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잃은 날부터 난 내가 아니었다
한 몸뚱이 싹뚝, 잘린 순간부터
물관과 체관의 어긋난 길은
가슴을 옥죄어 왔다
사람이 사람을 건너 사막에 가듯
나는 나를 건너 이곳에 왔다
빛 한 칸 들이지 않는 2인용 식탁위에서
가끔은 행복을 가장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꾸며 놓은 공간에서
한 순간 깔깔 웃기도 했지만
이제 내 안의 후리지아 향기를
놓아 주며 시들어 가는 것이다
더 이상 혈액은 내 몸을 돌지 않는다
다시는 뿌리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감지하는
나는 분리의 출혈을 예감한다
야윈 목을 꺾어 내 지친 한 생애를
소리 없이 뉘인다
어디선가 내가 다시 피고 있다.
-김인구/<작가연대>2009년 상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