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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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는 것
지난 한 주는 우리 모두에게 참담한 시간이었다. 퇴임 대통령의 망명, 암살, 소환, 구속, 서면조사, 소환 그리고 투신자살의 불행한 모습을 또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노 前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을까? 배경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사회와 언론의 경박함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빨대 검찰’ ‘정치검찰’ 그리고 ‘법견(法犬)에 의한 법살(法殺)’ 즉 ‘정치적 타살’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인적 측면의 원인으로는 ‘굴하지 않고 굽히지 않으며 실패할 때 결국 홀로 목숨 놓는 삶을 고귀한 것’으로 인식하는 지사형(志士型) 성격을 들 수 있다. 투신자살이라는 방식이 노 前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자기응징’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왜 그랬을까? ‘노무현 가치’ 때문이다.
‘노무현 가치’의 실현은 노 前 대통령 서거를 승화시키는 일이며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다.
정치인 노무현은 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고 시대정신을 대표했다. ‘노무현 가치’는 민주화와 인권, 분권, 기득권 타파를 통한 평등과 기회의 확대, 그리고 남북화해와 공존이다. 특히 그는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해체하고 정책대결의 정당정치를 이루고자 노력했다. 물론 노 前 대통령의 시도가 항상 환영받고 현실적 결과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의도와는 달리 사회적 편 가름은 더욱 심해지고, 갈등과 대립은 일상화 됐다.
급작스러운 노 前 대통령의 서거는 앞으로 예상할 수 없는 강도와 방향의 후(後)폭풍이 예상된다. “당신의 뜻을 이어 갈 것입니다” “역사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3.5년 후에 보자”는 쪽과 “자살하든지 지옥에 갔어야 한다”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다” “측근 살리기를 위한 조폭 보스식의 몸 던지기”라는 대립을 보면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은 깊어 질대로 깊어진 느낌이다. 어쩌면 앞으로 원망과 비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노 前 대통령의 서거를 대오각성(大悟覺醒)의 계기로 삼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도 있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 일의 원인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증오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증오와 분열의 악순환을 마감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왕적 성격’의 대통령제에서 분권과 견제 그리고 균형의 정치제도를 모색하는 것도 대안이다. ‘공정처벌’의 원칙도 중요하다. 정치적 고려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한다. 퇴임 이후를 걱정하지 않고 국가원로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전직 대통령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새 정부의 정당성을 과거정권 두들기기에서 찾는 퇴행적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우리의 과제는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의 민주주의 그리고 공존, 분권 그리고 기회균등의 민주주의 말이다.
노 前 대통령은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항상 고민했다. 하지만 정치는 바로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통과 합의의 정치복원’을 통한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과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몫이 크다.
200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