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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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연예계의 명암
김 헌 식
대중문화평론가

故 장자연씨의 자살 사건을 두고 문건 속 리스트가 연일 매체의 중심에 있다. 리스트의 몇 명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 제도적, 시스템의 모순이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은 불나방의 생명을 빼앗는 것처럼 화려한 조명아래 대중 연예계는 수많은 생명을 빼앗으면서 마치 모든 이들의 영생과 꿈을 이뤄주는 것처럼 허장성세를 부린다.
사회 경제적인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서 그런지 승자독식이라는 말이 매체에 자주 오르내린다. 골고루 나눠갖지 않는 문화에서는 착실하게 결실을 축적하기 보다는 대박의 환상이 횡행하게 되고 근실한 노동은 천대받는다. 독식의 달콤한 열매는 크고,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처지는 매우 비참하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가 되기 위해 반칙도 일삼게 한다. 실력보다는 편법이 더 우선되기 쉽다. 이런 승자독식이 강한 곳이 대중 연예계다.
대형스타가 독식한다. 많은 스타 지망생들은 대형스타로 파이를 독식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특히 연예기획사는 이들에게 꿈의 실현보다는 냉혹함만을 주기 쉽다. 연예계는 비즈니스의 세계이나 공정한 시장질서가 존재하지 않거나 상도(商道)조차 보기 힘들어진다.
故 장자연씨 사건의 핵심에 한국 연예기획사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속도전과 결과주의가 강자 위주로 형성된 것이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일본과 중국의 시스템을 결합했지만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일본의 연예기획사는 가족적인 개념이나 발굴에서 교육, 홍보, 캐스팅 과정을 관장한다. 미국식 시스템은 대행 에이전시에 해당한다. 자기 권리를 위한 자유계약이 핵심이다. 한국의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들에게는 가족 같은 경영을 하면서 권리 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가족주의가 누군가의 무한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신인들은 소속사를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해야 했다. 자유계약이 아닌 종속적인 방식이 됐다. 요컨대 소속사는 안정적인 수입을 일정하게 주지 않으면서 신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대형스타들의 확보에 집중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히 신인여배우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접대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가 많으니 소속사를 자주 옮기게 된다. 자신의 어려운 신인 시절의 희생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 소속사 분쟁이 일어나고, 해당 연예인을 두고 법정 싸움이 벌어진다. 그 가운데에서 연예인들은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무엇보다 현재 대중 연예계 시스템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약자들이 강자에게 착취되는 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점이다. 여기에서 착취는 생명에 대한 착취다. 마음의 안정이나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며, 스트레스 속에서 스타 지망생들은 생명이 단축된다. 그 대가는 대형 스타와 대형 투자 자본이 가져간다. 화려한 스타들의 영생은 수많은 불나방들의 생명으로 연명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승자의 저주와 같다. 1등에게는 천국이 열릴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다. 故 최진실씨의 자살 사건은 승자의 저주인지 모른다. 과연 1등, 스타가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그 자체의 만족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가며 화려한 빛을 영위할 수만은 없는 것이 본질이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구조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관음(觀淫)주의와 선정주의로 치닫는 것보다는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제도적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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