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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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문제는 티베트인에게…
이 병 두
칼럼니스트


중국은 아편전쟁 이래 거의 10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이른바 ‘반(半) 식민지’ 상태를 겪으며, 여러 열강들이 이권을 나누어 갖고 중국의 주권을 유린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한 역사가 있다. 심지어 “중국인과 개는 출입을 금지함”이라고 쓴 팻말이 구미(歐美)의 식당마다 내걸릴 정도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새로 독립한 제3세계 여러 국가들이 호의를 가지고 중국을 ‘우방’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내세워온 ‘제국주의 반대’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것이었을 뿐임이 곧바로 드러난다. 이슬람교도들이 다수를 이루는 위구르지역과 독특한 문화 전통을 간직해온 티베트를 점령해 자치구로 편입시켰지만, ‘자치’는 허울뿐 실제로는 식민통치와 다름없었다. 중국이 이 점령지를 통치하는 방식은 일제를 비롯하여 과거 악랄했던 식민제국주의자들의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 ‘독립의 기운 자체가 피어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AP와 AFP 등 주요 통신사가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티베트의 설날 축제 기간을 맞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시추안(四川)성의 티베트인 다수 지역의 작은 도시인아바(Aba)에 스님 1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스님이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티베트 국기를 흔들며 분신을 기도하자 중국 경찰이 곧바로 총격을 가해 사망했다고 한다.
처음 티베트를 강점한 이래 변함없이 중국은 “티베트는 역사상 중국의 일부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티베트 민족은 분명히 한족과 구별되는 특성을 갖고 있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자를 포함한 고유문화 전통을 꽃피워온 오랜 역사가 있다. 특히 이들이 발전시켜온 독특하고 정교한 불교 수행과 교학(敎學) 체계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 지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티베트가 본래부터 중국의 영토였고, 티베트 민족은 중국인의 일부”라고 하는 중국의 주장이 옳다면, 서너 살짜리 어린아이나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죽음을 무릅쓰고 수천 미터 높이의 눈 덮인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이나 인도로 탈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에 점령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독립’과 ‘진정한 자치’를 요구하며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마다 티베트 설날이 다가오면 티베트인들보다 오히려 중국 당국이 긴장하며 불안해하고 공포에 휩싸이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우리 속담에 “맞고 온 사람은 발을 뻗고 잠을 자지만, 매를 때린 놈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이야말로, ‘독립’을 요구하며 깃발을 한 번 흔들고, 분신을 기도했다고 해서 곧바로 총격을 가해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불안한 것은 아닌가?
이 불안감은 어떻게 해야 해결될까? 티베트에 병력을 증원해서 주둔시키고 일체의 종교 행위와 모임을 금지시키면 될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중국 정부와 불교계가 ‘세계 화합’을 주제로 제2차 세계불교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는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타이완과 홍콩 불교계가 함께 주관하여 ‘중국 불교계의 화합’을 세상에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서쪽 티베트에서는 스님들을 핍박하고 총격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상황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중국에서 말하는 ‘세계화합’에 티베트는 빠져도 되는 것인가?
그대들의 불안감과 공포 해소를 위해서라도, 중국 당국은 티베트 문제 해결을 티베트인들에게 맡기는 진정한 세계 화합의 길에 나서라.
20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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