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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처를 말하다 ②
강 사 : 도법 스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일 시 : 2009년 6월 24일
주 제 : 여성, 부처를 말하다
장 소 : 서울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교육장
주 최 :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승만부인, “자비와 엄격함 갖춰 정법의 길 갈 것” 발원

‘무위자연’‘인위조작’ 두 법칙과 질서가 균형·조화 이뤄야
‘초기경전’ 실존인물의 역사, ‘대승경전’ 재구성한 이념서적

<승만경>은 재가자인 승만(勝) 부인을 주인공으로 한 경전이다. 정법(正法)의 유지와 일승(一乘), 여래장 사상의 대방편을 널리 전개시키기 위해 설법한 것을 수록한 경으로 승만 부인이 부처님 앞에서 법을 말하고, 부처님이 이를 인가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5월 28일부터 11월 26일까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도법 스님과 함께 하는 ‘여성, 승만경을 말하다’ 강연을 열고 있다. 도법 스님은 누구나 이해하고, 현실에서 실천하기 위한 강연임을 강조하고 있다. 6월 24일 열린 두 번째 강의에서는 승만 부인이 스스로 부처님께 정법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는 십대수(十大受)를 통해 절복(折伏)과 섭수(攝受)의 뜻을 살펴봤다.



#세상의 두 가지 법칙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법칙이 있습니다. 하나는 본래부터 있는 법칙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만든 법칙입니다. 사람들은 본래부터 있는 법칙에 대해서 무지합니다. 무지는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상대를 무시하는데 이릅니다. 심각한 모순과 혼란, 위험의 확대ㆍ증폭은 본래 자연의 법칙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됩니다.
‘이 세상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나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부처님이 깨달은 법은 연기법입니다. 연기법은 내가 이 세상에 오고 오지 않음에 관계없이 또 내가 깨닫고 깨닫지 않음에 관계없이 본래부터 있는 법이라 하셨습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법칙과 질서, 이것은 어쩌면 영원불멸의 법칙과 질서입니다. 시공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칙과 질서인 것입니다.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생자필멸(生者必滅)’.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본래부터 있는 법칙과 질서 즉, 절대적 진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법칙은 ‘금은 좋은 것이고 똥은 못 쓰는 것’ 혹은 ‘선악시비미추(善惡是非美醜)’와 같은 것입니다. 황금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돼지에게 주면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만약에 황금이 본래부터 보편적으로 좋은 것이라면 누구나 좋아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좋아하지만 돼지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동양에서는 본래부터 있었던 법칙을 무위자연의 법칙이라 했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법칙은 인위조작의 법칙이라 말합니다.
무위자연과 인위조작의 두 개의 법칙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법칙과 질서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명은 위기에, 사회는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인간과 자연, 이웃 간, 지역 간, 나라 간 공존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법칙이 균형을 맞추고 운영돼야 할 것입니다.
자연에는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자연은 그물코처럼 상호 의존해서 존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절대화 시키는 것이 없습니다.
인도의 우화에 보면 오수부동(五獸不動)이란 말이 있는데, 쥐ㆍ개ㆍ고양이ㆍ호랑이ㆍ코끼리 다섯 마리의 짐승들을 한자리에 모아두면 서로 눈치를 보느라 꼼짝도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인간이 만들어 낸 법칙에는 절대 강자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본래의 법칙과 질서에 대한 무지, 무시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자연생태 재앙으로 인한 문명사적 위기를 자초했고,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서로 의지해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 그리고 인간도 그러한 질서에 맞게 인간의 질서를 만들고 운영해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1장 여래진실의공덕장(如來眞實義功德章)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은 다릅니다. 초기경전은 2600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라고 하는 실존인물이 행한 역사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대승경전은 부처님의 사상과 철학, 정신을 종합해서 재구성한 이념서적 같은 것입니다.
<승만경> 1장을 보면 알 수 있듯 역사적 사실이 아닌 사상과 정신을 계승한 대승경전 입니다. 우리는 경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게 재구성해야 해야 합니다.
경전에 담긴 상징적인 뜻을 사실이라고 믿으면 불교는 미신이 됩니다. 상징적인 표현은 경전을 훨씬 쉽고 재미있게 하기 위한 방편인 만큼 항상 염두하며 읽기를 바랍니다.

“네가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였으니 그 선근(善根)으로 마땅히 무량한 아승기겁(阿僧祇劫)에 천신과 인간 가운데에서 자재로운 왕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승만에게 수기를 내리시면서 하는 말씀입니다. ‘여래의 진실한 공덕’은 무엇입니까? 진리의 위대성을 찬탄하는 겁니다. 존재 하나하나는 모두가 존귀한 겁니다.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본래부터의 진리에 따르면 마음에 상관없이 다 존귀한 겁니다. 내 마음의 기준이 아닌 사실(법)을 보고, 사실(법)에 맞게 마음을 써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찬탄’은 훌륭하다고 칭찬, 높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찬탄은 수행입니다. 진리의 존재, 다음으로 진리의 존재에 맞게 사는 사람을 찬탄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는 진리에 맞게 살아간 사람이고, 우리는 진리의 존재이지만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생입니다. 부처와 중생의 차이가 이것입니다.
진리의 존재를 보게 되면 누구나 다 평등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죽을 힘으로 용맹정진해야 할 일이 있다면 조작에 오염되지 않고 진리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부처, 본래청정한 것입니다. 한국사람이니 미국사람이니 남존여비니 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조작일 뿐입니다.

#제2장 십대수장(十大受章)
1.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받은 계에 대하여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2.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어른에 대하여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3.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중생에 대하여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4.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남에게 대하여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5.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정신적 물질적 법에 대하여 인색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6.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위해 재물을 모으지 않겠으며, 무릇 받은 것이 있다면 모두 가난하고 곤궁한 중생들을 성숙시키도록 하겠습니다.
7.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스스로 자신을 위해 사섭법(四攝法)을 행하지 않겠습니다.
8. 고독하거나 갇혀있거나 질병 등 갖가지 액난과 곤고(困苦)를 당하는 중생들을 본다면 반드시 편안하게 하기 위해 의(義)로 이익 되게 하고, 온갖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뒤에야 떠나겠습니다.
9. 살아있는 것을 붙잡거나 기르는 등 갖가지 나쁜 짓을 하거나 온갖 계를 어기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끝내 그대로 두지 않겠습니다. 마땅히 절복(折伏) 받을 사람은 절복 받고 섭수할 사람은 섭수하겠습니다.
10. 보리에 이를 때까지 정법을 섭수해 끝내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십대수(十大受), 열 가지 크게 섭수해야 할 것들을 받는다는 뜻이죠. 스스로 정법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다짐(自誓)하는 것입니다.
승만부인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발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모두가 진리의 존재인데, 누구에게 구걸하겠습니까?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고통을 해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하겠다고 원력을 세우고 있습니다.
십대수(十大受)의 핵심은 절복(折伏)과 섭수(攝受) 입니다.
자비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선한 것을 생각하는데 그런 것이 아닙니다. 관세음보살의 얼굴이 몇 개입니까? 십일면 관세음보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관세음보살의 얼굴은 한 면 뿐입니다.
섭수(攝受)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껴안는 모성애와 같은 대자비심입니다. 절복(折伏)은 굳이 비교하면 부성애와 같습니다. 흔히 엄부자모라고 하는데, 절복은 엄격한 부성애, 섭수는 자비로운 모성애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어느 하나만으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리=이상언 기자 un82@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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