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러한 생존 환경이 극히 열악한 곳에 자리잡은 침향나무는 묘목 때부터 생장에 필요한 기본 영양소를 공급 받는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열악한 곳에 자리함에도 불구하고 침향의 묘목은 좋은 영양분은 고사하고, 어릴 때부터 스스로 독수(毒水)와 독무(毒霧)의 해독부터 하다 보니 열악한 환경과 거기에 따르는 스트레스로 태반이 고사(枯死)하게 된다. 그중에 요행히 살아남는 나무는 우리의 산삼과 마찬가지로 성장속도가 매우 느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자라난 나무에서 생산된 향을 베트남에서는 가남향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가남향이 독샘이 있는 곳에서만 나는 것은 아니다. 가남은 생존환경이 열악한 곳 즉, 바위틈이나 돌밭 또는 덩굴이 나무 전체를 휘감아 소위 숨쉬기조차 힘든 가혹한 조건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산삼은 몸에 상처를 받거나 생장환경이 악화되면 생장조건이 갖추어 질 때까지 휴면을 한다고 한다. 성장속도가 느린 가남 또한 산삼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상처를 받게 되면 이것을 치유하기 위해 심재(心材)에서 수지를 발생시켜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온갖 힘을 쓰게 되므로 정작 생장에는 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가남은 거의 100년을 자라도 30센티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자란 가남향은 나무의 분자구조가 침향보다는 조밀하게 되고 수지의 형성 또한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기에 침향의 뿌리부분에서 가남이 나온다는 이론은 조금 성급한 해석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또 하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가남향을 정의하면서 ‘묽고 점착성이 있으며 씹으면 점성이 느껴진다’라는 이론이 있는데, 이 부분은 약재로 사용하는 침향의 경우에도 수지부분이 밀집돼 씹으면 끈적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남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밀집된 침향의 수지는 일정한 온도에 이르면 끈적이는 젤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젤 상태의 침향 수지가 많이 집적(集積)돼 있는 상태를 가남이라고 정의한 데서 오는 오해 때문에 침향을 가남으로 오판할 수도 있기에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수지가 밀집된 형태로(점착성이 있는) 나타나는 경우는 침향나무의 뿌리부분뿐만 아니라 껍질에서도 수지의 집적현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남향이 침향의 뿌리에서 나온다는 이론은 무리가 있다. (02)3663-6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