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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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
자신의 진짜 주인은 마음, 마음은 곧 불성
육근 통해 이뤄지는 집착 끊어야 성불 가능

[원문]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何方)
착득심두절막망(着得心頭切莫忘)
염도염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백양사 극락보전

[번역]
아미타불 계신 곳이 그 어디일까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라
생각은 생각을 이어가다 생각조차 끊어진 곳에 이르면
내 몸의 육근에서 찬란한 금빛이 흘러나오네.

[선해(禪解)]
사람은 반드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진 꿈을 이룰 수가 있다. 철학이란 일종의 신념이다. 수행자의 길은 매우 험난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굳은 신념과 철학이 없다면 힘든 수행생활을 견디기 힘들다. 그러므로 승가에 들어 온 스님들은 반드시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럼 수행자가 아닌 일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녀야 할 철학은 무엇일까?
바로 사생관(死生觀)과 재물관(財物觀)인데 우리 같은 수행자들에게는 사생관이 있어야 한다. 사생관은 죽음과 생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를 두고 부처님은 일찍이 네 가지의 보물을 잘 지켜야만 한다고 하셨다.
첫째가 건강이다. 사람은 건강할 때 모르지만 건강을 한번 잃기 시작하면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다. 둘째,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만족하는 마음을 내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셋째, 신뢰하는 생각을 가지면 빛이 나온다. 사람은 항상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남에게 신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일을 능히 잘 할 수가 있다. 넷째 열반적정의 가르침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죽음을 맞아 아쉬움과 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것인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생의 옷을 벗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부처님이 이 네 가지의 사생관을 강조했듯이 우리 수행자들도 이 네 가지의 보물을 간직해야만 한다.
또 하나는 재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물관을 제대로 정립한 대표적 사람은 최부자집이다. 그는 한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재물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흉년에는 논을 사지 않는다’ 등이었다. 그가 이런 재물관을 가지게 된 것은 한 스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재물은 퇴비와 같아 한군데 쌓아 놓으면 썩어서 냄새가 나고 여러 군데로 뿌리면 곡식을 살리는 거름이 된다”는 말에 크게 깨쳤다고 한다. 이 사생관과 재물관은 우리 수행자뿐만이 아니라 일반 불자들도 가슴 깊이 새겨 들여야 할 보물이다.
오늘은 전라도 백양사 주련 여행이다. 주련을 설명함에 앞서 사생관과 재물관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부처님의 준엄한 말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뜻이 모두 사찰 주련 속에는 깃들어 있다.
백양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오대총림(五大叢林) 중에 하나이다.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이다.
일반적으로 통하는 백양사의 유래는 백제 무왕 때 세워졌다고 하는데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다. 1034년 중연 선사가 크게 보수한 뒤 정토사로 불리어지기도 하였다.
조선 선조 때는 환양 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구름처럼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으며 법회 3일째는 하얀 양이 내려와 설법을 듣고 7일간의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극락으로 가게 되었다’고 절을 하고 사라졌다. 이튿날 영천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고 한다.
원래 백양사는 백제시대의 고찰로 유구한 역사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가진 명찰로도 소문이 나 있다. 산내 십여 개 암자 중, 유서 깊은 운문암은 고려시대 때부터 납자들의 정진도량으로 유명한 데 석벽은 깎아지른 듯 험하고 산봉우리는 중첩하여 맑고 기이하며 웅장한 모습 때문에 한 때는 백암사(白巖寺)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럼, 극락보전의 주련의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미타불재하방 / 착득심두절막망: 아미타불 계신 곳이 그 어디일까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라.’
이 말 속에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부처님의 ‘즉심시불(卽心是佛)’사상이 들어 있다.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기 위해 절을 찾기도 하고 열심히 기도를 한다. 그러나 그 부처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명심하고 이를 간직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염도염궁무념처/육문상방자금광: 생각은 생각을 이어가다 생각조차 끊어진 곳에 이르면/ 내 몸의 육근에서 찬란한 금빛이 흘러나오게 된다’
인간의 생명체는 마음과 육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신의 주인공은 마음이다. 그 마음이 사념하여 끊임없이 망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육근이란 육식(六識)을 일으켜 외계(外界)의 제대상(諸對象), 즉 대경(對境)을 인식하게 하는 근원적 요소를 이야기 하는데 우리의 육근 즉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 등을 가리키는데, 이 육근으로 인하여 저질러진 죄장(罪障)을 뉘우치는 것을 ‘육근참회’라고 하며, 그렇게 참회하고 육근을 끊어 깨끗해지는 것을 육근청정이라고 하는 데 육근의 집착을 모조리 끊고 무애의 묘용(妙用)을 발하여 깨끗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육근이 가진 망심과 집착을 끊어내고 나면 마음뿐만이 아니라 우리 육신을 이루고 있는 육근에서 찬란한 금빛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백양사 주련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마음이 곧 부처이기 때문에 몸을 이루고 있는 육근을 청정하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 조계종 원로의원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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