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조용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미국 리먼 브라더스 파산신청과 매릴린치의 매각 등으로 세계경제의 심장인 월가가 공황상태로 빠졌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신용경색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해외 증시로부터 자금을 회수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그리고 외환시장이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물가의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와 내수의 위축 그리고 심각한 가계의 부채 수준과 고금리 등 경제를 침체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종교계와 기업인들의 믿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졌고, 정부 출범이후 종교적 편향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더니 결국 정부와 불교계가 극한 대립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각 주체들간에 저신뢰 현상은 우리 경제를 멍들고 병들게 한다. 사회적 자본론의 세계적인 석학인 후쿠야마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를 저신뢰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저신뢰 사회가 경제적 발전과 호황을 누리며 선진국으로 간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불교의 신행체계 ‘신해행증(信解行證)’은 올바른 믿음(信)을 갖고, 믿음에 대해 올바로 이해(解)하고, 믿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실천(行)한다. 이해와 실천 통해서 깨달음(證)을 얻는다.
믿음이 가장 처음이듯, 경제에서도 각 경제주체간에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종교계간에 믿음, 정부와 기업간에 믿음, 정부와 국민간에 믿음,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간에 믿음은 신뢰로 축척되고 이는 경제에 대한 낙관적 예측으로 이어진다. 경제에서 어떤 다른 요소보다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 예측이 경제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반대로 경제 각주체간에 믿음이 없는 저신뢰 사회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측하게 되면서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떨어뜨리고, 결국 경제를 침체의 구덩이로 밀어 넣게 되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에 의해 좌우되고 또한 심리가 경제를 좌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파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유언비어를 만들어 유포시키고 위기설을 조작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아집과 독선적 사고로 민심의 향배를 읽지 못한다면 그것도 마땅히 고쳐져야 할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지금은 누구의 옳고 그름을 가르며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룰 때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남의 말을 존중하고 남을 아끼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서로간에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적 상황을 극복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림픽을 치룬 중국의 끝없는 질주를 바라보는 힘겨운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어 국가의 경쟁력 추락을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로부터 온 국민이 슬기롭게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서로를 원망하고 질시하며 믿음을 상실하게 되면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구성원이 화합하면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으로부터 자신감과 슬기로운 지혜가 나올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와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간에 신뢰를 구축하여 믿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극락정토로 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송일호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