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若是佛不習外道法 佛是無業人 無因果 但有少法可得 盡是謗佛 憑何得成 但有住着一心一能一解一見 佛都不許.
만약 부처라면 외도의 법을 익히지 않느니라. 부처는 업을 갖지 않는 사람이며 인과가 없는 사람이니 조그마한 것이라도 얻을 것이 있다하면 모두 부처를 비방하는 짓이니 어디에 의지하여 부처가 되겠느냐. 한 마음이나 한 작용이나 한 생각이나 한 소견에라도 집착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없느니라.
[해설]
달마 대사께서는“조그만한 것이라도 얻을 것이 있다면 중생심이 부리는 유위법이며 인과의 법이며 과보를 받는 법이며 윤회를 하는 법이라 생사를 면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성품(性品) 자리는 모양이 없는 자리니까 얻을 것이 없습니다. 모양이 없으니 인과(因果)가 없는 자리이고 생사(生死)도 없는 자리이고 윤회도 끊어진 자리입니다.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고 형상이 끊어진 자리라는 말씀입니다. 그러한 성품 자리를 두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사도(邪道)이다 이런 말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장애라는 것은 과거 생에 지어놓은 업에 의한 것입니다. 그 업은 누가 지어놓은 겁니까? 내가 지어놓은 업이기 때문에 내가 녹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업을 녹이기 위해 일념으로 정진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좋은 일이 오겠지요. 불사(佛事)가 많이 된 사찰을 보면 스님들이 정진을 몇 천일씩 해서 불사를 해놓은 거예요. 그냥 되는 법은 없습니다.
염불 수행은 맑은 기운이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지어놓은 업을 맑히고 업을 소멸시키는 큰 힘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염불의 좋은 기운이 좋은 인연을 불러들여 뜻을 이루어지게 합니다. 달마 스님께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얻을 수가 없는 자리를 놓고 얻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 이것은 욕심이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룰 수 없다고 달마 스님께서는 말씀하신 겁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이고 인과도 없고 윤회도 없는 우주의 근본 부처님 자리에 눈을 떠야 집착이 끊어집니다. 반야(般若)에서 보면 분명 물질이 아닌데 그것이 내 것인양 집착하는 가운데 괴로움이 오는 겁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 집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사실을 알면 괴로움에서 벗어나지만, 사실을 모르면 괴로움과 끊임없는 윤회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순수한 우주의 근본 실상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얻을 수 없는 그 자리에 마음을 두고 그저 일념으로 정진해 가면 좋은 기운을 통해서 좋은 인연이 오는 것입니다.
달마 대사는 또 “부처가 되려면 마땅히 자기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는 자기의 본성을 보아야 하는데, 본성을 보지 못하면 인과 등의 말이 모두 외도의 법이다”고 했습니다. 수행자라면 본래 갖추고 있는 본성(本性)을 보아야 되는데, 본성을 보지 못하면 모두 인과에 걸린다는 말입니다. 이는 본성 자리에 마음을 두면 인과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가 윤회하는 것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 돌아본다면 쥐나 고양이, 늑대 등 짐승으로 태어나는 원인은 하나 같이 욕심을 부린 과보에 있습니다. 반야에서 보면 내 것이 없잖아요. 얻을 것이 없는데 내 것으로 집착하던 욕심이 다시 어리석은 짐승으로 태어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성격이 사납고 포악한 사람들은 죽어서 사나운 짐승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짐승으로 태어나도 초목을 먹고 사는 짐승으로 태어나면 덜하겠지만 살생을 하는 짐승으로 태어나면 문제가 많아요. 마음을 착하고 선하게 써야 됩니다. 본성을 보지 못하고 행하면 모두 외도의 법이고 인과에 걸리게 됩니다. 외도(外道)와 정도에 대해서는 잘 아셔야 됩니다. 우주의 근본 실상자리에 마음을 두면 정도이고 실상(實相)을 떠난 자리는 외도(外道)입니다.
그러나 부처라면 외도의 법을 익히지 않습니다. 달마 대사는 “부처는 업을 갖지 않는 사람이며 인과가 없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조그마한 것이라도 얻을 것이 있다 하면 모두 부처를 비방하는 짓이니 어디에 의지하여 부처가 되겠느냐. 한 마음이나 한 작용이나 한 생각이나 한 소견에라도 집착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경계하신 것입니다.
부처가 되는 길에 대해 큰스님들께서는 “세수하다 코 만지는 일보다도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르면 너무나 어려운 겁니다. 지금 말씀 드린 우주의 실상, 반야 자리는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는 어떤 말도 붙일 수가 없어요. 모양이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니고 있기는 있는데 볼 수는 없습니다. 바로 그 자리가 부처의 세계입니다. 무언가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불교를 믿는다면 불교를 비방하는 겁니다. 불교를 모르고 폄하하는 것입니다. ■ 청주 혜은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