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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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 강 렬
한국문인협회 상임이사

문화는 인간의 심성을 기르는 토양이고, 삶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하는 꽃이며 화원이기도 하다. 만약 삶 속에 문화예술이 없다면 메마른 정서에 황무지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주며 사람을 아름답게 일으켜 주는 기둥이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새 정부에게 걸었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지만, 솔직히 일각에서는 첫 장관 임명 초부터 일찌감치 문화 분야는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순수문화계 종사자들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국가의 정책수립과 그 시행에 있어서도 실용이라는 단어에 상당한 의구심을 드러내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겉모습만 화려한 내실없는 정책의 불신으로 실체가 드러났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빈곤계층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의 미흡함도 있다. 요즘 사회만큼 복잡하고 변화에 빠른 시대에 어울리는 문화예술 정책의 시스템 문제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한마디로 말해 신뢰와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문화정책의 수혜는 또다른 일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되어 개별 단체의 이기주의만 더욱 확장된 우울한 시대에 직면해버렸다.
매일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작금의 우리 행정부나 정치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몹시도 짜증이 난다. 도대체 정책이란 게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웃지못할 일들로 자포자기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온갖 폼만 잡았지 문화의 혈류가 민심의 구석까지 닿는 일은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못했다.
급기야 우리의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작태에 분노까지 느끼게 한다. 10월 24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문화계를 대표한다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사진기자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찍지마 씨O, 성질이 뻗쳐 정말…”이라고 마치 시중잡배처럼 행동했다. ‘막말’ 논란을 빚은 장관은 여론의 질타에 못이겨 결국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마치 폭력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실수로 덮어둘 수 있는 일일까. 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발언을 들었다. 이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공직자가 취재진에게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보이고, 이로 인해 국민과 언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관이 그것도 사석이 아닌 관련 의원들이 즐비한 국정감사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에게 욕설한 것은 전후가 어찌되었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 또한 거세다. 사과를 위해 야당과 국회 기자실까지 찾았지만 사건은 점차 확장되지 쉽사리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식이 너무 예리하게 곤두 서 있으면 남의 단점이 귀와 눈에 잘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모가나서 남과 다투기 일쑤다. 관용의 마음이 엷어진다. 상대방의 말을 포용하는 마음가짐이 삶에서 큰 구실을 한다. 그런 사람은 속이 넓고 부드러워서 더 큰 일을 이뤄낼 수 있다. 이런 마음이 곧 인(仁)이요 덕(德)이 아닐까.
<잡보장경>에는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어라”라는 글이 있다. 자신 속에 있는 탐욕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린다면 모두들 아름다운 미소와 감사의 마음으로 지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세상만사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보면 한낮 보잘 것 없다. 오로지 과정만이 영원할 뿐이다.
그래도 문화는 당대 역사의 물결 속에서 탄생하는 보석 같은 시간의 결정체이다. 문화계 종사자들이 갖춰야 될 심성의 과제이다.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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