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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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부모님을 용서하고 싶어요
난 태어나지 말 걸
교도소에 가 보면 정말 그의 죄를 미워하기 전에 그가 걸어온 삶의 고통에 대해서 가슴 저리게 아파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제 30세가 넘은 박씨도 그런 사람이다. 그의 편지에 의하면 그는 베트남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박씨가 다섯 살 무렵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친어머니와 헤어져야 하는 것은 슬픔이었겠지만 그래도 아버지 나라에 왔으니 반갑고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당당한 한국의 어린이로서 무럭무럭(?) 자라야 할 나이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할머니와 고모들이 그를 손자로 조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기 싫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저를 버렸어요. 나보다 다른 가족이 더 중요했던 겁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 어떤 말이 오갔는지, 그것이 얼마나 그의 가슴에 비수가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아이의 아픔을 상상할 수 있다. 아버지는 그를 보육원에 데려갔다. 그 곳에 놓고 간 후 소식이 없었다. 자신의 친아버지가 인연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친할머니와 가족들이 그의 존재를 거부한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그 때부터 박씨는 자신의 고국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만 하게 됐습니다. 잘못 낳아주신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고요. 나중에 커서 학교 다니면서부터는 부모님이 있고 함께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무조건 부럽고 미웠습니다. 그래서 그 애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사고도 치게 됐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소위 문제아로 자라왔고 전과도 몇 번에 이르게 됐다.

항상 함께 하시는 부처님
다행히 그는 얼마 전 불법의 인연을 만나 불자가 되면서 마음에 많은 안정을 찾게 됐다고 한다. 그의 사연을 알고 보니 뼈아픈 눈물 속에 한국인으로서 어떤 책임감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서양에서는 아무 관련 없는 한국 아이들을 입양해 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친 핏줄도 거부해야 하다니. 함께 봉사하시는 선생님이 “모르셨어요? 베트남 이런데 가면 우리 아이들이 많답디다” 하는 말씀을 들으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부처님께 기도하며 편지를 썼다. “법우님, 법우님 마음속에 계신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법우님을 위해 울어주셨을 것이고 한시도 법우님을 떠나신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이기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좋은 사람들, 참된 불자들도 많이 있답니다. 법우님이 살아오시면서 좋은 인연을 못 만나신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더 아픈 사연도 서로 사랑으로 안아주며 사는 가족들도 있고, 학생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싸는 선생님들, 또 소외된 친구들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 따뜻한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안타깝군요. 모두가 법우님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은 법우님 같은 분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도와드리려고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부모님 잘 만나 잘 살아 온 사람들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생략) 제발 힘내세요.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가 항상 법우님을 지켜주신다는 것을 믿으세요.”

원망 대신 자비심을 주세요
다음에 면회를 가니 박씨는 “편지 받고 많이 울었다. 불교공부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다. 그 후 몇 년 동안 박씨는 편지할 때마다 <천수경> 등을 사경해서 보낸다. 얼마 전에는 <부모은중경>을 보내달라고 했다. 웬일일까, 생각하기도 싫은 자신을 버렸던 부모님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든 것일까. 깊이 관하다 보니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가 부모님을 용서하고 이해하려는 것 아닐까. 더 이상 원망과 증오가 아니라 부처님의 마음으로 자신의 인연과 삶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 자신을 버렸던 부모님을 이제는 오히려 자비로운 사랑으로 감싸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부처님, 그 분들 모두를 불쌍히 여기시어 악업을 녹여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옵니다. 그 분들 마음속에 따뜻하고 밝은 부처님 사랑의 빛이 피어날 수 있도록 부디 이끌어주시옵소서. 나무 관세음보살.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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