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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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크신 가르침 앞 외도는 가라
진리 사라지지 않고 만고에 밝은 보름달에 비유
부처님 가르침 바로 받들면 탐욕에 물들지 않아

[원문]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상왕거처절호종(象王去處絶狐種)
수지왕사일륜월(誰知王舍一輪月)
만고광명장불멸(萬古光明長不滅)
-석남사 침계루

[번역]
사자가 사는 굴에 다른 짐승 없고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사라짐이며
누가 알리 왕사성에 뜬 한 둥근달
만고에 그 빛 밝아 길이 멸하지 않으리.

[선해(禪解)]
오늘 주련 여행은 가지산 석남사다. 신라 헌덕왕 16년(824)에 도의국사가 창건한 절로서 조선 현종15년(1674) 탁령, 선철선사, 순조3년(1803) 침허가 각각 중수하였고 1957년 당시 주지인 이인홍 스님이 재 중수한 곳이다. 경내에는 창건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369호 석조부도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2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석조부도는 헌덕왕 때 건립한 도의국사 부도로서 높이 3.53m 팔각원당형인데 주위에 사자의 구름무늬가 조각되어 있으며 간석에는 안상 속에 화문대를 돌렸고 팔판 연화대위에 놓인 탑신석 앞, 뒤에는 명문이 모각되어 있다. 침계루란 계곡에 걸친 누각이라는 뜻인데 그 속에 담긴 주련의 의미는 매우 심오하다.
‘사자굴중무이수 상왕거처절호종: 사자가 사는 굴에 다른 짐승 없고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자취 사라짐이다.’
인간 아닌 짐승의 세계에서는 사자와 코끼리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다. 그것은 곧 정의이며 진리이다. 고로 이 앞에서는 교활한 여우는 얼씬 조차 하지 못한다. 이처럼 부처님 같이 절대적인 위신력을 가진 분은 그 자체가 힘이다.
‘수지왕사일륜월 만고광명장불멸: 누가 알리 왕사성에 뜬 둥근달, 만고에 그 빛 밝아 길이 멸하지 않으리.’
왕사성은 부처님께서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설법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설한 부처님의 위대한 법은 천년, 만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경구(警句)이다. 즉 부처님의 법은 위대하기 때문에 그 어떤 외도(外道)들도 감히 얼씬 거리지 못하며, 그 만고의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항상 둥근 달처럼 하늘에서 빛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요즘,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이 사건에 연류 되어 있는 정치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의 금품수수 이야기는 게이트 사건의 압권이다. 참으로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써 격세지감을 느낀다.
주련을 이야기하는 지면에서 갑자기 웬 박연차 게이트인가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 경,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하림각에서 나라를 위한 불교 기도법회에 참석하고 간단한 모임을 가졌다. 그날 그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 내외와 불교계 원로 몇 분이 계셨는데 그날 산승(山僧)은 노 대통령 부부에게 주책없이 몇 마디를 던졌다.
“노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탄생시킨 세 번째 대통령이다. 그러나 앞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가족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가화만사성 치국평천하(家和萬事成 治國平天下)’라고 하듯 대통령께서는 결코 그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이날 노 대통령은 “저는 도덕성 하나 만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아들과 친인척을 잘 다스려 결코 오점을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장담을 했었다.
그로부터 불과 6년 후,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이란 이 나라를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그토록 도덕성을 자처하며, 누구보다도 가족들을 잘 다스리겠다는 그의 장담은 한갓 휴지가 되고 만 것이다. 세계 경제대국 13위의 우리나라에서 정권마다 아들이나 친인척들이 비리에 얽혀 검찰조사를 받더니 이젠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사법처리대상에 오르는 이상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실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침계루의 주련내용 같이 사자와 코끼리처럼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고 부처님 같이 절대적 도덕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면 결코 박연차 게이트 같은 사건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오히려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배를 더 불리려고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 발짝을 걸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게(偈)를 외쳤다. 즉 이 우주만물 중에서는 내가 가장 존엄한 존재라는 뜻인데, 이것은 인간의 존귀한 실존성을 상징하는 말이며, 석가의 탄생이 속세로부터 성스러운 세계로의 초탈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말은 지금에 와서는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거나 또는 그런 아집(我執)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오늘날 문민정부의 대통령들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아집에 갇혀 결국 가족들과 친인척의 비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어떤 인간도 물질과 명예 앞에서는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 같은 수행자는 이러한 모든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한 달 후면 ‘부처님오신날’을 우리는 맞는다. 그래서 사찰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마다 연등축제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서울시 역시 이 전통적인 문화행사를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다. 어서, 한 나라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끝내고 부처님을 맞이해야 한다. 또한 우리수행자와 불자들은 진실로 우리에게 있어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를 돌이켜 보아야 할 때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한낮에도 등불을 켜고 다녔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밝혀야 하는 내면의 반조를 역설적으로 표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등불은 자기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힌다. 이 속에는 희생과 봉사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곧 어둠을 밝게 바뀌어 주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하물며, 등불은 고사하고 물질에 얽매여 있다면 장차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모두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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