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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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거 닥치는 대로 부딪치는 대로 근본에다 놓아야
주인공이라는 그 자체가 여러분을 형성시켜서 끌고 다니는데
왜 여러분이 생각으로 괜히 이렇다 저렇다 걱정을 하십니까!

내가 똥 누고 밑을 깨끗하게 씻는 것도 회향이에요. 밥을 먹고 소화가 잘된 것도 회향이에요. 크고 작은 게 따로 없어요. 일을 하고 아주 잘 정돈하고 줄 거 주고 빚진 거 없이, 고마움을 그저 고맙다고 해서 끝을 맺고 이러는 게 바로 회향이죠.
그래서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고도 그 은혜를 바깥으로 돌릴 게 아니라 그 은혜를 갚게 해 준 주인공한테 감사하고 모든 것을 내 주인공에 놓아야죠. 체가 없는 영령의 조상들이니까 자기 주인공에 한자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종자가 이 허공 안에 꽉 찼다 하더라도 바로 한 종자지 두 종자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한군데다가 하면 다 하게 되는 거죠. 지금 스님네들을 불렀는데 당신 주인공에다 하면 내 주인공도 둘이 아닌 까닭에 전부 회향이 되는 거죠. 스님은 빼놓고 회향한 게 아니에요. 거기에 더불어 일체제불까지요.
질문자2(남): 진정으로 제 자신에게 회향을 하니까 더불어 스님께 진정한 존경심이 생기기에 제가 이렇게 질문드렸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아까 스님께서 설산에 대해 설명해 주신 그 마음법을 저희가 따르지 못하기에, 예를 들어서 같이 공부하는 도반이 됐든 동료가 됐든 간에 그분들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든지 집에서 수행하고 계실 때 저희가 굳이 찾아서 격려할 필요가 뭐 있나 이런 생각을 간혹 가질 때가 있거든요. 전에는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요. ‘굳이 쫓아가면서까지 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마음으로 돌려 주면 되는데….’ 하고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이 메말라지고 우리가 갈 수 없을 때는 불가피하게 그렇게 해야 되지만 찾아갈 수 있다면 정도 주고 정담도 나누고 마음도 서로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으로 하면 되지 꼭 쫓아가서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이런 분분한 생각들이 오고 가기에 스님께 질문 또 드립니다.
큰스님: 그런데요, 그러기에 물질세계와 정신세계를 같이 저울에 달아도 기울지도 틀지도 않아야 된다 이런 말이죠. 당신이 가야 그쪽도 당신이 온 줄 알죠?
질문자2(남): 예.
큰스님: 예, 온 줄 아는 그 만남이, (양 손가락 끝을 서로 붙여 보이시며) 전깃줄과 전깃줄이 같이 붙어서 불이 들어오게 돼 있거든요. 그쪽에서 도통을 해서 드러누워 있다면 왜 당신이 가고 오고 해야 돼요? 그러니까 서로 만나야 마음이 붙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물질세계도 버려서 되는 게 아니고, 즉 말하자면 육신을 버리면 공부 못 해요. 육신도 소중하고, 정신계로 인해서 육신이 생긴 거니까 둘이 아니다. 이건 콤비다. 정신계로 인해서 육신이 형성됐고, 형성된 자체를 끌고 다니는 정신계의 주인공이 바로 콤비가 돼서 돌아가는 그 이치를 아시면 그대로 그냥, 그대로 아주 ‘왔다’ 예요. 하하하…. 속된 말로 말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부처님을 모셔 놨으니까 ‘아이구, 부처님은 나보다 더 귀중하고 나보다 더 위대하지.’ 이러지만요, 부처님을 저렇게 겉에다가 내놓고 다니는 게 아니라 우리는 마음속에다가 아주 모시고 다니거든요. 가죽 속에다 넣고 다니지 왜 바깥으로 들고 다니느냐고 원효 대사가 말했듯이 그렇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으면 배우질 못하니까 방편으로다가 해서 이끌어 가면서 마음을 깨우쳐 주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자기를 절하게 해서 겸손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이기도 해요. 여러 가지 가지요.
질문자2(남): 감사합니다.
