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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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떡장수 할머니
“과거 현재 미래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려오?”

덕산 스님 일깨운 떡장수 할머니의 ‘삼세심 불가득’
일체 차별경계 초월해 무심으로 사는 도리 일깨워

우리가 ‘점심 먹자’고 할 때의 ‘점심(點心)’이란 말에는 두 가지 어원이 전한다.
하나는 중국 남송 때 한세충(韓世忠)이라는 장군의 아내였던 양홍옥(梁紅玉)의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금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양홍옥이 손수 만두를 빚어 나눠주었다. 하지만 군사가 많아서 넉넉히 나눠줄 수 없자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까 마음(心)에 점(點)이나 찍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기충천한 송나라 군대는 10만 대군을 맞아 8000의 병력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점심’의 또 다른 어원은 선종어록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인 ‘떡장수 할머니(老婆)’에게서 유래했다. 용담숭신(龍潭崇信, ?~850) 선사의 우바이 제자로 추정되는 할머니는 덕산선감(德山宣鑑, 780~865) 선사를 한 수 지도해 준 ‘점심 공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덕산의 몽둥이(德山棒)’로 유명한 덕산은 20세 때 구족계를 받고 율장을 배웠다. 그리고 <금강경>을 깊이 연구해 ‘주금강(周金剛)’ 또는 ‘주금강왕(周金剛王)’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30세가 된 어느 날 그는, 남쪽에 가면 “마음이 곧 부처이다”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서 그 본성을 보게 해 부처가 되게 한다(直指人心 見性成佛)”는 돈오선 수행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금강경> 주석서(疏抄)를 메고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마침 그가 여주(澧州)에 이르자 점심 때가 돼 떡집에 들어가 주인 할머니에게 점심으로 떡을 주문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물었다.
“메고 온 것이 무엇이오?”
“<금강경> 주석서요.”
“내가 스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대답을 하면 떡을 거저 드리겠소. 만약 대답 못하면 다른 곳에 가서 떡을 사 드시오.”
덕산 선사가 자신 있게 물으라고 하자, 할머니가 물었다.
“<금강경>에 설하기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點)을 찍겠습니까?”
덕산 선사는 말문이 막혔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으니 점을 찍을 수 없고, 현재는 일초도 기다리지 않고 흘러가 버리니 실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점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할머니는 용담숭신 선사가 주석(住錫)하고 있는 용담(龍潭)을 안내해줘서 덕산 선사는 그곳을 찾아갔다. 어느 날 밤 용담 선사가 물었다.
“어째서 돌아가지 않는가?”
“어둡습니다.”
이에 용담 선사가 호롱불을 켜서 덕산에게 주었다. 덕산이 받으려는 순간 용담 선사가 훅 불어 꺼 버렸다.
이에 덕산이 엎드려 절을 하니 용담 선사가 다시 물었다.
“무슨 도리를 보았는가?”
“덕산은 지금부터 노 선사의 말씀을 의심치 않겠나이다.”
덕산은 이윽고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용담(龍潭)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막상 와보니, 못(潭)도 없고 용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땐 어찌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지금 용담에 와 있느니라.”
이 말에 덕산은 문득 깨우침을 얻어 30여 년간 스승 곁에 머물면서 보임하다가 법을 이어받았다.
이 일화에서 떡장수 할머니는 알음알이를 자랑하던 덕산 스님의 아상(我相)을 꺽으며 ‘얻을 바 없는 진리(無所得法)’에 대한 분발심을 일으킨 위대한 선지식 역할을 했다.
할머니가 화두로 던진 ‘삼세심(三世心) 불가득’ 공안은 “삼계가 무법인데 어디서 마음을 구하랴!(三界無法 何處求心)”(벽암록) 라고 한 반산보적 선사의 공안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일체의 만법은 무자성(無自性)이기에 텅 비어 공(空)하다고 하고, 또 무법(無法)이라고 하며, 인연화합으로 생한 법이 본래는 생한 바 없기 때문에 무생(無生)임을 설한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여래를 보리라”(<금강경>)고 설한 것처럼 일체의 차별경계를 초월한 무심으로, 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며 살아가는 도리를 일깨운다.
김성우 기자
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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