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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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인공을 믿지 않고 누굴 믿어요, 세상에!
모두 자기를 내세울 게 없습니다, 공해서

이론으로만 알려고 애쓰지 마시고 좀 미련한 듯하게 모르는 척하고
그냥 경이고 뭐고 아는 거는 몽땅 다 주인공에다가 팽개쳐 버리세요

(지난 호에 이어서)
질문자1(남): 그래, 6월 한 달은 쉬고 7~8월 계속해서 제가 몸이 다치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하고 그런 일이 연거푸 생겼습니다. 그리고 뭐 병원에 도둑이 든다든지, 손이 부러진다든지 일 년 내내 하여간 그런 일이 연거푸 일어나 열두 달 동안에 두 달만 빼놓고 열 달 동안 제가 주인공으로부터 철퇴를 맞았습니다. 맞고는 마지막 12월을 보내면서 제가 작심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아! 이제는 정말로 내가 공부를 해야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일 년이 또 지나갔는데도 일 년 동안에 아무런 체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슬펐습니다.
저는 학교 공부도 남 못지않게 잘해서 명문학교만 다니고 서울대학도 나오고 그랬습니다만 내가 이 불법을 다 이해를 하고 있는데 왜 안되는가? 정말 딴 법우님들은 몇 달도 안 돼서 주인공과 같이 뒹구는 체험을 턱턱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이렇게 나는 얻어터지기만 하고 좋은 체험은 하나도 없나? 언제쯤 하게 되나 하고, 마음속으로 참 많이…. 여하간 제가 공부가 부족한 걸 생각하고 그렇게 이제 또 일 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94년이 됐습니다. 94년 새해가 얼마 안 돼서 밤에 제가 한번은 꿈을 꾸었어요. 꿈을 꾸었는데 제가 꿈속에서 어떤 사형장에 나가 있었습니다. 죄목은 알 수가 없는데 사형장에 가서 옆에 도부수가 이제 목에 침을 탁 뱉고 칼을 빙빙 돌리면서 제 목을 치려고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에 어떤 스님이 오셔서 “뭐,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하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나는 주인공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님이 도와주실 필요가 없다.” 하고, 괜찮다고, 가시라고 제가 꿈속에서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앉아 있는데 죽지 않고 그냥 그 꿈이 그런 상황으로 그대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그 꿈을 깨고는 뭔가 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꿈을 꾸었는데 꿈에 큰스님께서 나오셔서 저에게 “아! 이제부터는 너 안 아프게 잘 살 수 있을 거야.” 하시면서 국소 마취를 저에게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도 참, 체험은 안 오고 해서 업장이 얼마나 두터워서 안되는지, ‘언제쯤 가야 정말로 나는 이 주인공 존재를 느끼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되나.’ 정말 제가 마음으로 간절하게 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데 제가 데리고 있는 간호사 한 명이 만삭이 다 돼서 수술을 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본래 혈압이 조금 높아서 예정일보다 조금 당겨서 수술 날짜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개 수술을 하기 2~3일 전에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다 하거든요. 그런데 한 보름을 남겨 놓고 어느 날 갑자기 검사를 해 보라고 저도 모르게 그런 얘기를 툭 던져 버렸어요. 그런데 검사 결과가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다시 체크를 해 보니까 혈압이 거의 뭐 200까지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 뒀으면 산모나 애기나 그날 밤에 어떻게 됐을지도 모를 아주 위중한 상태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 검사를 통해서 그 상태를 미리 알아 가지고 그날 바로 수술을 해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날 밤에 곰곰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 주인공 자리에서 이제 좀 뭔가 일러 주나 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번은 또 제가 분만을 하려고 소독된 장갑을 끼었습니다. 그런데 장갑을 끼면서 제가 간호사들을 보고 “너희들이 이 장갑 소독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장갑 소독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고무장갑 같은 거는 고온멸균소독을 해야 합니다. 고온멸균소독 하느냐고 확인을 해 보니까 천만 뜻밖에 그렇게 안 하고 자외선소독을 한다는 겁니다. 자외선소독은 완전 멸균이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거죠. 