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공부를 하는 데 그렇게 세세하게 이유를 따지고
분별을 하고 옳으니 그르니 한다면 저승세계는 맛도 못 봅니다
죠? 그럼 그걸 솎아 줘야지 솎아 주지 않으면 먹을 게 안 나오죠, 자라지도 않고. 그래서 솎는 일이 점차적으로 많아진단 얘깁니다. 이건 자연의 법칙입니다, 솎는 일이 생긴다는 건. 솎는 일은 생기되 같이 붙어 있는 건, 고추나무도 큰 것이 서로 한데 붙어 있으면 하나는 뽑아 내야 한 놈이 살죠, 그렇죠? 그렇게 크고 작은 걸 막론하고 붙어 있는 놈들은 다 솎아 내듯이 말입니다. 이 세상의 만물만생이 다 그러합니다. 그렇게 뽑아 내는 일이 점차적으로 생긴다. 그런 반면에 무엇이 또 거기에 대두가 되느냐.
우리가 만약에 정신계를 추구해서 물질계와 정신계가 아주 반반씩 100%가 돼서 움죽거리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긴 상세계가 됩니다. 중세계가 아니라 상세계요. 불국토가 된다 이 소리죠. 그건 왜냐하면 다른 혹성에다가 또 중세계를 만들 수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이런 게 없어도 살 수 있고, 저런 게 없어도 살 수가 있는 그런 상세계의 차원이 된다면 없어서 안 되던 물건이 그냥 다 딴 데로 가 버리고 말거든요. 딴 데로 이동이 된다는 얘기죠. 사람이 물건을 실어 날라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에요.
이러니 이 비밀스러운 모든 도리를 어떻게 여러분이 다 알고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마음공부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면, 이렇게 지금 내가 밭 얘기도 하고 솎는 얘기도 하고 이동된다는 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리 눈으로 끔찍한 모습들을 보기도 하고, 끔찍한 우리의 상황 그대로 짐승들도 미생물들도 그렇게 모두들 하고 있지만, 그 모두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 이동된다는 거, 여기서 쓸데없는 건 나지 않는다는 거, 이 모두가 우리의 심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이 심성이라는 것이 어마어마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어마어마한 도법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이지 이 허공 가운데 꽃이 피어서 열매가 맺는다 하는 뜻과 같습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이치를, 권리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이 몸이 다하기까지 공부해서 다시금 진화해서 이 세상에 나올 때 차원에 따라서 다시 그 도리를 알고 나오시면…, 부처님께서도 그 도리를 다 알고 나오셨지 모르고 나오신 게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한테 보여 줘야 그분을 믿죠. 그래야 이끌어 갈 수 있죠.
우리가 지금 잘 살고 못 사는 건 내가 거기다 놓고 하기에 달린 거죠. 어차피 중세계에서 사는 거, 어차피 우리가 행하는 것이 그대로 업이 되고 고가 되는 거니까, 그냥 업이 되고 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냥 도의 길이며, 이것도 도며 저것도 도며 다 도 아닌 게 없고 진리 아닌 게 없으니까요. 잘못됐다 잘됐다 할 것도 없어요. 그렇게 거기다가 자기 마음의 능력을 다 뺏기지 말고 좀더 진지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 질문을 하시고 알뜰한 법회가 되도록 논의하셔야 될 겁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여러분이 모르는 거를, 해 보지 않은 거를 말을 해 봤자 말만 어설프게 알지 자기가 실천을 할 수가 없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러니까 질문을 해서 자기가 완벽하게 알아서 실천을 할 수 있게끔 하시는 것이 정말이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다 지구를 집을 삼아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데, 그 집이 망가진다면 그 집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다, 생명들은 다 죽게 돼 있죠. 그러니까 ‘내 집을 내가 지키자. 또 이 몸뚱이라는 내 집을 내가 지키자. 내가 사는 사회를 내가 지키자.’ 하는 겁니다. 엊그저께 미국에 가서 들으니까요,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한다고는 못 들었어요. 학교에서 여학생이 폭력배가 되고 남학생들도 폭력배가 돼서 죽게 만들고 그렇게 한 예가 미국의 신문에 났어요. 지금 내가 말을 부드럽게 하니까 그렇지 그 신문에는 망칙하게 났었죠. 그런 걸 봤을 때요, ‘야, 이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 여러분한테 오늘 이런 말까지 하는 겁니다.
