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윤회 면하려면 탐욕 끊고 애정 없애야
부처님 대리에게 구족계 받은 최초의 비구니
장로니 비방한 전생 과보로 고급유녀로 환생
<장로니게(長老尼偈)>에 등장하는 71명의 ‘깨달은 비구니’ 가운데는 원래 유녀(遊女: 성매매 여성)였던 앗다까시, 아바야마타, 비말라, 암바파리라 불리우는 장로니 4명에 대한 기록이 보일 정도로 당시에 이미 성매매가 일반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 네 분 가운데 미모가 출중하고 유명한 장로니는 앗다까시(Addhakasi)였다. <장로니게>에 따르면, 앗다까시는 가섭부처님 때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결혼 적령기가 됐을 때 비구니 가까이 가서 법문을 들었고, 믿음을 얻어 출가했다. 그런데 그녀는 계(戒)를 확고히 지키며 분석적인 통찰을 성취하고 번뇌를 멸한 한 장로니를 유녀란 말로 비난했기에 그 과보로, 그곳에서 죽어 지옥에 떨어졌다. 그런 후 그녀는 석가모니부처님 재세시에 까시(Kasi) 왕국의 뛰어나고 부유한 상인 가정에 태어났다. 하지만 전생에 저질렀던 말에 의한 악행의 결과로 결국 유녀가 됐고, ‘앗다까시(까시의 반 정도 가치를 지닌 여자)’라고 불리게 됐다. 그녀와 하룻밤을 지내려면 까시국 땅에서 걷어지는 세금의 절반에 해당되는 화대가 필요할 정도로 아름다움과 교양을 갖춘 ‘고급 창녀’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교계의 꽃’으로서 화려한 삶을 살지라도 정조를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이 옳지 않다는 양심만은 속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심경의 변화가 온 것이다.
‘내가 짓고 있는 이 죄악 때문에 사후(死後)에도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뽐내온 아름다운 얼굴, 이것이 모든 죄악의 근원이구나.’
이런 결론에 도달하자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 자체가 저주스러웠다. 작심한 그녀는 어느 날 동료에게 자신의 뜻을 고백했다.
“나는 부처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어.”
동료는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당황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사실을 알렸다. 그녀가 출가한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나라에 퍼졌다. 그녀가 모든 재산을 버리고 출가하기 위해 나서려는 날, 동료들이 몰려와서 말했다.
“지금 곳곳에 청년들이 숨어서 네가 지나가면 습격하려 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
실제로, 평소 그녀를 사모하던 청년들이 그녀가 지나가는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라쟈가하에서 부처님이 머물고 계시는 사밧티(舍衛城)까지 가려면 거의 2개월이나 걸려 그녀는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출가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육신을 깨끗하게 지켜왔는데 남자에게 다시 욕을 당한다면 나는 영원히 출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할 수 없이 심부름꾼을 보내 부처님께 그간의 사정을 상세히 아뢰고 도움을 청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일을 다 알고 계시는 듯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다.
“염려마라. 다른 비구니가 나를 대신해 앗다까시에게 구족계를 주리라.”
부처님께서는 한 비구니를 대신 그녀에게 보내 수계하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대리로 구족계를 준 최초의 예가 됐다. 비구니가 된 앗다까시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머지 않아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앗다까시는 아름다운 모습을 혐오하면서, 이 육신은 괴롭고 청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관(觀)하면서 그 이후에 탐욕에서 벗어났다. 여기서 혐오감을 획득하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며,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란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원각 경>에서 ‘윤회의 근원과 그것을 끊는 방법’을 묻는 미륵보살에게 이렇게 법문하셨다.
“모든 중생에게는 시작 없는 옛적부터 갖가지 은애와 애정과 탐심과 음욕이 있기 때문에 생사에 윤회한다. … 음욕으로 인해 마음에 맞거나 거스름이 생기며, 그 대상이 사랑의 마음을 거스르면 그만 미움과 질투를 내어 갖가지 업을 짓는다. 여기서 지옥과 아귀가 생기는 것이다. 중생이 생사의 윤회를 면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정의 목마름을 없애야 한다.”
수행자들은 자신의 공부가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가를 점검하려면, 갈애(渴愛)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스스로 점검할 일이다. 자신을 속이며 무애가(無碍歌)를 부른다면 숨넘어갈 때는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