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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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부처의 모습으로 보면
집착과 번뇌 사라져 항상 ‘부처 마음’으로 살아

[원문]
구족신통력(具足神通力)
광수지방편(廣修智方便)
시방제국토(十方諸國土)
무찰불현신(無刹不現身)
-신륵사 극락보전

[번역]
부처님은 신통력을 갖추고
지혜와 방편을 널리 펴서
시방세계와 전 국토 어느 곳이든
그 몸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네.

[선해(禪解)]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다. 오늘날 사찰들이 물질만능주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삶의 해방감을 조금이라도 맛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번 쯤 찌든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안락을 찾는 것도 좋으리라 싶다.
인간이 종교를 믿는 것은, 보다 나은 삶과 정신적 안락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말하자면, 종교는 이념과 구도를 넘어서서 한 개인이 추구해야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종교를 믿는 이유 중의 하나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여 오래 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장수를 누린다는 것은 오복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심의 대상이다. 오래 산다는 건 생명이 있는 존재들이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법칙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볼 때, 대개 장수하는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편하게 하면서 자신의 형편과 분수에 맞게 적절하게 섭생을 조절하며 산 사람들이다.
백 년 전 영국의 유명한 의학자가 있었다. 그는 임종이 다가오자 가족을 모아놓고 밀봉한 상자를 건네주며 유언을 남겼다.
“이 상자 안에는 내가 평생 동안 연구한 ‘무병장수의 비결’이 들어 있다. 하지만 지금 공개 해서는 안 된다. 은행금고에 보관하되 어느 때인가 그것을 세상에 공개할 임자가 나타나면 그때 이 열쇠를 건네주어라.”
그 후 몇 년이 지나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돈이 많은 부호로서 당대의 부자였지만 몸이 병약해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유명한 의학자가 장수의 비결에 대한 유언을 남겼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자를 열어 보기 전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모은 재산의 절반을 고인의 기념사업과 의학발전을 위해 내놓을 테니 그 유언상자를 양도해줄 수 있겠습니까?”
가족들은 상의 끝에 고인이 말한 상자의 임자가 바로 이 사람임을 알고 열쇠를 주었다. 마침내 상자가 열리게 되자 많은 사람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부호는 겹겹이 싸인 흰 보자기 속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구절이 적혀 있었다.
“내가 일생을 바쳐 의학 연구를 하여 얻은 장수에 대한 비결은 오직 다음 한 구절에 불과하다. 모든 병의 원인은 음식을 잘못 섭취하는 것에서 연유한다. 그러니 음식을 되도록 적게 먹고 잘 씹어 먹어 위가 언제나 만복이 되지 않도록 하라. 또한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이것이 바로 건강의 지름길이다. 이대로 실천하면 만병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질없이 불로양생을 찾기 위해 헛되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라.”
많은 돈을 들여 유언상자를 사들인 부호는 노트에 기록되어 있는 그대로 실천하여 그 후 건강한 일생을 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무병장수의 비결은 이처럼 쉽고도 가까운데 있다.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찾아가 보면 소식하는 소욕지족의 삶을 통해 어쩌면, 오래 사는 비결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의 주련여행으로 들어가 보자. 여주 신륵사는 아름다운 남한강을 끼고 있는 천년 고찰로서 중요문화재인 보물이 많아 시민들이 많이 찾는 명승지다. 아미타 부처님을 주존으로 모신 극락보전은 조선 후기 건물이다. 양식적으로 보면 앞면과 옆면 각 세 칸의 팔작지붕으로 자연석의 주춧돌 위에 흘림기둥을 세우고 다포식 공법으로 지었는데 극락보전의 주련은 근대 서예가인 성당(惺堂) 김돈희(金敦熙)의 글씨다.
극락보전 앞 다층석탑(보물 제225호)은 조선 초기의 탑으로 탑 몸체 사면에 구름무늬와 용무늬가 새겨져 있는 뛰어난 대리석의 조각품이다. 조사당에 모셔져 있는 석종부도(보물 제228호)는 나옹 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봉 모양을 닮았다. 석종비(보물 제229호)는 나옹 선사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비문은 목은 이색(李穡)이 짓고 한유(韓愈)가 글을 썼으며 이인중이 새겼다고 한다. 또한 석등은 팔각 기단부 위에 팔각의 화사석과 옥개를 얹고 그 꼭대기에 보주를 올렸다. 각 우주에는 용을 양각하였고, 각 면에는 선(線)을 나타낸 창문이 여덟 개 있으며 창구(窓口)마다 비천상이 있다. 석등은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연등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색은 나옹의 비문에서 ‘보리의 몸은 이미 화장을 하였건만 강물과 달은 지난날과 다름이 없구나. 이제 신륵이 장강에 임하여 있고 석종이 거기에 우뚝 솟아 있어 달이 뜨면 그림자가 강에 거꾸로 걸려있고 물빛은 등불 빛 같고, 무럭무럭 타오르는 향기만 그 속에 엉겼으니 이른바 강월헌이로다. 비록 한없는 세월이 흐른다 해도 마치 보리가 살아있는 것만 같구나’하고 읊었다.
신륵사 극락보전에 새겨져 있는 주련의 의미는 위대한 부처님의 신통력을 한 눈에 보여 준다. 원래 부처님의 방편은 인간의 지혜로서는 다 헤아릴 수 없이 무궁무진하다. 그럼 부처님의 방편이란 무엇일까?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마음이 곧 부처이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내가 가진 마음이 부처인데 이를 자신이 잘 다스리지 못해 마라(魔羅)가 되고 만다.
그래서 옛날 조사 스님들은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 밝고/여름에는 바람 불고/겨울에는 눈 내리네/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인간사는 한결같이 호시절이 되리라’고 했던 것이다.
즉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만이 부처님이 가지고 있는 지혜의 신통력을 가질 수가 있다는 말씀이다. 이와 달리 인간이 괴롭고 힘든 것은 오직 자신이 지어내는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시비·분별을 일삼음으로써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가진 부처의 지혜를 잘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로 가슴을 울리는 진리라고 하겠다.
이처럼 우리가 그토록 만나기를 원하는 부처님은 시방세계, 모든 국토 어느 곳에서든 있다. 저녁에 바라보는 달빛, 별빛은 물론, 길을 가다 만나는 풀꽃조차 모두 부처이며 또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남편과 아내, 자식, 친구들도 모두 부처임을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내 마음이 부처가 되면 내가 만나는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이 부처가 되고 내가 마귀가 되면, 그들도 마귀가 될 수 있는 게 이 세상이라는 말이다.
이와 같이 부처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신륵사 극락보전에 새겨져 있는 주련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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