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 : 박원순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일 시 : 2009년 5월 22일
주 제 : 새로운 시민운동에 대한 상상력
장 소 :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
주 최 : 실천승가회 불교미래사회연구소
새로운 시민운동에 대한 상상력
지역사회 협동·민관 합동사업이 사회·국민성 향상시켜
사회현안 해법 제시에 은퇴자·주부가 주체로 나서야 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지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길을 가다 신호등이 고장이 났을 때,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 중 신호등 고장신고를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순간 고장신고를 하는 사람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다. 더 나아가 그는 직접 고장신고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인권변호사로서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운동의 선구자로 ‘아름다운재단’ 활동, ‘아름다운가게’ 설립 등 우리시대 조용한 변혁을 이끌어 온 박원순의 이름은 익숙하다.
박원순 상임이사와 함께 그의 참여정신과 시민운동의 미래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나눔과 희망의 비전
시대에는 시대적 과제가 있습니다. 1970년대 군사독재 시대에는 민주화와 민주주의 도입이, 1987년 이후에는 민주주의 생활화가 큰 과제였습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참여연대는 일종의 정당 역할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초안부터, 부패방지법과 부패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펼쳤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게 됐으며, 나눔의 정착을 위해 헌 물건을 활용하는 ‘아름다운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2005년 한국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희망제작소’를 만들게 됐습니다.
희망은 하늘에서 저절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절망적 입니다. 사후에 극락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극락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극락으로 만드는 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바로 이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용한 변화의 중심, 비영리단체
흔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부와 기업, 민간의 구분이 사라지는 거버넌스의 통합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행복도시락’으로 비영리사업을, 서울시가 영리추구인 ‘서울관광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정부 민영화 또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입니다.
현재 MB정부는 비영리단체(NPO)를 사장시키고 소통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정부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권 당시 정부는 130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농촌지역에 쏟아 부었습니다. 현재 농촌은 어떻습니까? 농민들이 잘 살게 됐습니까? 정부만 빚더미에 앉았을 뿐입니다.
정부의 관료주의로는 절대 모든 것을 담당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 매개 조직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농촌 정보화로 컴퓨터를 한 마을에 40대 씩 보냅니다. 하지만 실제 농촌에서 컴퓨터를 쓸 줄 아는 어르신들은 3~5명뿐입니다. 컴퓨터 장사만 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어르신들을 컴퓨터를 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는 그런 직원, 봉사자들이, 사회복지 또한 사회복지 활동가들이 중간에 존재해줘야 정부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는 것입니다. 지금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와 고령화 문제 등에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현안 풀뿌리 힘으로
일본의 모든 기차역 인근에서 가장 큰 건물은 보통 ‘생활협동조합’ 소유 건물입니다. 일본은 지역 복지에 있어서 ‘생협’에 소속된 지역 주민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의 복지를 담당합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생활 물품을 만들어 직접 배달해 판매합니다. 또한 지역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또한 찾아가며 제공합니다. 이러한 체제의 장점은 인간적인 커뮤니티가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매일 찾아가는 어르신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로 금전 지불 이외의 목욕과 장보기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험 실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요양원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들은 고용된 사람입니다. 노인 복지에 있어서도 자원봉사자와 비영리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면 같은 예산을 들이더라도 더욱 인간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자동차가 주인입니다. 그래서 도로 건설을 반대해야 합니다. 작은 동네별로 배심원단을 만들어 도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실례로 독일 베를린의 경우 ‘베를린 미래위원회’를 두어 도시 개발을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70명의 각계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장의 영향력을 배제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 베를린은 녹색률 47%에 이르는 친환경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현재 유럽에서 베를린은 어디 가나 공원을 접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면서 주거환경이 좋은 도시로 평가 받습니다.
또한 런던 코인 스트리트(Coin Street)도 좋은 사례입니다. 코인 스트리트는 재개발 지구로 결정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환경 개선 사업을 벌인 경우입니다.
코인 주민들은 낡은 건물을 그대로 놔두며 새로운 건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구 개발을 주민들의 힘으로 했기 때문에 학교와 생필품 가게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공동 사업장을 거리에 마련했습니다. 여기서 판매되는 수익금은 코인 지역 환경개선비용으로 사용됩니다. 현재 코인 스트리트는 런던에서 관광 상품으로까지 개발돼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돌아보면 용산 참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용산 참사는 재개발로 나오는 이윤을 위한 대기업들의 강력한 추진, 그에 반하는 지역주민의 갈등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지역 재개발이 지역 주민의 힘으로 이뤄지고, 그 이윤이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교는 무한한 문화상품의 보고
골드만삭스는 2050년이 되면 대한민국이 경제 2위의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에 이르기까지 조건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식견이 그만큼 높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의 협동사업, 민과 관이 함께하는 사업, 이것이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던 그러한 사회와 국민성 향상 방향입니다.
인천에는 양조공장과 성냥공장 등 100년 이상의 근대화 건물을 수없이 보유한 배다리 마을이 있습니다. 인천시는 여기에 산업도로를 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물류의 기반이 되는 산업도로의 경제적 가치는 엄청납니다. 하지만 한번 파괴되면 다시 살릴 수 없는 100년 이상의 근대건물 밀집촌의 가치는 더욱 소중합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지난 100년 동안 서양을 따라 가며 전통을 잃어 버렸습니다. 불교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다시 그것을 살린다면 문화적인 전통으로 다시 살아날 뿐 아니라 산업의 기초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불교는 무한한 문화 상품의 보고입니다. 불교가 갖고 있는 정통과 역사와 이야기 등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이 큽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가 무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만큼 좋은 관광 상품이 없습니다. 발우공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계사, 봉은사 등 도심지역 사찰에서 아침마다 직장인을 위한 죽 발우공양을 실시하고, 보시금을 자율로 받는다면 불교문화를 알리면서 수익 또한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과 접목해 불교는 할 수 있는 일이 가득합니다. 불교가 가진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무한한 사업들을 만들고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현대 재소자의 사회참여를 이끄는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기여에는 정부지원금과 기타 수익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불교 또한 이러한 교도소 운영 등 포교의 다각화에 앞장 서야합니다.
#인생은 50부터
사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회현안에서 다양한 해법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 많은 국민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습니다. 은퇴자와 주부들이 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사회 개선 사업에의 자발적인 참여로 제2의 삶을 사는데 도울 수 있다면 희망제작소는 어떠한 역할이라도 할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한 할머니가 공문서를 받을 때 ‘나이든 사람에게 왜 이렇게 어려운 문서가 올까?’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몇 십년동안 정부에 민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날아온 공문서를 쉽게 고쳐 다시 반송하고, 다시 지적하는 등 할머니의 ‘Plain English’ 캠페인은 인정을 받게 됩니다. 현재 영국의 모든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등은 공문서를 기안한 후 이 할머니 자문을 거칩니다. 단체 또한 만들어져 직원이 40명에 이릅니다. 고용창출이 유발된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회참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유럽에서는 비영리임에도 비영리단체가 유발하는 GDP 비중이 7%에 달합니다. 경제난으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합니다. 비영리 단체들 또한 힘듭니다. 창의적인 힘으로 사회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비영리단체들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제점 또한 해결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노덕현 기자 dhaval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