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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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후세인 오바마 주니어
김 징 자
칼럼니스트

2009년 미국은 영어 세 단어의 결합인 주문(呪文)과도 같은 ‘Yes, We Can(네, 우리는 할 수 있어요)’에 환호하며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그 출발에 들떠 있다.
1월 20일 취임한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내놓은 일종의 집단 ‘주문’에는 이밖에도 ‘Change(변화, 또는 바꾸자 일까?)’ ‘We Are One(우리는 하나)’등이 있으며 지금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문’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구호를 여기서 구태여 ‘주문’이라 표현해 보는 것은 인간의 언어가 어쩌면 ‘주문’의 필요성에 의해 탄생했고, 동물들과 다른 인간의 욕망이나 감성 또는 감정의 발달 그 모두가 언어의 도움을 받아 그 가지를 쳐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렬한 기대를 품게 하는 오바마의 이런 구호는 구호이기 이전에 ‘주문’에 가깝다.
덧붙인다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줄 아는, 유능한 부흥목사와도 같은 능란하고 현란한 웅변술이 그의 구호를 집단 ‘주문’으로 승격시켰을 수도 있다. 아니면 1930년대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몰려 휘청거리는, 그래서 누구나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된 이 시대가 그의 정치적 구호를 ‘주문’으로 바꾸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낙관과 희망은 필수의 영양제이며,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 같은 ‘주문’ 역시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당장 오바마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주문’을 내 걸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변화’의 가능성 역시 아직 인종갈등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미국인 스스로가 흑인을 그들의 대통령으로 뽑았고, 대다수가 이를 받아들였다는데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환호에 휩싸인 그의 ‘주문’들이 언제까지 박수 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당면한 최우선의 과제,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그 지상 과제에 대해 취임당일 뉴욕증시는 4%라는 큰 폭의 하락으로 현실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었다.
현실은 기원과 기대만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며, 어떤 마술을 쓴다 해서 험악한 물길을 되돌려 놓을 수도 없다.
그가 내 놓은 핵심공약들 대부분도 적지 않은 걸림돌로 해서 성사까지는 갈 길이 멀다.
미국 밖을 내다보아도 그야말로 웃을 일이 거의 없다. 이라크 철군, 진행 중이나 마찬가지인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여기에 북한의 핵도 빠지지 않는다.
모든 문제의 해결에 인내하는 시간을 길게 잡아야할 것이지만 이럴 경우 국민들의 인내심은 얇아 곧 한계에 이른다. 그 한계는 ‘Yes, We Can’의 주력(呪力)이 한꺼번에 빠지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해서 그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싶지 않으며 이 시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기대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풀 네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 주니어’다. ‘버락’은 케냐에서 쓰는 스와힐리어로 ‘신의 축복을 받은’이라는 뜻이라 한다. 중간 이름 ‘후세인’은 이슬람권에서 힘 있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대표적 이름 가운데 하나다. 그의 이름은 이처럼 종교적 색채를 가지고 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됐다는 의미만큼이나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기독교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그는 기독교인이며 또한 미국의 전통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통령을 받아들인 미국사회는 종교적 분포로 보아서도 기독교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집권 시기 안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일신교 형제 종교들의 지겹고 터무니없는 갈등으로 해서 지구가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게 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동서양 종교는 서로의 거울이 돼 마주 봄으로써 스스로를 좀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던 가톨릭 신부 토머스 머튼의 한마디를 함께 덧붙이면서….
20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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