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잎 유마경을 읽는다 섬유질 행간마다 푸르게 돋는 경을 바람이 도반 되어 따라 읽는 길,
곱게 누벼진 논둑길 밭둑길 밑줄 치다가, 둥근 알 품은 구릉의 젖가슴 한나절 내내 읽다가, 들판에 걸터앉은 구름 한 자락 뭉게뭉게 받아 적다가, 소낙비 젖은 수풀 이슬 도르르 도로 외우다가, 눈부신 햇살 등에 지고 비탈진 고샅길 건너는 행과 행 사이, 등뼈보다 더 물렁한 발자국 따라
바람도 길도 배추 잎 되는 초록 빛, 저 불이법문(不二法門)!
- 강영은/<불교문예>200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