큰스님: 어, 지금 보니까 모두 공부들 잘하고 계신데요. 정말 첨단의 원리까지 아시겠어요, 이제. 허허허….

질문자3(남): 큰스님, 멀리 미국까지 여행하시고 피곤하신데도 저희들을 위해서 법회를 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대구지원에서 왔습니다. 큰스님께서는 항상 법문에서 유(有)의 법과 무(無)의 법을, 양면을 다 놓으라고 저희들한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계가 올 때마다 양면을 다 놓고 나갑니다마는 항상 유의 법쪽에서, 물질세계에서 큰 경계가 밀려옵니다. 이 경계를 약 2년간 정면 돌파를 해 왔습니다.
지금도 또 큰 경계가 아직도 해결 안된 게 있지만 저는 죽었으면 죽었지 물러날 마음은 손톱만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양면을 다 놓고 나가는 데는 생명까지, 생사까지 다 놓는 것이 그 양면을 놓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맞는지 그걸 묻고 싶고요.
그리고 놓고 지켜보는데 지켜보는 기간이 짧게 해결되는 것도 있고 또 길게는 1년 2년, 몇 년 가는 것도 있을 줄 압니다. 지켜볼 때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지요, 안 그러면 해결될 때까지 계속 관(觀)해야 되는지요. 그것도 여쭙고 싶습니다.
큰스님: 지켜보는 놈이 있고 하는 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켜볼 것도 없죠. 진짜로 믿는다면 지켜볼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정신계와 물질계가 콤비가 돼서 돌아가는데 뭘, 정신계니 물질계니 이유가 거기 들어갑니까. 그러니까 모든 거 닥치는 대로, 부딪치는 대로 거기다가 놓으라는 얘기죠. 거기다 일임을 하시면 그대로 반영됩니다. 그대로 정신계에서 물질계로 나오듯이, 우리가 솥에 쌀을 넣으니까 그냥 익어 나오더라, 이런 거와 같이 말입니다.
질문자3(남): 예. 그런데 병고라든지 제 몸이나 주위의 식구들 몸 또는 아는 사람들은 놓고 맡기고 관하면 잘 통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세계에 얽혀 있는 큰 경계 같은 거는 시일이 흐르기 때문에 그게 힘들고 그렇습니다.
큰스님: 그런 것도 생각지 마세요. 물질세계에서 어떤 것이 걸리든,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든 아무 참견을 마세요. 주인공이라는 그 자체가 댁을 형성시켜서 끌고 다니는데 왜 댁이 생각으로 괜히 이렇다 저렇다 하고 걱정을 해야 합니까? 죽이든 살리든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건데, 그리고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요.
질문자3(남): 그렇게 생사를 놓고 나가면 그것이 맞는 방법입니까?
큰스님: 네, 맞는 방법이죠.
질문자3(남): 감사합니다.
큰스님: 그래서 이 도리를 알면요, 차를 타면 ‘아휴, 내가 이거 사고 나면 어쩌나.’ 또 어디가 아프면 ‘이거 나쁜 병에 걸리지나 않았나. 자식들 두고서 내가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고달픔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이런 게 있죠. ‘죽으려고 하는 사람은 살고 살려고 하는 사람은 죽는다.’ 이런 게 있죠. 외아들이 왜 빨리 죽는 줄 아십니까? 하하하…. 그렇게 애지중지하면서 죽을까 봐, 놓으면 꺼질까 봐 애를 쓰고 그러니까 빨리 죽는 겁니다.

질문자4(남): 큰스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6월 30일에 공군 제대하고 새로 직장을 다니게 된 법우입니다. 그동안 진주 청년회에 나가고 있었습니다. 큰스님께서도 6월에 미국 다녀오시고 저는 이제 공군 제대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큰스님: 뭐라고 했는지 난 끄트머리에 잘 안 알아들렸는데….
