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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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신드롬과 정부의 책임
송 일 호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가을부터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식과 펀드가 반토막이 나고, 자영업자들은 지난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미네르바(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그를 ‘사이버 경제대통령’으로 추앙하고 있다. 미네르바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외 금융시장 흐름에 대한 분석과 함께 현 정부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하자, 정부는 그를 ‘경제괴담 유포자’로 간주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나 사회가 어지러우면 우리의 주변에 항상 이름 모를 정체불명의 존재가 등장해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예측을 하는데 그 예측이 곧잘 맞아 들어간다. 이번에도 그 예측이 주먹구구식이 아닌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는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 정체불명의 존재와 함께 열광을 하고 때로는 그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인터넷시대에 미네르바와 같은 필객의 활약은 삽시간에 많은 네티즌에게 메시지가 전해지며 댓글들을 통한 그 파급효과도 매우 크게 나타나게 된다. 위기에 빠진 건설사와 증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허탈하고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촛불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었고 이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 경제가 이 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다소 여론과는 달리 고집스럽게 정책을 운영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미 금융스와프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외환위기는 중대한 국면을 가까스로 넘겼으나 실물 경제가 너무나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민심이 매우 나빠져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민의 뜻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미네르바라는 존재의 등장은 너무나도 반갑고 그의 글속에 담겨있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들어 갈수록 국민은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미네르바를 이 시대의 예언자이자 구원자, 아니 어쩌면 혁명가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를 통해 반토막 난 주식과 펀드가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발생한 결과라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정부를 향해 질타하는 그의 비판적 글을 통해 통쾌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민심을 흐리는 선동자 정도로 판단하여 법정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민심의 행배를 잘못 읽고 있는 처사인 것 같다.
원래 경제가 탈이 나면 그 잘못을 지적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들은 얼마든지 많다. 단지,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나 방법은 다를 수 있고 또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정책에 대한 약효가 언제 나타날지 또는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쉽게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경제적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는 위기적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아무리 정확한 예측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또 다른 금융위기 소식이 전해지면 하루 아침에 한국 경제는 바람 앞에 등불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물론 지금과 같이 미네르바의 예측은 맞으면 네티즌을 비롯한 국민들로 부터 많은 지지를 받게 되겠지만 한편으로 그의 예측이 틀려도 그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방통행식 주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네르바의 입을 법으로 막겠다는 발상 대신 그의 지적과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대안을 마련하여 미네르바의 예측이 하나씩 틀려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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