지 않아
중도화합으로 나와 남 분별없는 삶 실천할 때 행복

[원문]
이심전심시하법(以心傳心是何法)
불불조조유차전(佛佛祖祖唯此傳)
조계산상일륜월(曹溪山上一輪月)
만고광명장불멸(萬古光明長不滅)
-조계사 일주문

[번역]
마음이 마음으로 전하는 법이 그 무엇인가
부처님과 역대조사가 오직 이를 전하였네.
조계산 꼭대기에 걸린 둥근 달처럼
만고에도 이 지혜광명 영원히 멸하지 않네.

[선해(禪解)]
며칠 전, 지장재일 법문을 하기 위해 제주도 천왕사(天王寺)에 왔다. 한 여름의 땡볕인데도 시원한 바닷바람 때문인지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사색의 끈을 풀고 명상을 이끌어 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풍광(風光)이다. 이곳에 앉아 차를 마시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요즘,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는 ‘중도와 통합’이다. 과거 한국 사회는 정치와 종교 문화에서 매우 폐쇄적이었다. 이것은 정치적 이념에 의해 좌지우지 된 탓으로 다분히 사회의 모든 귀와 눈을 닫아 버린 결과이다. 하지만 이젠, 이 시대는 합리적인 사회적 통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이며 요청이다. 중도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화합을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이를 빨리 깨우쳤다면 한국 사회는 정치문화뿐만 아니라 종교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한국불교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조선 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멸망의 기로에 서 있었을 때도 몇 몇의 위대한 선승(禪僧)으로 인해 그 명맥을 이어 왔으며,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불교의 본질이 퇴색됐을 때도 만공 스님 이하 효봉·동산·금오 스님의 불교정화운동 정신으로 오늘날 그 명맥을 찬란히 이어 왔다. 하지만, 그 이후 군부에 의한 법난과 일련의 좋지 못한 사태로 인해 한 때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시점에 불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와 화합의 정신’이다.
부처님 사상의 근원은 ‘중도’이다. 이는 불교의 원천적 사상이며 불교인들이 미래에도 점진적으로 가져야 할 안목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국불교가 부처님의 위대한 사상인 ‘중도’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한국불교의 미래를 지향할 선승이라면, 이를 바탕으로 종교인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이념은 ‘화합과 사랑, 자비’가 바탕이 돼야 한다. 더 이상 반목과 투쟁이 연속돼서는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교생활의 궁극적 목표는 ‘마음 닦음’에 있다. 먼저 종교인들이 마음을 청정하게 하지 않고서는 결코 종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국민들로부터도 종교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중도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어떻든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그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서민 위주의 중도 실용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두텁게 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은 매우 정치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도적 시각은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도 반드시 가져야 할 시각이다. 이제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지역적 연대나 문중(門中)의 연대를 끊고 진정으로 한국불교를 이끌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불교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내년이 한국불교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기점에 놓여 있다고 벌써부터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앞으로 예견된 어떤 큰 일(?)을 앞두고 생긴 염려 때문일 것이다. 왜 그들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산승으로서는 유감스럽고 통탄할 일이다.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불교의 가장 즐거운 행사가 오히려 그들에게 하나의 사건으로 회고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비단, 이것은 그들의 시각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불교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불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치적인 색(色)을 가지고 있어도 안 되며 다만, 부처님의 법안에서 모든 일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러한 부처님의 법인 ‘중도’와 오늘날 국민적 염원인 ‘통합’을 바탕으로 불교도 변하지 않으면 결코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말하자면, 불교에서의 중도실현은 곧, 2000만 불자들의 종교적 삶과 괴리된 관념과 구호로부터 벗어나 종교적 화합의 실현에 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종교의 궁극적 목표이며 ‘중도’적 삶인 것이다.
오늘의 주련 여행은 조계사 일주문이다. 그동안 많은 사찰을 탐방했지만 정작 한국불교의 1번지인 조계사를 찾아가지 않았다.
조계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한국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총 본산(本山)이다. 따라서 조계사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일주문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이 바로 근대 한국불교의 고승인 만공 스님이 주창하신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심전심시하법 불불조조유차전’은 부처님의 삼처전심(三處傳心)을 뜻한다. 부처님은 일찍이 제자들에게 ‘세 번의 법’을 전했는데 오늘날 불교의 대표적인 선수행의 기본이 되는 간화선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세 곳에서 세 가지의 마음을 전했다는 의미이다.
첫째 ‘다자탑전분반좌’인데 부처님이 다자탑 앞에서 설법하고 있을 때 가섭존자가 그곳에 나타나자, 부처님은 당신이 앉으셨던 자리를 반쯤 비켜 앉고 그 자리에 가섭존자를 앉게 했다. 두 번째는 ‘염화시중의 미소’다. 대범천왕이 영취산에 모인 대중들을 위해 법을 청하자, 부처님은 말없이 제자들에게 받은 꽃을 들어보였으며, 마하가섭존자만이 꽃을 들어 보인 이유를 알고 빙그레 웃게 된다. 세 번째는 ‘곽시쌍부’이다. 부처님의 열반을 지켜보지 못한 가섭존자가 늦게 돌아와 안타까워하자 관 속에서 부처님의 두 발이 밖으로 나와 가섭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마음이 마음으로 전하는 법이 그 무엇인가’이다. ‘불불조조유차전’은 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는데 ‘부처님이나 역대조사가 오직 이것을 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찍이 ‘마음과 마음으로 전하는 법은 부처님과 역대조사들이 전한 법’이라는 것이다.
‘조계산상일륜월’은 조계산 꼭대기에 걸려 있는 둥근 달처럼 부처님의 법은 ‘만고광명장불명’ 즉, ‘만년 동안 지혜광명이 영원히 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만큼 부처님의 법은 영원히 멸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히 조계사의 일주문에 새겨진 주련의 의미는 한국불교의 모든 정신을 아우르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불교가 선불교 중심으로 흐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례라고 하겠다.
부처님이 보여 주신 ‘삼처전심’ 법의 핵심도 바로 이와 같다. 인간의 모든 마음은 얼굴 속에서 나타난다. 항상 남을 위하고, 남을 칭찬하고, 남에게서 고마움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이 땅에는 더 이상 인면수심의 범죄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부처님이 전하는 이심전심의 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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