그래서 깜짝 놀라서 그날 분만을 하고는 불렀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그렇게 했느냐 하니까 제가 개업하고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해 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3년이 넘도록, 말하자면 소독이 안된 장갑을 끼고 수술하고 분만을 했는데 그 동안 아무 탈이 없었던 것도 너무 신통하고, 제가 보통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분만하는데 그날따라 제가 그렇게, 아마 그것도 주인공 자리에서 더 이상 멍청하게 하지 말고 좀 제대로 하라고 일러 준 걸로 생각을 하고 참 감사하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일을 하다가 잠시 이렇게 앉아 있거나 하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아, 그렇지! 왜 그걸 예전에 몰랐을까?’ 그러고 조금씩 이렇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기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제가 분만을 했었는데 애기가 한 시간 만에 갑자기 사망을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개원해서 사망한 애기가 두 명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겁이 나서 큰스님께 바로 고하고, “아이고 스님! 환자들이 난동을 부릴지 모르니까 좀 도와주세요.” 하고 스님께 매달렸는데 작년에 두 번째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큰스님께 또 말씀을 드리면 큰스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실까! 저런 걸 혼자 해결을 못 하고 찾아오면 참 저리 한심한 친구를 어떻게 하냐.’ 하고 스님께서 슬퍼하실 것 같아서 그냥 ‘아이고, 만드는 것도 너, 죽이는 것도 너, 뭐 병원을 부수는 것도 너!’ 하고 하여간 다 그냥 맡겨 버렸습니다.
맡겨 버렸는데 그날 밤에 애기를 병원 영안실로 보내고 애기 아빠랑 저와 같이 제 차를 타고 오는데, 애기 아빠 표정이 아주 사나워져서 금방이라도 저를 내려칠 그런 표정이고 그래서 밤에 어떤 일이 생길는지 몰랐습니다만 그냥 정말 마음자리에 고하고 저는 집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와 보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아기가 허파에 구멍이 나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아주 심한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라는 게 판명이 됐습니다.
그래서 아무 탈이 없이 잘 지나갔는데, 그러고는 제가 마음에 조금 자신을 가졌습니다. ‘아! 이렇게 주인공 자리에서 나를 이유 없이 골탕 먹이지는 않으니까 이제는 내가 겁내지 않고 세상을 살 수가 있겠구나.’ 그렇게 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제가 어떤 경우에 결정적으로 실수를 할 상황이 되면 주인공 자리에서 저를 탁 이렇게 막아서는 걸 느꼈습니다.
한번은 일요일 새벽에 분만을 하고 아침에 선원을 오려고 하는데 병원에 가기가 아주 귀찮았어요. 잠을 못 자서요. 그래서 그냥 ‘선원에도 가지 말고, 산모도 보지 말고 그냥 보내야 되겠다.’ 이렇게 하고 다시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딱 눕자마자 갑자기 ‘아니, 너 분만한 산모 자궁 속에 거즈를 넣어 놨으면 어떡하려고 지금 누워 있느냐.’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산부인과 의사를 한 지 13년이 넘었는데 그런 실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한번 드니까 누워 있어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그래서 병원을 가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그 환자 자궁 속에 거즈가 딱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거즈를 끄집어내고는 ‘아! 참 주인공이 나를 이렇게 이끌어 가는구나. 정말 감사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몇 년 동안이나 골탕을 많이 먹이고 나타났는지, 그래도 고맙기는 고맙지마는 내가 좀 더 일찍 이렇게 주인공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전에는 분만을 하면 한 달에 꼭 두세 명은 애기가 상태가 나빠서 종합병원으로 애기를 늘 보내야 됐습니다. 상태가 뭐 여기가 안 좋고 저기가 안 좋고 그래 가지고요. 그런데 최근 1년 동안에는 단 한 명도 애기가 안 좋아서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거는 저만 좋은 게 아니고 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좋고 그런 건데 왜 이 공부를 내가 이렇게 늦게야 만났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님, 그래서 저는 ‘참나가 이 육신과 이 마음을 참 잘 이끌어 가고 있구나. 아직은 모르는 게 많지만 점차 점차 뭔가 이렇게 밝아질 것 같다.’는 그런 예감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 주위에 보면 건강이 안 좋다든지, 또 경제적으로 어렵다든지 또는 뭐 여러 가지 문제로 정신적으로 방황을 한다든지 이런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그분들을 위하여 저에게 일이 닥쳤을 때 하듯이 그렇게 열심히 주인공 자리에 관(觀)하고 놓습니다만 물론 아직 제가 때가 덜 닦여서 그렇겠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가 관한 대로 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그렇다면 내가 정말 공부가 된 건가 안된 건가. 정말 내가 제대로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그런 의문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왜 제 육신에 대한 일은 그렇게 주인공이 처리를 잘해 가면서 저와 관련된 주위 사람들의 일은 그렇게 잘 안되는 건지 그걸 스님께 한번 여쭙고 싶습니다.
