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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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독고황후
“참회?계행 없는 염불수행은 사상누각”

수나라 최초 황후, 염불정진으로 정토종 확산 공헌
육바라밀 공덕 지어 중생제도하는 것이 대승보살도

문헌황후 독고씨(文獻皇后 獨孤氏, 543~ 602)는 중국 수(隋)나라 문제(文帝)의 황후로서 ‘독고황후’로 잘 알려져 있다. 수나라 최초의 황후인 그녀는 수문제 양견의 정실부인으로서, 원래 이름은 독고가라(獨孤伽羅)이다.
황후는 황실에서 정토염불을 닦은 신심깊은 우바이로서, 인도 위제(희) 부인에게 비견되는 인물이다. 마갈타국 빈비사라왕의 황후이며 아사세왕의 어머니인 위제희 부인의 청(請)으로 부처님께서 <불설관무량수경>을 설하셨듯이, 독고황후의 염불수행으로 중국에서 정토종이 널리 퍼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연종집요>에 따르면, 독고황후는 궁중에 있으면서 대승(大乘)을 존경하고 사모해 항상 아미타불을 염불하며, 염불할 때는 반드시 먼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수향(沈水香)을 씹어서 입을 깨끗이 했다고 전한다. 황후는 인수(仁壽) 2년 8월 갑자일에 영안궁(永安宮)에서 운명했는데, 지상에서는 맡을 수 없는 신비로운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고 천악(天樂)이 하늘에서 떨쳐 울렸다.
수문제가 사제사나(提斯那) 스님에게 “무슨 길한 조짐이냐?”고 물었더니, 사제사나 스님은 “정토에 아미타불이 계시는데, 황후가 정토에 왕생하셨으므로 이런 길조가 있사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황후의 신분으로 온갖 영화를 누리면서도 염불할 때는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고 향을 사르며 정성을 다해 ‘나무 아미타불’을 염한 것이다. 하늘음악이 들려오고 천상의 향내음이 진동했다는 기록을 남길 정도로 남모르게 일념으로 정진했음을 알 수 있다.
<연종집요>의 편찬자는 ‘찬(贊)’을 통해 “궁중의 ‘부귀와 총애(貴寵)’를 버리고 정토를 바래 왕생한 이로서, 예전에는 위제(韋提)가 있었고 지금은 이 분을 보겠다”고 찬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사에서 ‘중국의 위제희 부인’으로 칭송받는 독고황후는 중국사에서는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서위의 선비족 대장군 독고신의 7녀로 태어난 독고가라는 14세 때에 대사공 양충의 자제 양견과 가례를 올렸다. 그녀는 이 때 양견에게 조건을 내걸었는데, ‘자신 이외의 어떠한 여인에게서도 자식을 보지 말라’는 약속을 내걸었다.
581년, 양견이 외손자 정제를 몰아내고 나라를 세우려 하자, 독고가라는 그에게 “거사는 돌이킬 수 없으니 어서 결행하라” 일렀다. 이에 양견이 결단을 내리고 나라를 세우니 이 나라가 바로 수나라이다.
독고가라는 황후가 돼 양견을 옆에서 보좌했으며, 평소 금욕적인 성격과 가례 때 맺은 약속 때문에 양견과 후궁 문제로 다투기도 했다. 심지어는 양견이 총애하던 궁녀 위지녀의 목을 베고 그 목을 양견에게 바치자, 양견이 진노해 궁궐을 나갔다고 한다. 602년 8월, 독고황후가 향년 60세로 영안궁에서 한질로 병사한 후에야 수문제가 비로소 거리낌없이 비빈(妃嬪)들을 품을 수 있었다고 하니, 당시 황실의 법도와는 맞지 않게 황제에게도 금욕을 강요한 셈이다.
이처럼 질투심이 대단한 그녀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백성들에게 인자하고 존경받는 황후였다 한다. 또한 자신의 장남 양용이 행실에 문제가 있자, 양견에게 건의해 폐출시키고, 그 자리에 차남 양광을 세웠다.
황후는 말년에 자신의 질투심과 그로 인한 악행을 참회하고 오로지 염불에만 전념한 것으로 보인다. 참회와 계행이 없는 염불수행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나 밑빠진 항아리에 물붙기와 다름 없다. 부처님께서는 <관무량수경>에서 위제희 부인에게 ‘불국토에 가서 나고자 하는 사람은 세 가지 복을 닦아야 한다’며 이렇게 설하셨다.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손히 섬기며, 자비심으로 산 것을 죽이지 않고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해야 한다. 둘째, 삼보에 귀의하고 여러 도덕 규범을 지키며 위의(威儀)를 범하지 말 것이니라. 셋째, 보리심을 내어 깊이 인과의 도리를 믿고 대승경전을 독송하며 남에게도 이 길을 권해야 한다. 이를 청정한 업이라 하느니라.”
우리의 청정자성은 본래 선악을 초월한 자리이지만, 선악을 초월한 자리에서 육바라밀을 행하고 공덕을 지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대승보살의 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성우 기자
200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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