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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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 있으면 행복할거야
“정말 돈만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다간 망해요.” 조씨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시골에서 태어난 조씨는 가난하게 살아왔다. 대학진학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공부를 괜찮게 했지만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 다니게 된 직장은 월급이 별로 넉넉지 않았다. 그래도 조씨는 항상 성실하고 작은 것에 감사했다. 주위의 어른들도 “자네는 항상 눈이 반짝여서 좋아. 마음이 진실하니 잘 될 거야”라고 했다. 열심히 살며 30대 초반에는 결혼도 했다. 어려운 살림이지만 둘이 오순도순 저축하며 사는 재미가 있었다. 조씨의 고향친구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고 있었다. 가끔 만나서 서로를 격려하곤 했다.
그런데 35세가 된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시골에 대대로 있던 조씨 조상집과 근처의 땅이 개발이 된 것이다. 무슨 도시 계획에 연결돼 하루아침에 엄청난 가격에 팔리게 됐다. “꿈이냐 생시냐, 우리 팔자에 이게 웬일이냐.”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다. 외아들인 조씨에게는 이십억이 넘는 돈이 주어지게 됐다. “얼마나 좋았던지 정신이 없었어요. 이제 돈이 있으니 정말 행복하게 살 거야 하고 결심했지요.”

행복은 어디 갔나
그 때부터 조씨의 마음은 서서히 무너지게 되었다. 우선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증권 투자다 뭐다 하고 다녔다. 어울리는 친구들도 달라졌다. 돈을 잘 쓰니 주위에 다른 여성들이 다가오게 됐다. 가정을 점점 소홀히 하고 놀러 다녔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부자가 된다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방탕하게 살았지요.” 결국 일 년 만에 부인과는 이혼하고 말았다. 그렇게 사십 중반까지 십년간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간에 적신호가 왔다. 결국 병원에 갔고, 술을 끊지 않으면 치명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내가 큰일 날 수 있다고, 이거 정신 차려야겠구나” 하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천천히 병원문을 나오는데 누가 불렀다. “이게 누구야!” 예전 고향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 십년동안 이 좋던 친구들을 멀리하며 살았었다. “반갑다. 어쩐 일이야!” 근처 커피집으로 갔다. 친구는 마주 앉더니 “야, 너 부자됐다면서, 그런데 나이가 들었구나”하며 머뭇거렸다. 조씨는 뜨끔했다. ‘우리 둘 다 45세인데 저 녀석은 왜 저렇게 젊어 보이는 거야. 사십도 안 되어 보이네. 그런데 사실 요즘의 나는 오십도 넘어 보인다. 동갑인데 친구가 나보다 십년은 젊어 보이다니.’ 중학교 교사로 성실하게 살아온 친구였다. 그 친구를 보고 있자니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그래, 나도 저랬는데, 마음이 진실하고 땀 흘려 일하려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그에 비하면 지금 난 눈빛도 탁하고 살도 쪘고 아이고.’ 한숨이 나왔다. ‘난 명품 옷을 입고 있지만 소용이 없구나. 도무지 얼굴에서 나오는 기운이 저 친구에게 비할 수 없이 탁하구나. 이러니 늙어 보일 수밖에.’ 조씨는 충격을 받았다.

내 마음이 주인
그날 밤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자 전에는 느끼지 않던 외로움이 몰려왔다.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낮에 만난 친구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나누던 대화도 떠올랐다. ‘십년간 돈으로 몸은 호강했지만 내 마음은 어떻게 된 건가.’ 아니 몸까지 망가져 이젠 술도 마실 수 없게 되어버렸다. 조씨는 가슴을 쳤다. 십년 간 마음이 뻥 뚫려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는 게 지겨워졌다.
그 날 이후 삼년이 흘렀다. 건강 때문에 명상을 시작하다가 절에 인연이 되어 다니고 있다. “돈 없을 땐 돈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제 마음을 놓쳤더니 돈이 오히려 독이 되던걸요.” 조씨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정말 양심을 걸고 맹세하는데 그 벼락돈 생기기 전의 제 마음이 훨씬 행복했어요. 이거 변명이 아니에요. 혹 마음보다 돈을 중시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제가 증거라도 되고 싶어요.” 조씨는 이제 마음공부를 하며 서서히 본래의 마음을 회복 중이다.
그는 미소 지으며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게 뭔지 아세요? 마음이에요. 진실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는 마음은 스스로 내는 거지 절대 살 수가 없다고요.”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누가 주인인가. 내 마음인가 돈인가. 돈이 주인이 되는 순간 어긋나는 것이다. 마음 속 부처님을 주인으로 하여 돈뿐 아니라 일체를 다스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정진해야겠다.
황수경(동국대 선학과 강사)
2008-10-14 오후 3: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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