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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잘 대처하고 있나?
이 광 헌
동국의대 정신과 교수

최근 도박과 관련된 유명연예인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거기에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거액의 인터넷 도박을 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2% 정도가 도박 중독인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의 4% 정도가 도박 중독에 빠져있다는 보고가 있다. 도박 중독은 심각한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도박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도박에 빠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상태가 되면 평소에 그렇지 않던 사람도 도박과 관련해 쉽게 거짓말 하고 짜증이 늘고 심지어는 난폭한 행동이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여러 가지 연구들은 중독이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닌 뇌질병임을 밝혀냈다. 인간의 쾌락이나 충동을 담당하는 회로가 선천적으로 부실하거나 어릴 때부터 잘못 형성된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진다는 설명이다. 쾌락을 담당하는 뇌는 특정한 자극이 들어오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분비하고 다시 더 강력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 회로에 작용하는 도파민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도박중독은 더 이상 마음이나 의지의 병이 아닌 뇌의 병인 셈이다. 물론 성격적인 요인도 있다. 늘 새로운 자극,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탐닉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도박 외에도 술이나 약물 등 여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현실도피적인 사람들이나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범죄형 도박꾼, 정신질환으로 인해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에 도박이 더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처지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는 더 커지기 쉽다. 그러나 이렇게 요행을 바라는 경우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도박에 투자한 돈 때문에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가 도박을 부추긴 면도 없지 않다. 도박이 허용된 나라일수록 도박중독자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강원랜드와 같은 내국인 출입도박장을 허용하고, 각 지자체마다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도박장 개설 허가를 원하고 있다. 소탐대실하기 십상이다.
과천이나 제주도에 가면 멀쩡하게 일해야 할 시간에 택시기사, 회사원, 영업사원 할 것 없이 자기 일 제쳐두고 경마 도박에 빠진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인가? 경륜 경정 오락경마 바다이야기 성인오락실 인터넷게임 등 공식·비공식적인 도박은 우리사회에서 너무나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조문 운운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야할 매스컴도 도박 분위기를 띄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도박 관련 영상물, 드라마가 넘쳐나고, 심지어는 미화하기까지 한다. 폭력이나 도박 등 좋지 못한 영상물을 보면, 내용이 아무리 권선징악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해도 결국 청소년이나 그런 것을 동경하는 사람에게는 뇌리에 새겨져서, 기회가 되면 그런 행동을 모방하게 된다는 것이 학습이론가들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도박중독은 최근 의학의 발달로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많은 치료법이 개발돼 큰 발전이 있었다. 특히 약물치료 부분에서 일부 항우울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에 쓰이는 일부 약물이 도박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현저히 줄여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환자나 가족이 스스로 다른 환자들의 도박중독 치료를 돕는 단도박 친목모임도 있다.
너그러운 어머니와 마음씨 좋은 아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환자의 빚을 갚아주고 도박을 그만두기를 기도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런 가족들의 행동은 마치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자식에 대한 애처로움이,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자칫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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