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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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실업자의 고뇌를 아느냐
황 진 수
한성대 교수

“만약 내가 몸이 아프다면 누구 책임일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일까 아니면 환자 개인의 책임일까?”
“나는 직장을 원하는데 직장이 없다.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인가 아니면 개인의 책임인가?”
위 질문에 대하여 유럽인들은 모두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답한다. 한국인은 몸이 아픈 것의 책임은 개인이지만 직장이 없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유럽의 복지 모델은 엘리자베스 1세의 구빈법 이후 소득, 질병의 보장은 국가, 사회의 책무를 강조했지만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국가재정이 어려웠기 때문인지 복지체계를 미국식인 ‘선 개인책임, 후 국가책임’체제로 만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비경제 활동인구가 사상 최대라는 보도가 있었다. 만 15세 이상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 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경제활동 포기인구가 비경제활동인구인데, 지난 2월 기준 1623만명(통계청)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는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3%로 서구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비경제 활동인구 중 사실상 실업자에 해당하는 취업준비자, 구직활동 중단자, 구직단념자는 모두 248만명이고 여기에 통계상의 실업자 92만명, 아르바이트, 임시휴직자까지 포함시키면 실제 실업자는 400만 명이다. 그러니까 실제 실업율은 3.3%가 아니라 1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경제활동인구 1600여만명은 실업자 이외에 일주일에 1~2시간도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그만큼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일자리 추경예산이라며 세수감수분 11조 2000억원을 포함한 29조 9000억원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추경안은 금융과 건설 위주의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 추경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예산은 2.8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2조는 40만 가구에 대해 6개월간 공공근로를 하게하고 월 63만원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나머지 8000억원은 중소기업인턴, 학습보조인턴 등 15만개를 만든다는 것인데 계산해보면 1인당 월 평균 46만원짜리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되어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의 추경예산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거의 한시적 공공근로만으로 채워졌다고 볼 수 있다.
실업자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실업자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데 우리는 큰 우려를 한다. 실업자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많겠지만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 일자리 만들기 사업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합리적인 경제성장, 굴뚝산업, 서비스산업에 활력을 넣어야 한다. 또 일자리 나누기사업, 실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맞춤 교육도 중요하다. 청년실업자의 경우 대기업, 공사, 공무원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또 해외에 눈을 돌리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하고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과 지식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실직자, 실업자의 고뇌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져 있는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캄캄한 밤중에 등불도 없이 황야를 헤매는 마음을 정책결정자들은 짐작할 수 있는가.
정부와 사회는 실업자를 위한 획기적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와 사회에게 실업자를 대신하여 질문한다. “너희가 실업자의 고뇌를 아느냐.”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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