큰스님: 아, 자기도 모르는 사람이 자기 주변의 거를 어떻게 해결을 하려고 그래? 그러니까 이 정수의 이치가 이렇게 찰나찰나 화해서 돌아가는 대로 헤아릴 수 없이 실천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무한량이라고. 그런데 댁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각을 너무 많이 해 가지고, 요렇게도 생각하고 조렇게도 생각하는 점이 많기 때문에, 그 즉시 들어가질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한 거야. 아이, 무조건이지 뭐가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요리 비꾸러지고 조리 비꾸러지느냐고? 앞서 경전을 너무 봤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 너무 알아서. 그러니까 이거는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하는 거기 때문에 무조건이야, 무조건. 저 나무들이 뿌리가 달려 있기 때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는 것만 알면 돼. 종자가 있기 때문에 싹이 있고, 싹이 있기 때문에 잎이 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는 걸 알면 되고 말이야. 그러니까 말로는 그 광대한 이치를 어떻게 헤아리게 할 수가 없어, 내가.
그런데 예전에 이런 예가 있었어. 어느 신도가 말이야, 애를 가졌는데 가서 보니까 쌍둥이라고 그러더라는 거야. 그래서 와서 쌍둥이라는데 어떡하면 좋으냐고 그래. 두 달이 좀 넘었다던가 그랬는데, 석 달이 채 못 됐을 거야. 그랬는데, 그렇게 겁나서 애를 쓰니까 내 생각에 ‘쌍둥이는 무슨 놈의 쌍둥이!’ 그러곤 말았거든. 허어, 그랬는데 나중에 또 가보니까 이제 쌍둥이가 아니라고 또 그러더라는 거야. 허허허….
그런데 그렇게 해 가지고 낳을 달이 됐는데, 낳을 달이 지나도 안 나와서 날짜가 돼서 병원에 가니까 거꾸로 섰다고 그러더라는 거야, 또. 그래, 생각들 해 봐요. 돈이라도 있고 그런 사람들은 거꾸로 서면 바로 할 수도 있고, 또 자기 몸 망가질까 봐…, 바로 세우는 데도 아주 크게 뭐가 잘못될 수도 있대요. 하여튼 몸에도 그렇고 좋지 않대요. 그런데 그 의사가 하는 소리 좀 봐요. 의사가 하는 소리가 “날더러 거꾸로 된 거 바로 해 달라고 그러지 말고, 저 한마음선원에 대행 스님한테 가서 바로 서게 해 달라고 그래라.” 그러더라는 거야. (대중 웃음) 그래서 속으로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그러고선 돌아왔다는 거야.
