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이나 가남향을 구하는 이들에 대해 알아보자.
편의상 침향과 가남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심마니라고 한다. 그들이 침향을 채취하고자 하는 노고가 희귀약재를 찾아다니는 심마니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침향을 귀한 물품으로 여겼던 것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나라 고려인삼을 오래 전부터 전설의 영약으로 여기고 최고의 보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필자가 베트남을 드나들던 중 베트남의 관계자로부터 인삼을 좀 구할 수 있느냐는 말을 듣고 어떻게 인삼을 아느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베트남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이나 왜(倭) 등과 인삼을 교역했으며, 고려인삼의 효능과 약성은 하늘아래 제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교역량이 너무나 적었기에 일반 귀족들조차 엄두도 못 내던 영약이었고, 다만 전설처럼 전해지는 고려인삼의 이야기를 동경했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아련한 감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헌덕왕이 최초로 침향을 교역(AD919)한 것으로 나와 있고, 워낙 귀한 물품이니만큼 귀족들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처럼 멀리서 전해오는 귀한 물건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나라를 격하고 시대를 넘어서도 한결 같은 동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침향과 가남을 채취하는 베트남의 심마니들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면 우선 그들은 4~8명씩 조를 이뤄 밀림으로 들어간다. 그전에 그들은 우리의 심마니들처럼 산신제와 비슷한 고사를 지내는데 고사에는 자신들을 침향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달라는 것과 무사귀환의 뜻이 담겨있다. 이때 고사는 ‘Thien Y A Na’ 라고 하는 침향의 여신을 향해 기원 하게 된다. 침향의 여신이라고 하는 이 티엔(Thien Y A Na) 여신은 지금도 베트남의 중부지방인 다낭을 비롯한 여러 곳에 이 여신의 탑과 상이 있을 정도로 숭앙 받고 있으며 특히 사랑과 관련한 전설로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이 여신은 애초에 하늘의 천녀였으나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가 왕자와 사랑을 하게 돼 지상에 머물게 되는데, 훗날 왕이 된 남편은 전쟁터로 나가서 전사를 하게 된다. 이 때 이 여신을 흠모한 이웃나라 왕이 티엔을 차지하고자 하지만, 티엔은 이웃나라 왕을 피해 몸을 숨긴다. 이 곳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하롱베이라는 곳이다.(02)3663-6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