우리가 부처님 따라다니면서 공부하자는 게 아니라 부처님이 나시기 전에도 이 진리는 있었다는 얘기죠. 그분이 진리를 공부해서 여러분한테 이렇다는 걸 가르쳤는데도 불구하고 만날 소꿉장난하는 얘기들만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몸 벗고 가면 그대로 그 차원에서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 종자가 변하질 않아요. 내가 스스로 변하게 해서 변하는 것을 말하는 거지, 그냥 저절로 무기력하게 없어지거나 늙고 병들거나, 이렇게 변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무한한 묘법을 여러분이 다 가지고 계시니까 그 습과 착과 욕심, 그런 것도 거기 컴퓨터에 다 놔서, 앞서 집착하고 착을 뒀던 그 모두를, 그리고 살아온 관습에 의해서 생겼던 모든 일들을 다 컴퓨터에서 없어지게 만드는 작업이 바로 우리가 거기다가 다시 입력하는 작업이에요.
이렇게 말씀드려도 못 알아들으신다면 이건 안 되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스님들도 부처님이 어떻게 하셨다는 얘기를 자꾸 하시는데 부처님이 바로 여기 계셔도 우리를 대신해서 깨쳐 줄 수 없는 겁니다. 또 대신 밥 먹어 줄 수도 없고, 대신 살아 줄 수도 없고, 대신 행복해 줄 수도 없고, 대신 똥 눠 주고 잠자 주고 아파 주고 죽어 주고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인생은 참 고독하고 쓸쓸하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물질적으로 생각할 때는 한 식구라고 해도, 그렇게 애지중지해도 짚단 하나 베어서 묶어 놓은 거와 같다 이런 말을 하고 싶군요. 짚단 있죠? 그러니 여러분이 정신 바짝 차리셔야 공다리무우로다가 그냥 끝없이 나가는 게 아니라, 배기무우가 돼서 남들을 맛있게 먹여 줄 수 있는 거죠.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렇단 말입니다.
하여튼 오늘 질문들 하실 게 있으면 하세요. 그런데 질문도요, 이제는 우리가 좀더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질문하세요.
질문자1(남): 스님, 반갑습니다. 저는 수원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우리 나라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유행어처럼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하고 실업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 겪었던 내용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말씀드리고 그걸로 인해서 혹시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또 한편으로는 스님께 가르침도 청하고자 지금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제가 한 십여 년 동안 운영하던 회사를 2월에 팔았습니다. 팔고 제 나름대로는 그 동안에 다른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많은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그래서 1차 계획, 2차 계획 이렇게 세워서 빈틈없이 될 걸로 생각을 하고 회사를 판 돈까지도 전부 거기에 투자를 하고 그렇게 했는데, 2월 말부터 제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3월, 4월 두 달 동안 그 계획을 실행을 해 나가다 보니까 전혀 생각지도 않게 제가 계획했던 일들이 다 틀어지게 됐습니다. 한 2개월 정도 그러다 4월이 되니까 갑자기 앞길이 막막해졌습니다. 그리고 별생각이 다 들어요.
우선 생각 드는 것이 ‘아, 일이 계획대로 안되니까 우선 장기전을 펴야 되겠다. 장기전을 펴기 위해서는 쓰는 걸 좀 줄여 보자.’ 이런 생각이 우선 들어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 처와 같이 연구를 해 봤는데 전혀 줄여질 게 없어요. 특히 제 큰딸이 이제 대학에 들어가다 보니까 비용이 생각도 못하게 늘어나 있고 제 나이가 40대 후반이 되다 보니까 제 나름대로의 위치가 있어요.
그러니까 가족들이라든지 제 입장이든지 이런 걸 다 무시하고 살아갈 방법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비용이 줄어들지를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요즘 말하기 쉽게, 일 없으면 뭐 스페아 운전수를 하든지 아니면 어디 공사판에 간다든지 그런 말도 나옵니다마는 그러한 걸로 해 가지고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딱 돼 버렸어요.