그러고 정말 전화가 왔어요. 의사가 그렇게 말하라고 그래서 스님한테 말하는 거라고 그래요. 그래서 그러냐고, “그러면 2~3일 후에 가서 검사해 봐!” 그랬다고. 그래 그 이튿날 가니까 “어! 바로 됐네.” 이러더라는 거야. 하하하…. 우리가 생각할 때 그게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요만한 거든지 큰 거든지 똑같아요. 실천하는 건 똑같다고요. 인간의 생각으로 이건 너무 커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 하는 것까지도 바로 거기서 다 해내는 거라고. 그러니까 주저하고 의심할 상황이 아니에요.
여러분이 다 자기 주인공을 의심하면 죄 받죠. 자기 주인공을 믿지 않고 누굴 믿어요, 세상에? 죽는 것도 누가 대신 죽어 줄 수 없고, 아픈 것도 그렇고, 먹는 것, 싸는 것, 자는 것, 깨치는 것, 이 여섯 가지를 아무도 대신 못해 주는데 누구를 믿어요, 자기를 믿지 않고? 자기만이 자기를, 자기 몸을 이끌어 가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주인공은 이 모든 생명들의 의식을 다스리고 나가는 선장이라고요. 다스리는 선장은 바로 그 체가 없는 마음의 입자를 그냥 수없이 내보내서 어떠한 용도라도 다 해결할 수 있게끔 돼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생각할 때는 ‘저 스님은 저렇게 뻥이나 치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고 그런다.’ 그러겠지만 그게 아니에요. 이 세상은 그대로 여여하게 초월해서 회전되고 있어요, 그대로. 그러니까 우리 마음대로죠. 우리 마음대로 이렇게 회전을 시키느냐, 저렇게 회전을 시키느냐, 그거에 따라서 살기가 평화롭기도 하고, 살기가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도 되는 거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 주인공을 찾아도 이렇게 안된다고 할 때,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고 말을 해요? 알았다고 그냥 보낼 때도 있는데 그런 때는 그냥 심부름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이고, 또 “관하세요!” 이럴 때는 그 사람은 좀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거 왜 관하면 될 거를 그렇게 못 믿고선 못 관하고 그러느냐? 내가 산소에 가도 산소로 쫓아와 그거 해 달라고 그럴 테냐?” 그러고 야단하죠. 때로는 그렇게 못된 사람이 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막 하니까요. 그렇지만 딱해서 그러지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오늘부터라도 늦지 않았어요. 좀 미련한 듯하게, 허허허…, 똑똑한 척하지 말고 미련한 듯하게 ‘무조건 너만이….’ 그저 보면 보는 대로 이렇게 벌써 부와 자가, 주인공과 자기와 둘 아닐 때는 길에 지나가는 것만 봐도 그냥 ‘아, 저건 안됐다.’ 이러면 그냥 천가가 되는 거야. 꼭 주인공에다 맡기고 안 맡기고가 어딨어, 싹과 뿌리와 한데 붙었는데. 안 그래? 그러면 그렇게까지 되게끔 돼야지.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일은 나가서 할 수 있게끔 돼야 돼. 구경을 하면서도 벌써 천백억화신으로 나투면서 화해서, 이 우주 전체를 그냥 한 찰나에 다닐 수도 있고 일을 할 수도 있어야 된단 얘기야.
그러니까 그만큼은 못하더라도…,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왜 도움이 안되느냐는데, 그것은 둘로 보기 때문에 안되는 거야. 이쪽 사람이 저쪽 사람에게 관하는 걸 가르쳐 주면 쉽지. 왜? 이게 전력은 있되 가설이 안됐으니까 불이 안 들어오거든. 내 전깃줄 하나만 가지고는 이쪽에 불 들어오게 할 수가 없지. 그러나 능숙하게 아는 사람은 그냥 그리로 가서 하나가 돼 버리니까 불이 들어오게 할 수 있지만,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나로 인해서 저 사람이 잘돼야 할 텐데….’ 하는 사람들이거든. 그러니까 둘이 되지 않아? 둘은 둘의 전깃줄이 있어야 맞붙어서 불이 들어오지. 그러니까 모든 것은 지혜로써 해 나갈 수 있다 이거야. 그러니까 그쪽으로 가서 하나가 돼 버리든지, 그거를 끌어다가 나 하나로 만들든지, 또는 그 사람한테 관하는 것만 알려 주고 내 마음을 내 주면 붙어서 불이 들어오니까 그렇게 하든지, 어떻게 하든지 불은 들어오니까 알아서 해요.
