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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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쏘나 비구니
“지칠 줄 모르고 정진한 이는 쏘나() 비구니다.”
<앙굿따라 니까야(增支部)>에서 부처님께서는 뛰어난 제자들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쏘나 비구니를 ‘정진 제일’이라고 칭찬하셨다.
쏘나 비구니는 출가하기 전에 결혼해서 열네 명이라는 많은 자녀를 두었던 때문에 바후뿟띠까()라고 불렸다. <법구경>과 <장로니게 주석>에는 그녀의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한 때 사왓티(舍衛城)에 한 부부가 결혼한 아들ㆍ딸 열넷과 그들에게 딸린 많은 가족을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죽자 자녀들은 얼마라도 재산을 상속 받기를 원했기에, 어머니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저희 집에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저희들에게는 아무 재미도 없습니다. 저희가 어머님 한 분을 잘 모시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셔서 재산을 물려주시지 않으십니까?”
아들ㆍ딸들이 하도 졸라대었으므로 결국 어머니는 그들이 자기를 잘 보살펴 주리라 믿고 전 재산을 모든 자녀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재산을 상속한 뒤, 어머니는 먼저 큰아들에게 가서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며느리가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마치 우리에게 두 몫이라도 주신 것처럼 우리 집에 와 계시는군요.”
그러면서 다른 불평까지 한없이 늘어놓았기 때문에 바후뿟띠까라는 이름의 이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둘째 아들에게 갔다. 그렇지만 둘째 며느리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도 그 집을 나왔다. 이와 같이 하여 그녀는 아들, 딸네 집들을 돌아다녔지만, 그 누구도 어머니를 오래도록 편히 모시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은 어머니가 문 앞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귀찮다는 듯 인사도 하지 않고 존경도 표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 바후뿟띠까 여인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마침내 그녀는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를 그만두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탁발도 할 수 없었고 그 외의 다른 소임도 전혀 감당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도반들을 위해서 물을 끓이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할머니가 되어 비구니가 되었으므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여생을 수행 정진에 몰두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녀는 밤을 꼬박 새워가면서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수행법을 실천했다.
그녀는 너무 늙고 나약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은 사원의 둘러쳐진 담을 짚어 가며 경행(經行, 걸으면서 하는 명상)하는 것이었다. 숲 속에서 경행할 때는 촘촘하게 우거진 나무들을 잡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그녀가 밤을 새며 정진하는 것을 신통력으로 보시고 광명을 놓으시어, 마치 그녀 앞에 앉아 계신 듯이 모습을 보이시며 이렇게 설법하셨다.
“설사 백 년을 산다 해도 ‘여래의 가르침(최상의 진리)’을 의지하여 수행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니라.”
이 게송이 끝났을 때, 그녀는 오온(五蘊)에서 무상(無常)ㆍ고(苦)ㆍ무아(無我)를 보고 마침내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그녀는 노년에 출가했지만, 굳은 결심으로 부지런히 정진한 결과 아주 빨리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결국 자녀들의 배은망덕(背恩忘德)으로 인한 마음고생이 오히려 간절한 발심을 일으킨 원인이었던 셈이다.
쏘나 비구니의 구도역정을 보면, 천천히 걸으면서 ‘사물의 실상을 바로 보는(如實知見)’ 관법(觀法)을 닦아 마음을 쉰 후, 부처님 설법을 통해 단박에 깨달았음을 알 수 있다. ‘단박깨침(頓悟)’이란 간화선이니, 위빠사나니 하는 수행법과는 무관하며 어떠한 방편을 통해서든지 오로지 마음이 쉬어(休)졌을 때, 스승의 법문 한 마디에 즉시 마음의 문이 열리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설법을 ‘법의 문(法門)’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깨달음, 해탈, 열반을 찾고 구하는 ‘최후의 갈망’마저 내려놓을(放下) 때, 사람마다 저마다 갖춘 ‘본래의 얼굴(本來面目)’을 확인하게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김성우 기자
2008-09-23 오전 10: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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