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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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본심이 보고 듣고 생각한다
[원문]
若不見性 得成佛道無有是處 有人 撥無因果 熾然作惡業 妄言本空 作惡無過 如此之人 墮無間黑闇地獄 永無出期 若是智人 不應如是見解.
問曰 旣若施爲運動一切時中 皆是本心 色身無常之時 何不見本心 答曰 本心 常現前 汝自不見.
“본성을 보지 못하고 불도를 이룬다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니라. 어떤 사람이 인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며 ‘본래 공한 것이어서 나쁜 짓을 해도 허물이 있을 수 없다’고 망언을 하면 이 사람은 무간 지옥이나 흑암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벗어날 기약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느리라.”
또 여쭙기를 “그렇다면 분별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본심일 것인데 육신이 죽을 때에는 어찌하여 본심이 보이지 않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본심이 항상 눈앞에 나타나 있는데 그대 스스로 보지를 못할 뿐이니라” 하셨다.

[해설]
‘본성을 보지 못하고 불도를 이룬다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란 말씀은 ‘선오후수(先悟後修: 먼저 깨닫고 나서 닦음)’를 말합니다. 부처님의 참 뜻을 이해해야만 바른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 안에서 진리를 구할 때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마음 밖에서 진리를 구하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불도를 이룰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달마 스님은 ‘어떤 사람이 인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며 본래 공한 것이어서 나쁜 짓을 해도 허물이 있을 수 없다고 망언을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성품을 보고 무념(無念)의 경지에서 생사(生死)가 끊어지고 무주(無住: 머무는 바 없는)의 행이라 한다면 인과가 끊어지고 허물이 없지만, 성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 막행막식을 하면서 인과도 없고 윤회도 없다고 함부로 말하면 그 과보를 피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무간(無間) 지옥’은 글자 그대로 고통을 받는 데 쉴 시간이 없는 지옥이란 뜻입니다.
깨닫지 못한 입장에선 인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주의 근본 실상자리는 인과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실상과 하나가 되지 못할 때는 인과는 분명 따릅니다. 내가 누구에게 무슨 욕을 했다면 언젠가는 그 사람에게 비방을 받는 과보를 반드시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남을 속이는 일도 언젠가는 내가 속임을 당하는 과보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실상자리를 닦아 나가는 것이 인과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길입니다.
어느 수행자가 진리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지금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본심에서 나오는 것인데 죽을 때는 왜 본심을 볼 수가 없습니까?’하고 달마 스님께 질문했습니다. 마음은 모양이 없기 때문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도리를 모르기에 이렇게 묻는 겁니다. ‘본심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데 왜 죽을 때에는 본심을 보지 못합니까?’ 라고 묻는 그 놈이 바로 본심일텐데 말입니다. 본심 아닌 것이 없는데, 소의 등에 타고 소를 찾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마 스님은 ‘본심이 항상 눈앞에 나타나 있는데 그대 스스로 보지를 못할 뿐이니라’하셨습니다. 중생들은 육안으로 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물질은 물질이 아닙니다.
얼음과 물을 따로 보는 것은 중생의 견해입니다. 둘은 본래 하나입니다. 얼음이 따뜻한 기운을 만나면 물이 되고 물이 찬 기운을 만나면 얼음으로 변하는 겁니다. 여기서 ‘본심이 항상 눈 앞에 나타나 있는데 그대 스스로 보지를 못할 뿐이다’라는 말은 지금 나타나는 모든 물질도 마음이 작용을 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역시 마음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결국 물질과 마음은 하나라는 얘깁니다.
이걸 알면 여러분들이 법을 만난 겁니다. 이 법을 깨닫기 위해 부처님께서 6년이란 고행(苦行)을 하신 겁니다. 그래서 이 법 만나기가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수억 겁의 세월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라고 하는 것입니다. <천수경> 외우고 <반야심경>을 외운다고 하더라도 참 뜻을 모르면 불법을 만난 게 아닙니다. 지금 말씀드린 ‘물질과 마음이 본래 둘이 아닌 하나’라는 그 도리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해오(解悟)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49년이란 긴 시간을 통해 먼저 이해를 충분히 시키고 닦아가는 방법을 가르치셨습니다. 먼저 이론적으로 이해를 하고 닦아나가는 수행법을 ‘선오후수(先悟後修)’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조사선, 여래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심(마음)은 어디에 있고 없는 게 아니라 우주 그대로, 마음으로 되어 있는 진리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마음은 모양이 없는 것이기에 모양이 인연을 따라 나타나는 것들도 사실은 역시 모양이 아닙니다.
여러분, 꿈 속에서 봤을 때는 진짜였죠? 그러나 깨고 보니까 아무것도 아니었죠. 이렇게 꿈 속에서 봤던 것이 사실이 아니듯이, 지금 우리가 육안으로 보는 세계도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집착하고 욕심을 부리잖아요. 욕심, 이것 때문에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 청주 혜은사 주지

‘달마월총령(達摩越蔥嶺)도’(일본 동경예술대 소장)
200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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