질문자1(남): 네, 감사합니다.
큰스님: 그리고 이 공부라는 건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진짜로 믿는다면 겁낼 필요가 없어. 겁내지 마세요. 지금 당장 죽는데도 겁내지 말아야 된다. 오늘도 불교방송에서 나오는 거 보니까 참…, 그것을 그렇게 실천을 안 해 본 사람은 그 뜻을 모르지. 부처님께서 전법하실 때에, 뱀이 나와서 잡아먹으려고 하니까 “내 대신 과일을 먹어라.” 하고 과일을 줍디다. 그런데 그것을 보면서 옆에 앉아 계신 스님에게 “저건 뱀이 뱀이 아니고요, 과일이 과일이 아니죠.” 이랬어요. 왜냐하면 뱀은 길게 되면 한 일(一)이 되고, 둥글리면 원이 되고, 대가리를 들면 흰 백(白)이 되거든. 백이 돼. 흰 백(白) 자가 된다고. 그렇기 때문에 고개를 들었으면 (손가락을 하나 세워 보이시고) 용이고 용무고, 또 기다랗게 펴졌으면 하나가 되는 거고, 원이 돼도 하나로 뭉쳐지는 거고 이렇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그 과일을 줄 때는 둘이 아님을 표시한 거고, 이것을 받아먹은 뱀은 둘이 아니게끔 알기 때문에 서로 받아먹은 거다 이거야. 이거는 과일을 준 게 아니라 마음을 준 거고, 원심(圓心)을 준 거고 이쪽에도 원심으로 받은 거고, 그러니까 자기가 자기를 잡아먹을 수는 없지요. 그런 법이고 그런 공부죠. 우리가 산에 가 보지 않았으면 모르듯이, 음식을 먹어 보지 않았으면 맛을 모르듯이 우리가 그러한 공부를 경험을 안 해 보면 모르기 때문에…, 속가에서 살면서 그만한 고통도 안 받고 그 공부를 할 줄 알고? 허허허…. 욕심도 많다. 죽은 세상에 가 봐야 죽은 세상을 알지, 어떻게 알겠나?

질문자2(남): 감사합니다. 죽은 세상 빨리 가보고 싶은데 아직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까 가정의 달이라고 효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가 진정 스님한테 효도하는 길은 빨리 성불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도 둘로 보고 있는 것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공부가 덜 돼서 그런 걸로 알고 질문 올리겠습니다. 나를 내세우는 거하고 두려움이라는 거에 대해서 오늘 좀 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큰스님: 이거 보세요. 내 몸뚱이는 내 몸뚱이가 아니에요. 모든 생명들의 집이죠. 그런데 그 생명들을 다스리는, 바로 자기 마음의 근본이 있거든요. 근본을 진짜로 믿는다면 두려운 게 없어요. 그 믿는다는 걸 어떻게 말을 해 줘야 될까? 진짜로 믿는다면요, 아무 의심도 없고요, 죽느냐 사느냐 거기에도 의심이 가지 않아요. 죽이든지 살리든지 너 알아서 해라 하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뭐 두려운 것도 아무것도 없어요, 죽는 것도. 죽는다 산다 이런 것에도 두려움이 없고요. 또 뭐라고 그랬죠? 두려운 거하고?
질문자2(남): 나를….
큰스님: 어, 내세운다. 믿지 못하니까 나를 내세우죠. 내가 몸속에 있는 생명들과 더불어 물 한 컵을 마시되, (물을 마셔 보이시며) 지금 이 목이라든가 위에서 나더러 물을 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심부름 해 줬죠, 지금. 그런데 이 심부름을 해 주면 더불어 같이 먹는다고요, 일체가. 그러니까 어떠한 나가 먹는 게 아니고요. 나만 먹는 게 아니죠. 그러니까 나를 내세울 게 없다는 얘기죠.
