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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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르침을 받아야 깨닫는다
[원문]
若自己 以緣會合 得聖人意 卽不用參善知識 此卽是生而知之勝學也 若未悟解 須勸苦參學 因敎方得悟.
만약 자기가 인연법으로써 깨달아 성인의 뜻을 얻었다면 선지식을 찾아갈 필요가 없는데, 이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경지에 있었던 사람이니라. 만약 깨닫지 못하였을 때는 부지런히 배우고 열심히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가르침을 받아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니라.

[해설]
만약 우리가 수행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았다면 누구한테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은 수행을 통해 깨닫게 되면 선지식을 찾아가서 인가를 받으라는 내용들이 나오는데, 달마 스님께서는 스스로 깨닫고 성품을 보게 되면 스승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스승한테 배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쉽게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만, 중국의 육조 혜능 스님도 혼자서 깨달으신 분입니다.
혜능 스님은 전혀 글을 배우지 않은 분이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원래는 관직에 있던 분인데, 어떤 사건에 연루 되어 관직에서 파직을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일로 좌절해서 술만 마시다가 일찍 병이 들어 돌아가십니다. 혜능 스님은 외아들이었습니다. 시골로 내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는데, 하루하루 나무를 해 시장에 내다 팔아서 그 돈으로 양식을 사가지고 살았답니다. 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어느 날 나무를 짊어지고 시장에 나갔는데, 그 날따라 나무가 팔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무를 팔아야 양식을 사갈 수 있는데 나무가 팔리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한 여관 처마 밑에 나뭇짐을 내려놓고 앉아있는데 방안에서 어떤 스님이 경을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탁발을 나오셨던 스님이 방안에서 금강경을 읽으셨던 겁니다.
혜능 스님은 그 때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게송을 듣는 순간 마음이 열려 버렸습니다. 혜능이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이 경이 무슨 경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금강경입니다.”
“어디로 가야 배울 수 있습니까?”
“황매산에서 홍인 대사가 금강경을 설하고 있습니다.”
“저도 배울 수 있습니까?”
“배울 수 있습니다.”
혜능은 자신이 나무를 해서 팔지 않으면 연로하신 노모가 홀로 살아 갈 수 없으니, 배우고 싶지만 어머니 때문에 갈 수가 없다는 사정을 이야기 합니다. 혜능의 딱한 사정을 들은 스님은 탁발을 한 돈을 주면서 그 돈으로 어머님이 살아갈 수 있는 양식을 사다 드리고 홍인 대사를 찾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혜능이 비로소 오조 홍인 스님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죠.
이와 같이 혜능은 ‘응무소주 이생기심’ 즉, ‘응당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쓰라’ 는 게송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이 게송은 ‘어떤 경우라도 끄달려 가지마라, 집착하지 마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게송에 혜능의 눈이 열린 겁니다. 그래서 나중에 홍인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게 됩니다만, 혜능 스님은 전혀 배우지 않았는데도 금강경 게송을 듣고 마음이 열렸던 겁니다. 여기서 혜능 스님이 전생에 수행을 열심히 하셨던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깨닫게 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도 마찬가지겠지만 자녀분들 가운데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경우가 있죠? 바로 이런 분들도 전생에 그 일을 해왔던 것입니다. 다시 태어났지만 자기가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익혀지고 즐겁게 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마다 모두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생에 정진을 많이 하신 분들은 금생에 혜능 스님처럼 배우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똑같이 달마 스님의 혈맥론 강의를 듣고 있지만 이것이 와닿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와닿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달마 스님 말씀이 와닿는 분들은 전생에 공부를 하신 분들이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와닿지 않는 분들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던 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달마 스님께서 ‘만약 자기가 인연법으로써 깨달아 성인의 뜻을 얻었다면’이라 하신 것은 공부를 전혀 하지도 않고 누구로부터 배우지도 않았지만 홀로 견성했다는 얘기인데, 이는 전생에 많은 수행을 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정진하지 않으면 다음 생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마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는 말씀은 공부를 하되 정확히 길을 알고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등산을 갈 때도 등산로를 잘 알고 가면 미리 준비를 하고 가기 때문에 힘이 덜 들겠죠. 모르고 간다면 고생을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성품을 보는 공부에 있어서도 정확히 불교를 알고, 화두를 들거나 염불을 하거나 경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정확히 성품을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 청주 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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