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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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대자대비로 중생 건지시네
세상의 모든 소리 듣고 살펴보시는 관세음보살
중생의 탐욕 성냄 어리석음 고쳐주는 위대한 의사

[원문]
관음보살대의왕
(觀音菩薩大醫王)
감로병중법수향
(甘露甁中法水香)
쇄탁마운생서기
(灑濯魔雲生瑞氣)
소제열뇌획청량
(消除熱惱獲淸凉)
-파계사 원통전

[번역]
중생병 고치는 큰 의사이신 관세음보살님
감로수 병속에 법수 향기로워라
마귀의 구름 벗겨 버리고 서기 살아나게 하시며
모든 번뇌 씻어 버리고 청량함을 얻게 하시네.

[선해(禪解)]

우리는 부처님을 두고 성인(聖人)이라고 부른다. 성인이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인간을 말한다. 처음에는 부처님도 성인이 아니라 우리 중생같이 고통을 받고 감정의 굴곡에 쉽게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출가하여 치열하고 쉼 없는 정진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셨다. 이와 같이 우리도 부처님처럼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한다면 부처님처럼 될 수 있다는 잠재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불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그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우리 생활 속으로 접목 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우리들은 몸소 체험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우(遇)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깨달음이란 먼 길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바로 마음이란 내면성(內面性)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면 속에 숨겨진 자질을 발견하여 이를 꾸준하게 갈고 닦아야만 비로소 부처님에게 다가갈 수 있다. 고로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어떻게 잘 다스려 가꾸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 주련여행은 팔공산 파계사의 원통전이다. 이 사찰은 갓바위로 유명한 대구 팔공산(八公山)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동화사(桐華寺)의 말사로서 신라 애장왕(804년)때, 심지(心地)가 창건하고, 1605년(선조 38) 계관(戒寬)이 중창하였으며, 조선 숙종(1695년) 때 현응(玄應)이 삼창하였다. 특히 영조(英祖)의 출생과 관계되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숙종의 부탁을 받은 현응은 농산(聾山)과 함께 백일기도를 하였고, 기도가 끝나는 날 농산이 숙빈(淑嬪) 최씨에게 현몽하였으며, 이렇게 태어난 아들이 후일의 영조였다는 것이다.
숙종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파계사 주변 40리 이내의 조세(租稅)를 받아쓰라고 하였으나 현응은 이를 거절하고 선대의 위패를 모시기를 청하였다. 이는 지방 유림(儒林)의 행패를 막으려는 것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관세음보살상을 개금할 때 불상에서 나온 영조의 어의(御衣)는 이 설화의 신빙성을 더해 준다.
때문에 파계사는 대웅전이 없고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원통전이 중심법당이다. 이 안에 있는 목조관음보살 좌상은 보물로서 흠잡을 데 없는 균형미와 화려함이 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머리위의 보관은 당초무늬와 꽃무늬가 매우 정교하다.
현존 당우로는 2층 누각인 진동루(鎭洞樓), 법당인 원통전(圓通殿), 적묵당(寂默堂) 등이 있고, 부속암자로 현니암(玄尼庵) ·성전암(聖殿庵) ·금당암(金堂庵) 등이 있다.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보물로서 구도나 형식에서 특색을 갖추고 있고 필법과 채색 또한 품격을 지닌 뛰어난 작품으로 18세기 초를 대표하는 불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럼, 주련의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자.

‘관음보살대의왕 감로병중법수향: 중생병 고치는 큰 의사이신 관세음보살님 감로수 병속에 법수 향기로워라.’

파계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상인데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한다는 보살이다. 관세음(觀世音)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펴본다는 뜻이며, 관자재(觀自在)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재롭게 관조(觀照)하여 보살핀다는 뜻이다.
결국 뜻으로 보면 관세음이나 관자재는 같으며 물론 그 원래의 이름 자체가 하나이다. 보살(bodhisattva)은 세간과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성자(聖者)이므로 이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구제하는 구세보살(救世菩薩), 세상을 구제하는 청정한 성자 구세정자(救世淨者), 중생에게 두려움 없는 마음을 베푸는 시무외자(施無畏者), 크게 중생을 연민하는 마음으로 이익 되게 하는 대비성자(大悲聖者)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주련에 담긴 내용은 중생이 가진 삼독(三毒) 즉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고쳐주는 의사가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말씀이다. 이는 바로 현대의 의사와 다를 바가 없으며 한 마디 한 마디 전해주시는 법 또한 법수(法水)처럼 그지없이 향기롭다는 뜻이다.

‘쇄탁마운생서기 소제열뇌획청량: 마귀의 구름 벗겨 버리고 서기 살아나게 하시며 모든 번뇌 씻어 버리고 청량함을 얻게 하시네.’

인간의 번뇌는 자신이 만든다. 번뇌란 곧 마음속에 든 마귀의 그림자이며 구름이다. 이를 쫓아내게 하시는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악도(惡道)의 그림자를 벗겨내어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었던 깨끗하고 청정한 마음을 되살려 놓게 하신다는 말씀이다.
이와 같이 길을 잃고 그릇된 길속에서 헤매다가 어둠속에 떨어지는 게 바로 중생이다. 관세음보살님은 이러한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혜의 등불을 밝혀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여 주기 위해 스스로 중생들의 등불이 되셨던 것이다. 참으로 가슴 깊이 새겨야할 전언(傳言)이다.
이와 같이 우리 중생들은 생사의 흐름 속에 헤매고 있으며 애욕의 바다에 잠겨 무지(無知)와 미망(迷妄)은 열 겹, 스무 겹으로 뒤덮여 있다. 또한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동여맨 채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중생은 번뇌가 가리키는 대로 자신도 모르게 오욕에 물들고 취하여 망상을 일으켜 영구한 세월동안 괴로움의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미혹을 벗어나 중생의 고뇌를 낱낱이 알고 끊어 윤회의 세계에서 해탈한 사람이 되셨다. 이것이 바로 대비(大悲)의 경계이다. 따라서 부처님은 중생을 적멸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최고의 진리를 45년 동안 설하셨는데 이러한 부처님의 전언이 오늘 날 사찰속의 주련 속에 곳곳마다 담겨져 있는 것이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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