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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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아버지, 존경하고 사랑해요
“따뜻한 부처님 자비 가족에게”

경제위기가 오면 누구보다 힘들어하는 우리 아버지들. 나 자신만이 아니라 부인과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기에 때로는 마음이 아프고 더욱 외로워지기도 한다. 대학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하고 물었더니 “우리 아버지”라고 답한 학생이 여러 명 돼다. 반가웠다. 그 중 감동적인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에 와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려고 하니 각종 취직 시험에는 대학 졸업생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졸응시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주식회사 00기업에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다. 고졸, 그것도 공고 졸업이라는 악조건과 대졸자들과의 학력 차이를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그걸 보면 아마 아버지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못할 것이 없었을 것 같다. 고시에도 쉽게 합격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가장 모범이 되게 일하고 생활하시는 분으로 소문이 나 있다.
아직도 가끔 아버지는 “대학에 못 간 것이 평생 한이 된다. 지금이라도 대학에 들어가 공부 좀 해 보고 싶구나”라고 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 아버지의 아픔이 느껴진다. 학력위주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가 대졸자들 틈에서 겪어야 할 고통이 있는 것 같다. 가난해서 못 배운 한, 그러나 나는 아버지 덕에 편히 공부하고 있다. 현재 나는 대학생이지만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지 자신이 부끄럽다. 아버지만큼 성실히 공부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버지께 죄송하다. 고졸인 나의 아버지는 어느 일류 대학 나온 아버지보다 나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이다. 아니, 어떤 석사, 박사 아버지와도 비교할 수 없이 우리 가족에겐 소중한 분이다.
아버지는 좋은 직장을 다니다 당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나와 작은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시작은 순조로워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잘 사는 편이었다. 그러다 큰 부도를 두 번이나 맞고 거의 파산 직전에까지 몰리게 됐다. 한 동안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그 때 엄마와 난 돈이 없어서 몇 달을 거의 라면만 먹고 살았다. 아침에도 라면, 점심에도 라면, 저녁에도 라면이었다. 난 그래서 지금도 라면이 싫다. 친구들이 같이 먹자면 곤란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 때 지방에서 혼자 계셔야 했던 아버지는 어떻게 혼자 먹고 지내셨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아버지는 수년간 성실하게 뛰셔서 다시 일어나셨다. 거의 기적적으로 파산직전의 공장을 다시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 공장에서 일하다 아버지는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게 된 것이다. 심하게 절단이 됐다. 당시 병원에서는 봉합 수술은 하겠지만 그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손가락 운동을 몇 년간 꾸준히 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손가락은 온전한 다른 손가락보다 반 마디가 짧다.
가끔 아버지의 손을 보면 그 짧은 다친 손가락이 보인다. 그 손가락은 우리 가족을 살리는 아버지의 진실한 땀방울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들아.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도 얼마 있으면 졸업하고 언젠가는 가정을 가질 것이다. 나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우리 아버지처럼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아버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결코 외롭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가족의 사랑은 형편이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변함없는 조건 없는 사랑이 돼야한다. 혹시 나의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마음을 기울여보자.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면 더욱 따뜻한 부처님의 사랑을 보내야 할 때이다. 당신의 작은 마음과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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