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학의 3대 세력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면을 고려한 것이 인간중심상담이다. 인간중심상담은 인간의 무의식만 강조하는 정신분석이나 드러난 행동만 다루는 행동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났다. 정신분석, 행동주의 둘 다 내담자보다는 상담자가 중심이 되어서 지시적으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그러자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는 지시적 상담이 아니라 비지시적 상담을 주창했고, 상담자 중심이 아니라 내담자 중심의 상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후에는 ‘인간중심상담’으로 정립시켰다.
인간중심상담에서는 상담 이론이나 기법보다 상담자의 신념과 태도에 주된 관심을 둔다. 인간중심상담자는 인간이란 유기체는 자체적으로 고유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 가능성을 건설적으로 성취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보았다. 곧 인간 존재 속에는 완전한 발달을 향한 자연적 경향성, 즉 실현 경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유기체인 인간이 현재 부적응 상태에 놓인 것은 자아 구조와 유기체의 경험 간의 불일치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아와 유기체의 경험 간에 일치성이 있으면 잘 적응하는 상태가 되며, 이런 상태에서는 모든 경험에 개방적으로 되고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인간중심상담에서는 상담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하며, 내담자의 경험에 대해 무조건적이며 긍정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수용하며, 정확한 공감적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내담자를 대할 때 진실성과 일치성을 갖고 임한다.
인간중심상담에서 바라보는 인간과 불교의 인간관은 매우 비슷하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하고 인간이란 깨달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본다. 인간중심에서는 잘 기능하는 인간이 최고의 지향점이지만, 불교에서는 깨달아 생사를 벗어나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불교에서는 힘든 중생을 위해 자비(慈悲)로운 마음으로 섭수(攝受)한다. 자비(慈悲)란 다른 이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慈, 與樂], 불이익과 고통을 덜어주는[悲, 拔苦] 인간애를 의미한다. 불교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수행법이 있다. 그 가운데 사무량심(四無量心)이 대표적이다. 사무량심은 초기경전에서부터 강조해 온 실천법으로 모든 중생을 향해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가지 마음을 무한히 가진다는 뜻이다. 자와 비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고, 희는 다른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며, 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애증친원(愛憎親怨) 없이 마음이 평등한 것을 말한다.
또한 인간중심에서 강조하는 상담자 요소를 완벽히 갖춘 분이 부처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로저스가 강조한 상담자의 자질과 전문적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 타심통(他心通)과 천이통(天耳通)이 있어서 내담자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차리며 누진통(漏盡通)이 있어 이 세상의 괴로움을 다 했으며, 괴로움을 다하는 방법 또한 참답게 터득했다. 세상의 물심 현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 ‘정등각(正等覺)’이며, 사람을 다루는 데 최고의 능력을 가진 ‘조어장부(調御丈夫)’이다. 인간중심에서 말하는 최고의 상담가가 바로 석가모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