질문자4(남): 예.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직장을 새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총각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남자들이 보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집니다. 저는 참 머리숱이 많았는데 요즘 거울을 보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이거 장가가는 데 영향이 있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약간 신경이 쓰여서요. 한번 맡겨 보자, 관해 보면 다시 나는 도리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 큰스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큰스님: 그래서 내가 뭐랬습니까? 일거수일투족이 다 그놈이 하는 거니까 그놈한테다 놔라. 이걸 일일이 하나하나 얘기해 줄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말씀드리죠. ‘그래, 머리털이 빠지면 장가도 못 들잖아. 너, 빠지지 않게 하는 것도 너야.’ 하고서 그냥 거기다가 놓으란 말입니다. 생각날 때마다 그렇게 놓으세요. 그럼 오히려 숱이 많아질 수도 있죠.
질문자4(남): 스님, 감사합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큰스님: 하하하…. 그러니까 한 가지만 가지고 내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방팔방, 만법을 그대로 움죽거릴 수 있는 원동력을 바로 여러분이 가지고 있다 이 소립니다. 여러분이 그 에너지를 꺼내 쓰는데 ‘이런 데다 쓸 것인가 저런 데다 쓸 것인가. 어떤 차원에 쓸 것인가. 어느 때 어느 용도에다가 쓸 것인가.’ 여기에 따라서 에너지는 크게도 쓸 수 있고 작게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에너지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허공에도 꽉 차 있고 내 마음 그 줄에 따라서 전부 연결이 돼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말이 있죠. 이 도리를 알면 짊어지고 다니지 않아도 내가 쓸 때에 그냥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내가 살 때 마음대로 살 수 있고, 사는 날까지 내가 옷을 새로, 신식으로 바꿔서 입겠다 하지 않는 이상에는 좀 오래도 살 수 있고요. 또 너무 못쓰게 되면 좀 바꿔 입어야겠다 하는 생각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바꿔 입는다’ 이런 생각도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화(化)해서 다른 상세계에 어떠한…, 정말 필사적으로 이 세상을 다 바꿔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원력을 가지고, 즉 말하자면, 상세계에서 비행접시를 타고 자기 마음대로 자유자재하듯이, 그렇게 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죠. ‘비행접시에는 뭐, 생명이 없나?’ 하지만 말이에요. 생명 없이 있는 게 있나요? 하지만 내 마음이 차원이 높아질수록 달라지니까 내가 미리 모습을 이렇게 가지고 나와야겠다, 저렇게 가지고 나와야겠다 하지 마세요. 정말 옷을 벗을 때 어떠한 생각이 들면 그 생각으로써 그냥 그냥, 생각했던 그 자체가 그냥이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좀 정신을 바짝 차려서 ‘어떠한 거를 마음으로 연구를 했는데 물질세계에 그대로 나왔다.’ 이런 거 좀 연구들 안 해 보시렵니까? 우리 연구팀들도 그렇지마는 사사로이 사는 분들도 다 연구팀이다 이 소립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회 속에서, 이 우주 속에서, 어떠한 거를 파악하고 생각하는 것도 연구니까요. 연구가 뭐 별다로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요.
오늘 가만히 앉아서 테레비를 보다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느냐 하면 ‘야 참, 귀찮기도 무척 귀찮겠다.’ 하하하…. ‘저렇게 해서 수없는 나날을 가도 저거는 도무지 할 수가 없는데, 조금이라도 알고 간다면 좀 귀찮은 거를 면할 수 있을 텐데…. 한마음 도리를 알아야만 할 수 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귀에 들어오질 않아요. 번연히 듣는데도 아무것도 그냥 들리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 소용없는 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그러니까 여러분도 정신 차리셔서 우리가 조그만 거든지 큰 거든지, 이건 조그마한 것도 큰 것으로 할 수 있고, 큰 것도 조그맣게 할 수 있고 마음대로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공부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나치게 말을 하다 보면 또 역효과가 날까 봐 말 안 합니다. (합장하시며)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대기설법으로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실천하게 하기 위해서, 도가 어떤 것인지…. 구정물도 도예요. 구정물에 빠지는 것도 도고 하나 버릴 게 없는 것이 도예요. 버릴 게 없는 것이 도고 다 버리는 게 도이니 두 가지가 다, 양면이 다 버릴 게 없는 거죠.
그러니까 버릴 게 없는 것을 다 버리고 나면 버릴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고 그냥 내가 자유자재권을 얻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니까 여러분이 다 해 보시면 아시게 돼요, 뭐 나한테 다시 묻지 않아도요.
200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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