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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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후광 효과’
권 경 희
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서불대 연구교수

△ 입심이 좋고 말을 잘해 타인이 쉽게 호감을 느낀다. △ 자존심이 지나치게 높다. △ 쉽게 지루해 한다. △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 남을 잘 속이거나 조종한다. △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고, 죄책감도 잘 느끼지 않는다. △ 감동하는 일이 거의 없다. △ 매사에 냉담하고 남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 고정적인 직업이 없고 남에게 빌붙어 산다. △ 나쁜 행동을 자제하기 어렵다.
사이코패스 테스트(PCL-R) 20문항 가운데 앞의 10문항을 쉽게 풀어 놓은 것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극단적인 증세를 가진 사람으로, 최근 부녀자 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바로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고 한다.
강호순의 행각은 힘없는 부녀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행동도 잔인하지만, 검거된 후 보이는 행동이 더욱 경악스럽다. 수사하는 형사들에게 범죄 전모를 자백하면서 반성하는 척하다가 농담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행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아들이 인세를 받게 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위하는 자식들에게 전화 한 번 안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사이코패스의 특징 가운데 놀라운 점은 이들이 처음에는 남의 호감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호감이 가는 외모에 대해 관대한 평가를 내린다. 인상이 좋으므로 저 사람은 착할 것이고, 저 사람의 말은 신뢰할 만하고, 저 사람은 나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고 짐작한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후광효과((後光效果, halo effect)’라고 한다.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부분적인 속성에서 받은 인상이 다른 측면의 평가나 전체적인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에 의해 매력적인 사람이 못생긴 사람에 비해 대인관계나 자신감, 적극성, 지적 능력, 성실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는다.
강호순은 이런 후광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연기를 하듯 사람들을 대했다. 이런 모습을 직접 대한 경찰들은 강호순은 “쇼의 명수”라고 표현했다. 강호순에게 변을 당한 부녀자들이 잘 모르는 남자를 따라간 것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사이코패스가 강호순이나 유영철, 정남규 등의 연쇄살인범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성인의 약 1%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하며, 사회·조직 속에도 섞여 있어 범죄와 연관되지 않고도 사회에서 은밀히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출세나 성공을 위해 타인을 무자비하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이들은 자기만의 정의가 있어 자기만 옳다고 본다. 자기만의 생각에 꽉 차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른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데 바람직한가 해가 되는가를 돌아보지 않는다. 즉 사회 가치나 양심, 이상과 관련된 기능인 슈퍼에고(super ego, 초자아)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행히, 흉악 범죄로 자신의 극악한 정신병질적 성향을 행동화하는 사이코패스와 범행 유형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프로파일링팀이 우리나라 경찰에서도 2000년부터 가동돼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강호순 사건의 수사에도 이들의 활약이 컸다. 그러나 사후처리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을 청소년 시기에 미리 발견하여 국가가 치료를 하는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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