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침향과 가남을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침향과 가남의 나무는 서로 같은 학명을 가지고 있기에 학술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외형적으로 침향나무에 비해 가남나무가 더 단단하고 잎이 작다는 것과 몸통이 더 가늘다는 것 등인데, 만약 침향나무와 가남나무가 서로 다른 년수이지만 그 크기가 같다면 외형적으로는 구별하기 매우 힘들다.
이 둘의 구별은 전적으로 냄새와 수지 즉 기름의 결정체를 보고 구별하는 방법밖에 없다. 가남나무는 나무의 결 또한 오랜 세월에 걸려 자라난 것이므로 조직이 치밀하고 수지 생성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나무 결속에 스며들어 일정한 패턴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 그 자체는 오랜 세월을 두고 수지 속에서 삭기 때문에 밀랍과 같이 부드러운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가남을 태워보면 연기는 수직의 형태를 띠며 불꽃은 약간 파란색을 띠고 침향의 연기는 가남에 비해서 약간 꼬인 듯한 원형의 형태를 띠게 된다. 또한 가남의 향은 침향의 향보다 넓게 퍼지고 오래간다. 그 향을 맡아보면 어지럽던 마음이 순식간에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손에 쥐어보면 온몸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침향과 가남은 신맛과 매운맛, 단맛과 쓴 맛이 공존하는데, 가남을 씹었을 때는 부드러운 나무의 조직과 어울려 껌을 씹는 것처럼 부드럽다. 좋은 등급의 가남은 부드러우며 향이 강하고, 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단단하며 향이 약하다.
베트남 심마니들이 가남의 품질을 확인 할 때는 가남을 바나나 껍질에 싸서 직사광선에 하루 정도 노출 시킨 후 밤에 그 바나나 껍질을 열어서 가남기름이 밖으로 많이 배출돼 나오면 상품으로 치고, 적게 나오면 하품으로 친다.
반면에 침향은 수지가 가남에 비해서 적기 때문에 그 냄새는 가남에 비해 옅으며 나무는 암갈색을 띤다. 침향의 맛은 약간 쓴맛 또는 매운맛이 나며 가남에 비해서 물에 뜨는 것들이 많다.
현재까지 많은 관련기관들이 가남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인 이론은 확립돼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충분히 실험을 할 시료 즉, 가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원체 고가이기에 그것을 실험용으로 사용하기에 제한이 있다.
필자도 가남나무를 확인하기 위해 베트남 밀림에 가서 무척 고생을 하였음에도 정작 가남나무는 직접 보지 못했다. 그나마 운이 따라준 덕인지 자연산 침향나무를 발견해 사진 찍는 것은 성공 했지만 가남나무는 아쉽게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기야 필자가 가남나무를 발견했다면 그 자체로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겠지만…. (02)3663-6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