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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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심귀명례한다
이 강 렬
극작가, 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난 자리가 육신의 고향이 아닐까. 나에게는 특히 양산이 그러하며 힘들어 방황할 때마다 찾게 되는 내 영혼의 쉼터이기도 하다. 지척의 3보 종찰 중 하나인 통도사를 안고 있는 영취산 자락은 부모님이 누워계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마르지 않는 강(江)이 침묵처럼 흐르나보다. 설 연휴를 맞아 그곳에 갈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매번 깊게 생각하게 한다.
불교에서 법(法)은 대체로 진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를 깨치기 위해 모두들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불(佛)ㆍ법(法)ㆍ승(僧)을 ‘삼보(三寶)’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통도사 만큼 즐겨 찾고 이런저런 추억이 많은 해인사는 진리의 가르침인 불교 경전을 집대성한 고려대장경판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법보 종찰’로 일컫는다.
효봉, 청담, 고암, 서옹, 성철, 서암, 월하, 혜암 등 조계종 역대 종정스님들을 비롯한 고승들의 ‘법어’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말씀인 셈이다. 그 중에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은 생전에 가야산 호랑이로도 불린 성철 스님의 법어가 아닐까싶다. “원각이 보조하니 적과 멸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詩會)대중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조계종 6대 종정에 추대된 스님께서 1981년 1월 15일 서울 조계사 추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수행처인 해인사 백련암에서 전해 온 법이다.
그 법어의 핵심인 마지막 대목은 중국 송나라의 고승으로 도천(道川)이라는 호를 지닌 야부(冶父)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부처님이 어디에 계시단 말인가”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함축해 표현한 시의 한구절과 맞닿아 있다. 그 시는 야부 등 당시 중국의 고승 5명이 불교의 중심경전인 <금강경>을 해설하고 주석한 <금강경오가해>에 전해온다.
언제나 그렇듯 사찰의 경내에서 들리는 염불소리에 세월 또한 깊어지는 느낌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듯 회색빛 통도사 지장전에서 들리는 염불소리 중에 유독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란 구절이 가슴을 적신다. 경내의 모든 존재들이 몸을 낮춘 채 지극한 마음으로 지심귀명례하고 있다.
사찰에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49재 등 이런저런 제사가 많다. 일반 대중들이 찾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제(祭)란 좋은 언행으로 나를 맑게 해 돌아가신 영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스님의 염불보다는 제주들의 맑은 마음들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평소에 선행하는 마음으로 살아야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종정 법전 스님은 올 해 신년법어는 “새 빛으로 이 땅의 어둠을 씻어내고 산 빛 물빛이 한결같이 지혜광명을 이루어 사바의 번뇌를 일깨우는 심지의 법등을 밝히자”이다. 어려운 경제난으로 모두들 삶이 고단해지고 온갖 괴담이 난무하는 사회에 법어에 담긴 의미가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오래 전 스님께서 총무원장으로 계실 때 필자에게 중국의 고시를 손수 적어주시며 살아가는데 지침이 되라는 글을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그 내용도 한마디로 말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행복과 지옥이 함께 있음에 평정심을 읽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지심귀명례’ 하는 무상한 억겁 속의 절절한 감정이 기축년 새해 온몸으로 다가온다.






200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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