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가 올 한 해 동안의 살림살이 결과를 신도들에게 공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불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교계의 다른 사찰들도 재정 공개를 선언하거나 이미 공개해 온 사찰들도 그 효과와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드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찰의 재정공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찰의 재정 구조는 신도들의 시주금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시주금의 사용 내역이 신도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주금의 공개 보다는 무주상 보시의 공덕을 훨씬 강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무주상 보시와 사찰의 재정공개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관습이 유지되었던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알려야 할 책임을 가진 쪽에서 알릴 의사가 없고 알아야 할 권리를 가진 쪽에서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판이 바뀌고 있다. 돌이켜 보면 불교계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온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 하나는 지나치게 권력화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정적 비리다. 이 가운데 돈과 관련한 비리는 ‘시줏돈’을 사적으로 쓰거나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쓴 승단과 시주만 할 뿐 그 용처를 묻지 않는 신도들의 잘못이 더해진 결과였다.
이제 대형 사찰들의 재정 공개 의지는 전체 사찰의 의무 사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알릴 의무’와 ‘알 권리’가 실현될 때 한국불교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