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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호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삼성그룹이 계열사 임원명의의 차명계좌 1000여개를 이용해 최대 수조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운용해왔다는 주장이 삼성그룹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제기됐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삼성증권 및 전산센터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한 120여개의 차명의심 계좌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되어 이 달 말이나 내년 초부터 특검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특검은 시민단체의 요구와 대선 및 내년 총선과 맞물린 정치권의 이해를 두루 수용한 형태로 국회의결과정에서 대두되었던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을 상당부분 배제한 채 합의되었다. 대한민국 대표재벌 삼성그룹의 여러 가지 의혹을 조사하는데다 삼성과 권력층간의 부패 고리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을 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내년도 경제전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에 대한 특검은 경제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계에서 기업의 과거 활동을 특검을 통해 샅샅이 들추면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되겠냐는 동정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대선 한복판에서 통과된 특검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법치국가에서 불법이나 탈법이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은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의 20%이상을 담당하는 국민기업이다. 그러나 삼성의 재산과 경영권 세습방법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자식에 대한 증여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왔다. 아울러 최근에는 삼성증권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재산 증식 과정에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위 전환사채발행, 삼성SDS의 신주 인수권부 사채 발행, e삼성의 회사지분거래 등 불법 상속 의혹사건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제공과 공직자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이 제기되었다.
문득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 ‘리치 앤드 페이머스’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부자나 유명인이 자신의 성공담과 함께 어마어마한 자신의 저택을 자랑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미국인들은 그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거부들의 재산축적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아름답고 웅장한 저택을 감상하며 부러워한다. 한편 부시정부에서 추진 중인 상속세 폐지에 대해 많은 부자들이 앞장서 반대한다고 한다. 빌게이츠의 아버지 게이츠 시니어와 워렌 버핏, CNN의 테드 터너, 폴 뉴먼 등이 결속한 ‘책임지는 부자’라는 단체는 상속세 및 주식배당소득세 폐지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이 재벌을 매도하는 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총수는 왜 존경 받지 못하는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삼성에 대한 비자금 특검이 국가와 기업의 대외신뢰도에 타격을 주어 스스로 경쟁력을 잃게 되거나 경제가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특검이 정치적인 이해와 논리로 해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특검이 국민에게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주는 동시에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재벌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윤리경영에 대한 각오를 다지며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08-09-08 오후 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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