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 종합 > 기사보기
27.끝없이 정진해 ‘대자유’얻으라
모든 것은 변하고 시간도 멈추지 않으니 ‘무상’
자신의 ‘취약’알고 부지런히 염불하면 ‘극락왕생’

[원문]
찰나생명무상법(刹那生命無常法)
취산순환유루인(聚山循環有漏因)
금오출몰촉년광(金烏出沒促年光)
옥토승침최로상(玉兎昇沈催老相)
인수정고어소수(忍受井枯魚少水)
영용상핍서침등(寧容象逼鼠侵藤)
도자취경조수행(覩玆脆境早修行)
근념미타생극락(勤念彌陀生極樂)
-단양 방곡사

[번역]
찰나에 생하고 멸하는 것이 무상의 법이며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은 유루가 원인이다
금 까마귀는 떴다 졌다 연광을 재촉하고
옥토끼는 올랐다 잠겼다 하며 늙음을 재촉한다.
우물이 말라 고기가 어찌 참고 있을 것이며
코끼리가 핍박하고 쥐가 덩굴을 갉아 먹으니
취약한 경계를 일찍 깨달아 수행을 해야 한다
부지런히 아미타불 염불해 극락에 왕생하자

[선해(禪解)]
나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인 1953년, 지리산 토벌대에 참여해 수많은 죽음을 곁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이다. 당시 지리산의 한 초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빨치산의 습격으로 인해 대원들이 모두 죽고 나는 포로가 됐다. 다행이도 동료 한 명과 함께 빨치산의 근거지인 지리산으로 끌려가다가 도중에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다. 그 후 시즙(屍汁)이 흐르는 죽음의 현장에서 진저리를 치다가 실상사 약수암에서 금오 스님을 만나 출가를 했다.
그 때 만난 금오 스님의 눈빛은 참으로 형형했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지리산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나는 당시 어린 나이로서는 견디기 힘든 죽음의 공포에 매일 시달렸다. 그런 나에게 금오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고 죽는 것보다 큰 사건도 없지만 우주의 섭리에서 보면 이 또한 풀잎 위의 이슬처럼 허망한 것, 마땅히 대장부라면 수미산처럼 높은 깨달음을 얻어 생사해탈에 이르러야 한다. 청년이 만약, 번뇌의 망상에서 벗어나 대자유를 얻으려면 출가를 해야 한다. 절에 들어와 수행할 생각은 없는가?”
스님의 말씀이 귀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대자유라는 말에는 귀가 솔깃했다. 나는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심을 하고 금오 스님을 찾아갔더니 나를 보시자 말자 하시는 말씀이 “올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금오 스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님, 힘이 들어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출가를 해야겠습니다.”
“그래 너를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더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엇인가 모르게 둔중한 것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님은 말씀을 이어 나갔다.
“맑고 깨끗한 유리창에 서면 만상(萬象)이 모두 깨끗하게 보일 테지만 흐리고 더러운 유리창에 앞에 서면 모든 사물이 더럽게 보일 것이다. 선악미추(善惡美醜)의 기준은 어디에서 생기는가? 오직 모든 것은 마음 하나에서 만들어진다.”
가슴을 울리는 말씀이었다. 어느새 어지러웠던 모든 망상이 사라지고 평안한 마음만 남았다.
“스님, 저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까?”
“이 세상 부처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그 후 나는 탄성 스님께 무명초(無明草)를 깎았다. 머리카락과 함께 오래 동안 내 발목을 잡았던 모든 망상들도 모조리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불가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다.
오늘 내가 출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다. 요즘 출가를 하는 젊은이들은 너무 편안하게 생활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고난과 고뇌를 만난다. 때론 일순 좌절을 할 때도 있으며 극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마음 한 번 제대로 먹으면 세상 못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어려움이 조금만 닥치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수행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잘만하면 한없이 좋은 길이지만 잘못하면 이중의 죄를 짓는 게 바로 스님 노릇이다. 우선은 부모님과 연을 끓고 떠나니 자식도리 못하는 것이 첫째요. 신도들이 바친 지극정성의 시주를 탕진하는 것이 두 번째 죄이다. 이를 명심하고 출가의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련여행은 주로 명찰이나 고찰들만 해 왔다. 이번에는 단양의 방곡사를 소개할까 한다. 방곡사의 회주는 묘허 스님이다. 묘허 스님은 부처님의 인과법인 ‘인과이야기’와 ‘49재 법문’으로 널리 알려진 큰스님이다. 지금도 스님의 법문을 들으려고 전국 사찰 곳곳마다 요청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알아듣기 쉽고 명쾌하게 인과 법문을 해 주시고 계시는데 교계나 불자들에게는 명법문으로 유명해 호응이 실로 엄청나신 분이다.
묘허 스님의 수행과정도 나와 같이 만만찮다. 스님은 일본 오사카 의대 전문의 과정을 밟다가 군의관에 강제 징집돼 군복무 중 해방돼 출가한 화엄 스님에게서 득도(得度)하셨는데 출가 후 무려 십년 동안 매일 오십 번 씩 법당 마루를 닦는 혹독한 수행을 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은사스님을 이해하지 못해 화도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 은혜에 깊이 감사드린다”
덕분에 단양의 방곡사는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름 있는 도량으로 가꾸어 놓았다. 스님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풀과 꽃들을 좋아해 언제나 직접 넓은 밭에 물을 주고 가꾼다. 스님이 방곡사를 창건한 것은 10년 남짓이지만 전국 제일의 기도도량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주련도 직접 지어 걸었다고 하신다.
‘찰나생명무상법 취산순환유루인.’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은 찰나에 반드시 멸하는 것은 불교의 무상법이다. 하지만 생사가 ‘있다 없다’ 하는 것은 유루가 원인이다. 여기에서 루는 샐 루(漏)자를 뜻하는데 말하자면, 주상보시가 공덕으로 돌아와도 유루(有漏)의 복에 그치지만 무루(無漏)의 복인 무주상보시는 셀수 없이 많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생들은 이 유루가 원인이 되어 항상 생사윤회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오출몰촉년광 옥토승침최로상.’
금 까마귀는 하늘의 태양을 뜻하고 옥토끼는 달을 말한다. 즉, 태양과 달이 연광을 재촉하듯이 인간은 자신의 자성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재촉한다는 뜻이다.
‘인수정고어소주 영용상핍서침등.’
우물의 물이 말라 고기가 살지 못하고, 코끼리가 핍박하고 쥐가 덩굴을 갉아 먹듯 인간의 생명은 생사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도자취경조수행 근념미타생극락’ 해야 한다는 스님의 전언(傳言)이다.
오늘날 인간의 목숨은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이 생로병사를 깨닫고 출가를 결심했듯이 우리들도 ‘고기가 물이 마르고 코끼리가 몰려오고 쥐가 생명의 덩굴을 갉아 먹고 있듯’ 이 취약한 경계를 바로 알아, 일찍부터 부지런히 아미타불을 부르고 수행해 극락왕생을 하자는 깨달음의 경구(警句)이다. 이 속에는 그 어떤 고승의 게송 못지않은 깊고 오묘한 진리가 숨겨져 있다.
우리의 삶은 ‘쥐가 덩굴을 갉아 먹듯이’ 남은 생들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다.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러한 죽음의 한 때를 결코 피하지 못한다. 때문에 어서 자기 마음을 닦고 수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8-05
 
 
   
   
2024. 5.1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