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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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윤리와 쌀 직불금
황 진 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공무원이 자신의 이익과 국가, 사회의 이익이 상충되는 경우가 있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까? 정답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니까 공무원이 국가에 충성한다고 하지만 개인이익 앞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공익을 뒷 순위로 밀어낸다는 것이다.
또 행정학에서 ‘파킨슨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공무원이 직무의 양(量)과는 아무 상관없이 자기 부하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을 자꾸 확대시키고자하는 잠재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의 일이다. 영국이 식민지국가 53개국을 지배하고 있을 때 담당공무원이 262명이었다. 그런데 그 후 식민지가 22개 국가로 줄어들었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직원은 무려 1800여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킨슨 법칙이 딱 맞아 떨어지는 사례다.
공무원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공무원법에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일반사람이 그냥 지나가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이 그냥 지나가면 그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처럼 공무원은 국민에 그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그동안 국가의 형태구축, 사회질서,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아무것도 없었던 황무지에 국가의 틀을 세웠고, 100: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임용된 공무원들의 추진력은 우리나라를 세계 12대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이 나라의 최우수인력이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로 일하면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엘리트 계층 공무원들이 부지불식간에 수행한 일 중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해진 일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주민등록위장전입, 아파트 전매, 가짜 농지증명 등이다. 이러한 행정 관행은 법적 문제는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것들을 오늘날의 도덕적, 법적 기준에 맞추다 보니 문제가 된 경우를 청문회 등에서 많이 보아왔다. 시대가 바뀌면서 도덕적 불감증이 도덕적 감증으로 바뀐 것이라고나 할까.
이번 쌀 직불금 수령 문제도 그냥 지나갈 뻔 했으나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사례가 툭 튀어 나오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쌀 직불금 수령 문제는 몇 개의 구조체계가 뒤엉켜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쌀농사를 직접 짓고 있으나 쌀 직불금을 못 받는 농민, 부재지주면서 쌀직불금을 타먹는 공무원, 감사원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 문제를 덮어두었는가의 여부,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여당, 야당 등이 뒤범벅이 되면서 시중의 화제거리로 등장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쌀직불금을 받은 부재지주 공무원이 농민인 경우, 유산으로 상속받은 경우, 진짜 부재지주이면서 쌀 직불금을 받은 공무원의 경우 등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의 해결방법은 쌀직불금을 받은 공직자는 반환해야하고, 정도가 심한 고위 공무원은 문책해야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쌀직불금 몇 푼보다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으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쌀 직불금 수령 문제는 엉뚱하게 그동안 잠잠했던 소작농과 부재지주의 분쟁가능성, 논농사 포기로 인한 쌀 부족현상 문제, 지방 농지 값의 폭락가능성 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공무원들이여, 공공의 이익보다 사익(私益)에 무게중심을 두지 말고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위해 일 해왔던 선배, 동료공무원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면 어떻겠는가.
정치인들이여, 같은 사안(쌀직불금수령)을 높고 너는 잘못했고, 나만 잘했다는 치졸한 술수로 국민의 이목을 끌려는 낮은 계략을 멈추라. 우리 국민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태가 올지 밤잠을 설치면서 걱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불가(佛家)의 팔정도 가르침의 하나라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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