질문자2(남): 그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실천하기가 참 힘들어서….
큰스님: 그러니까 이론으로만 알려고 애를 쓰지 마세요. 좀 미련한 듯하게 모르는 척하고 그냥 경이고 뭐고 아는 거는 몽땅 다, 주인공에다가 팽개쳐 버리세요. 팽개쳐 버리고 거기에다가, ‘흥! 못났든 잘났든 네가 형성시켜서 네가 이끌고 가는데, 너 알아서 해라!’ 그러고 그냥 몽땅 거기다가 팽개쳐 버려요.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 참자기와 현재 자기가 상봉이 돼요. 이 상봉이 되지 않는다면 내가 아무리 광대하다고 이렇게 얘길 해 줘도 그 말이 귀에 들리지도 않아요. 그뿐인가요? 돈오(頓悟)라는 거는 지금 내가 태어나는 걸 말하는 거예요. 지금 상봉을 해서 애를…, 어떻게 해야 쉽게 말을 하지? 상봉을 해서 잉태를 해 가지고 어린애 낳은 거와 같은 거니까요. 그래서 어린애가 어른이 될 때까지, 자랄 때까지 하는 거는 점수(漸修)라고 그러죠. 그렇게 이름이 돈오, 점수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이게 돈오와 점수가 둘이 아니게 됐을 때는 그때 가선 돈수(頓修)라고 그러죠, 돈수라고. 그러니까 이것이 돈수라고 그러다가, 또 이것이 다 넘어가면 왜, 대학을 나와 가지고 대학원을 들어가면 대학 나온 거는 다 없어지고 대학원 나온 것만 위로 남죠. 그거와 같이 구경에 이르러서 생사를 아주 다 탕탕 놔 버린 그런 상태가 돼야만이 그때는 돈수니 열반이니 이런 이름도 붙지 않는, 아무것도 붙지 않는 그런 자리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 두렵다거나 나를 세운다거나 이런 거는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이 공부 하는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내세울 게 없다는 결론이에요. 내 이 몸뚱이 하나가, 지금 하나의 세계라고도 볼 수 있죠. 이것이 세계인데 어떻게 혼자 산다고 그래요? 이 지금 몸뚱이 속에 위공장이 있는가 하면 성대공장ㆍ식도공장ㆍ심장공장 또, 간장공장ㆍ이자공장ㆍ척추공장ㆍ척수공장ㆍ방광공장ㆍ콩팥공장 뭐 공장이 이거는 너무나 많아서….
그리고 피부에 대한 문제, 핏줄에 대한 문제도 있죠. 이 지구에도 지금 핏줄이 있는 것을, 즉 법계라고 하죠, 법계! 법망이라고도 해요. 말하자면 그걸로 인해서 통신이 되니까. 그래서 인간의 이 핏줄이 한 몸뚱이를 전부 돌아다닐 수 있는 통신망이죠. 그러니까 어디든지 그런 망이 없이는 있는 게 하나도 없죠. 그러니 모두 자기를 내세울 게 없어요, 공해서.
그러니까 더불어 같이 사는, 주인공은 속에서 하고 주인공 몸뚱이는, 즉 말하자면 시자는 뛰고요. 내가 간단하게 그냥 무식하게 이렇게 말을 했어요. 부처님께서 “나는 할 테니까 너는 뛰어라!” 이러셨다고요. 하하하…. “나는 할 테니까 너는 뛰어라!” 아, 그런 거 아니에요? 그 말을 지혜롭게 잘 이해를 하면 아주 그냥 근본적으로 들어가는 말이에요. 그렇게 하세요! 무조건 감사한 일이 생기면 자기 주인공에 모든 거를 감사하게 놓고요. 또, 아니 되는 거는 ‘아니 되게 하는 것도 너니까 되게 하는 것도 너다’ 하고 놓고요. 그렇게 하세요.
20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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