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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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보다 마음 먼저 다스려야 …
인간 세상은 본래 불공평한 것일까? 세상 한쪽에서는 굶어 죽거나 영양 부족으로 시름시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나고 체중 과다와 비만증 때문에 신종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굶주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굶주리는 사람들은 입을 옷과 잠을 잘 곳이 없을 것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공부시킬 가능성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꾸거나 신분 상승은 꿈이라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 원인과 배경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전문가마다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로 인한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데에는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옛 속담에 “100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탐낸다”는 말이 있지만,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 정도가 아니다. 수천 억 섬을 가진 사람이 간신히 곡식 한 알을 가진 사람의 것까지 뺏어가려고 하는 상황인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제 우리나라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 보면 이처럼 불공평한 상황이 확실하게 드러나,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노숙자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남녀 모두 ‘지나친 몸무게 - 과체중’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였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선진국은,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어서 배가 튀어나온 사람들이 많은 곳’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되었다. 실은 ‘보릿고개’의 아픔을 잊어버린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국민들의 과체중을 걱정하게 되었으니, 이런 현상을 어찌 해석해야 될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반영하는 현상이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어린 시절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물만 들이켰던 ‘아픈 추억(?)’이 있어서 이와 같은 진단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굶주리는 것보다는 과체중이 그래도 나을 듯싶고, 그런 내 과거사 때문인지 나는 아직도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탐욕을 끊지 못하고 있다.
부처님 말씀대로 음식이란 ‘몸을 지탱하기 위한 것, 몸을 보존하여 묵은 병을 고치고 새로운 병이 생겨나지 않도록 기력을 충족시켜주는 것’이고, 그래서 음식물을 먹을 때에는 ‘탐착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증일아함경>47, 목우품(牧牛品))
그런데 이 기본적인 조건을 넘어서게 되면, 그것은 이미 과욕·탐욕이 되어 ‘몸을 지탱하기 보다는 망치게 되고’, ‘묵은 병을 고치고 새로운 병이 생겨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묵은 병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아침 운동을 하고 스포츠 센터나 사우나에서 땀을 많이 흘려서 살을 빼면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아주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한 것이다. 체중 과다와 비만의 원인은 과도한 욕심이자 온갖 것을 무한정하게 갖고 싶은 탐욕인데, 그 원인을 다스리지 않고서는 근본 치유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을 다스려서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탐욕을 제어하고, 모든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보살의 길을 가며, 물욕에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체중 과다와 비만 단계에 들어섰다”는 최근의 보고는 우리가 새삼 마음공부를 하게 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200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