그렇게 4월 말쯤 되니까 앞길이 그냥 깜깜해지는 겁니다. 그냥 어디를 돌아봐도 길이 안 보여요. 그러니까 불안해져요. 세상에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습디다. 그러면서 한 일 주일을 이제, 나갈 마음도 안 생기고, 그렇게 막막해지다 보니까 위축이 돼서 집에서 두문불출하면서 거의 감옥 아닌 감옥처럼 그렇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저는 합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 주일에 한 번씩 합창은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거는 제가 몇 년 하다 보니까 거의 습관이 돼서 상황이 어떻든 그렇게 되게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합창을 하면 열린 마음과 밝은 소리를 내도록 우리 지휘자 선생이 강조를 하시니까 그 순간만은 또 굉장히 시원하고 아주 그냥 잡념이 없어지는 보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전에는 제가 회사차를 다 이용했는데 그런저런 계획들이 안 잡히고 어려워지니까 이제 버스도 타고 다니면서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주 극단적으로 답답했던 게 일 주일 동안이었는데 일 주일쯤 지나니까 제게 한 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이거 너무 허무하지 않느냐. 어떻게 지금까지 스님의 보호를 받아서 마음공부를 한다고 해 놓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느냐?’ 제 자신이 돌아봐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냥 바깥만 보고 있었어요. 그냥 그 계획에 매달려 있었고 살 궁리를 바깥으로만 찾았어요. 그래서 ‘아이구, 내가 참 거꾸로 갔구나.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족이 흩어지든 말든 내 마음을 봐야 되겠다.’ 하는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이 나자마자 바로 제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팥죽 끓듯이 끓고 뭐 아주 좌불안석인 마음이었는데 또 그 동안에 닦은 나름대로의 공이 있었던지 한 며칠 만에 아주 고요해졌습니다, 편해졌어요. 그러니까 밖으로 나갈 마음도 생겼어요.
그래서 이제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나갈 일이 있으니까 나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전혀 생각지도 않게 어떤 길이 열렸어요. 그래가지고 그대로 그냥 뭐 어차피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안 됐던 사람이니까, 새로 생긴 이 길이 될 건지 안 될 건지 그런 것도 전혀 따져 볼 것도 없이 무조건 손에 잡히니까 줄로만 생각하고 그냥 그 줄만 당겼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서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냥 떠밀려서 일이 되는 겁니다. 제가 하겠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거는 다 도망을 가고 피해지는데 우연히 생각지도 않게 생겼던 일은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그냥 온 주위 사방에서 막 그냥 떠밀어 줘요. 그게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금방 일이 돼서 6월부터는 제가 회사를 그만두기 전의 수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뭐, 걱정이 또 없어졌습니다.
큰스님: 하하하….
질문자1(남): 그래 봐야 그것이 한 3, 4개월 사이인데 그렇게 달라지는 걸 제가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려움에 처하신 분들도 저의 이 말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제가 스님께 가르침을 바라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이 뭐냐 하면 예전에는 죽은 세상 산 세상이 꼭 이 몸이 죽어야 죽은 거고 살아야 산 세상인 줄 알았는데 이 나라는 생각이 없는 세상이 산 세상이고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가 죽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유위법 무위법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보이지 않는 법, 보이는 법 이렇게만 생각을 했는데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할 때는 유위법이고 나라는 생각을 빼고 무슨 일을 하면 이거는 모두 무위법이다. 이 두 가지가 바로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행의 핵심이랄까요, 요체라는 거는 그저 내 마음을 지켜보고 바깥 현상이 어떤 일이 생기든 그냥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할 일이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말고, 우선적으로는 내 마음을 평정하고 고요하게 지켜보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가장 수행의 핵심이 아니냐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그 외 다른 방법이 있으신지 스님의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다음 호에 계속)
※위 법문은 1997년 7월 6일 법형제법회에서 설법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마음선원 홈페이지(www.hanmaum.org, 한마음선원)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