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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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보덕각시
선?염불에서 가장 훌륭한 방편 ‘이근원통’

금강산 보덕굴 관음 화신 보덕 각시 출현한 곳
회정 스님 보덕 각시 본 후 정진해 원통삼매 증득

유명한 관음도량인 금강산 보덕굴(普德屈)은 관음의 화신 보덕 각시가 출현했던 곳으로 전해져온다. 고구려의 보덕 화상이 관음의 진신(眞身)을 친견하고 627년(고구려 영류왕 10) 창건한 도량이며, 고려 의종 때 고승 회정(懷正) 스님이 천수주력(千手呪力)으로 기도해 관음의 원통삼매(圓通三昧)를 성취한 곳이기도 하다.
회정 스님과 보덕 각시의 구도과정이 담긴 설화를 요약하면 이러하다.
고려시대, 표훈사 인근 송라암에는 30대의 건장한 회정 스님이 3년동안 지극한 정성으로 ‘관음보살’을 부르면서 천수대비주 30만독으로 관음 친견을 발원했다. 1000일 기도정진을 회향하는 날, 스님은 드디어 꿈속에서 귀부인을 만났다.
“강원도 양구현 방산면 해명계곡을 찾아 몰골옹(沒骨翁)과 해명방(解明方)을 만나 보아라. 그러면 관음의 진신을 친견하게 될 것이니라.”
스님은 꿈에서 깨자마자 해명계곡을 찾으니 조그만 오두막에 노인이 있었다.
“혹시 노인장께서 몰골옹이 아니신지요?”
스님이 찾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몰골이 지저분한 그 노인은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아침에 길을 떠나라”고 일러줬다. 다음날 일찍, 스님은 노인이 일러주는 대로 산 너머에 사는 해명방의 삼간초막을 찾아갔다. 반가움에 달려가 보니 해명방은 보이지 않고 대신 처녀가 초막을 지키고 있었다. 처녀의 이름을 물어보니 보덕 각시라고 했다. 말할 때마다 은은한 향기도 나는 것 같았다.
저녁이 돼 키가 9척에 우락부락한 해명방이 돌아왔다. 찾아온 이유를 묻자, 스님은 “관음보살을 친견하러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해명방은 “관음진신을 친견하고 싶으면 자신의 딸인 보덕 각시와 혼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고민 끝에 스님은 사위가 돼 부녀를 밤낮으로 시봉했다. 하지만 각시는 성불구자여서 실제로 부부관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님에게는 부부로서의 참맛을 모르니 불행이었고, 계를 파하지 않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해명방은 전혀 관음의 진신을 친견시켜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기다림에 지친 스님은 떠나기로 결심했다. 돌아가는 길에 몰골옹을 만나 그간의 일을 설명하니, 몰골옹은 이렇게 말한다.
“해명방은 보현보살이요 보덕 각시가 관음보살의 진신인데, 47일을 함께 지냈으면서도 못 보았다고 하는가.”
스스로 안목 없음을 후회한 스님은 다시 온 길을 거슬러 갔지만 초막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재발심후 용맹정진한 스님은 그뒤 각시와 재회하면서 자신의 전생담을 듣게 된다. 각시는 회정이 고구려 비래방장(飛來方丈)의 주인공인 보덕 화상으로 금강산 만폭동 보덕굴에서 수도했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 석굴 속에는 전생에 사용하던 경전과 불기, 촛대, 향로 같은 유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로 이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보덕굴이 관음보살의 거처요 전생의 수행처임을 알고서, 그곳에서 열심히 정진해 원통삼매를 증득했다.
관세음(관자재)보살은 <법화경> ‘보문품’에서 신심과 중생구제의 발원을, <반야심경>에서 반야지혜의 길(五蘊이 모두 공함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苦와 厄을 넘어선다)을 제시해 중생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며, 나아가 <능엄경>에서는 이근원통의 가르침으로 듣는 성품을 돌이켜 깨닫도록 이끈다. 또 <화엄경>에서는 남에게 베푸는 보시(布施), 친절하게 말하는 애어(愛語), 타인을 이롭게 하는 이행(利行), 타인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하는 동사(同事) 등 4섭사(攝事)로 대비행을 닦도록 한다. 관음의 화신 보덕 각시 역시, 이런 방편으로 스님을 깨닫게 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수행법이 바로 이근원통(耳根圓通)이다. 선과 염불에서 가장 훌륭한 방편으로 여겨져 온 이근원통이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다가 그 소리를 듣는 주인공(自性)을 듣는(살피는) 공부방법이다. 흔히 반문문자성(返聞聞自性) 즉, ‘듣는 것을 돌이켜서 자성을 듣는다’고 한다. 듣는 마음을 다시 관조하면 소리도 사라지고 듣는 그 자신도 사라져서 우주와 하나가 돼 지극히 고요하면서도 깨어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법문이다.
김성우 기자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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