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심마니들과 몇 달 동안 밀림 속에서 자연산 원종 침향을 찾고자 숱한 늪지와 독충들을 헤치고 다니던 때가 있다. 또 조난을 당해 먹을거리가 다 떨어져서 나이(NGAI)라고 하는 생강 비슷한 것을 캐먹어 가면서 고생을 하다가 간신히 구조된 적도 있다.
어렵고 고달프게 침향을 찾아 헤매면서 얻은 결론은 침향은 결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가 몇 달을 밀림 속에서 고생을 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당시에는 좋은 침향은 구경도 못해본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행복한 것은 어렵게 구해질수록 침향은 복장물이라는 인연의 이름으로 부처님께 더욱 장엄하리라는 그 공양의 바람이 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직접 캐보지 못했던 그 고귀한 침향은 그들 심마니들에 의해 저 깊은 곳에서 몇 백 년 이상씩 숙성을 끝내고 자기가 있어야 할 곳과 그 인연이 될 곳을 아는 것처럼 찾아와 향을 발하니 이 얼마나 오묘한 섭리인가. 아시다시피 복장의식은 점안식과 연결되는 불가 최고의 행사이다. 그러한 점안식을 세 번 볼 수 있는 인연이 있다면 극락에 간다고 불가에는 전해온다. 그러한 복장과 점안의식을, 참된 마음의 공양으로 정성 들여 준비함으로 내 자신이 큰 복을 짓는 외에도, 침향의 그 기운이 우리 부처님의 몸속을 통해 다시 또 천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후 후손에게 지금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 전하는 침향 이야기 중에 매향(埋香)이라고 하는 의식이 있다. 매향은 향도(香徒)와 깊은 연관이 있고 향도는 불자를 일컫는 말에서 기원된 것이다.
매향이 생겨난 근본은 이렇다. 원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삼세불(三世佛) 중에서 현세불인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가 지난 후 내세불인 미륵불의 세상이 오면서 모두 구원을 받는다는 미륵하생의 신앙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미륵불께서는 지금 도솔천궁에 머무르면서 훗날 이 땅의 중생을 제도하실 준비를 하고 계시는데 미륵불이 세상에 오시는 날 용화회상에서 세 번의 법회를 여신다 하셨고 그 법회를 줄여서 용화삼회(龍華三會)라 일컫는 것이다.
우리의 구세주인 미륵부처님이 오시고 법회가 열리는 그 용화삼회에 불가 최고 공양물인 향을 공양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정성밖에 없었던 우리 민초들은 참나무나 향나무 등을 갯벌이나 땅속 깊이 묻어 둠으로 그것이 침향이 되길 빌었다. 그래서 미륵불이 오실 때 그 침향으로 최상의 공양을 올리고자 했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공양물인 침향 공양은 일반 민초들에겐 꿈도 꾸지 못하던 일이었기에 매향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참나무나 향나무를 아무리 오래 묻어 놓는다 하여도 결코 침향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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